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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타이틀] 슬픈 사랑, <미카엘><코드46>
조성효 2005-02-25

드레이어와 윈터보텀이 그린 슬픈 사랑

덴마크의 오스카 와일드로 평가받는 헤르만 뱅의 소설을 토대로 연출된 드레이어의 6번째 영화 <미카엘>은 <베니스에서의 죽음>만큼 노골적이진 않지만 연로한 화가 클로드 조레와 젊은 모델이자 제자인 미카엘과의 동성애를 간접적으로 그리고 있다. 아무도 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두 사람의 사랑이 삼각관계로 벌어진 것은 자미코프 공작부인이 등장하면서부터다. 부인에게 먼저 관심을 보인 것은 조레였지만 그녀의 참모습을 미카엘이 발견한 뒤부터 그는 조레에게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결국 모든 것을 잃어버린 노인의 모습을 담은 자신의 마지막 걸작처럼 조레는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무르나우의 촬영감독인 칼 프로인트와 드레이어의 촬영감독인 루돌프 마테가 동시에 참여하고 있는 <미카엘>은 표현주의적 촬영방식과 클로즈업을 번갈아 사용하며 기괴하면서도 섬뜩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주인공인 조레 역을 맡아 명연기를 펼치는 배우는 <헥산>의 감독 벤자민 크리스텐슨이다. 독일에서의 호평과 달리 미국에서의 혹평으로 더이상 확대 배급되지 못하고 묻혀버린 <미카엘>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드레이어의 작품인데 <잔다르크의 수난> 이전의 초기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가타카>의 ‘레플리컨트’ 영화인 <코드46>에서 마이클 윈터보텀은 드레이어와는 달리 금지된 사랑을 노골적으로 그린다. 머지않은 미래의 상하이, 신분증 위조사건 조사차 출장온 유부남 윌리엄(팀 로빈스)은 용의자인 마리아(사만다 모튼)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하지만 그는 마리아와의 도피 중 교통사고를 당하고 정부기관에 의해 부분적 기억삭제를 당한 뒤 가족에게 돌려보내진다. 남녀간의 염색체 수의 합을 상징하는 <코드46>의 영화 속 의미는 유전자적으로 25% 이상 동일한 남녀간의 교제를 금지하는 미래사회의 법이다. 마리아는 윌리암과는 50%, 윌리엄의 어머니와는 100% 동일한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두 사람의 사랑은 근친상간적인 것이다. 기억을 삭제당하지 않은 채 고향인 두바이로 영구 추방된 마리아는 자신과의 관계를 전혀 모르고 있을 윌리엄을 사막에서 그리며 “보고 싶다”라는 말을 남긴다. 두 사람의 사랑은 실재한 것이지만 윌리엄이 그것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마리아의 모습은 <미카엘>의 조레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조레는 죽기 직전 “진정한 사랑을 보았기에 편안히 죽을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이 대사는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을 동시에 장식한다). 홀로 하는 사랑이 가장 완벽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미카엘>이라면 <코드46>은 그것이 여전히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카엘>에는 덴마크 영화학자의 정성스런 코멘터리가, <코드46>에는 삭제장면 4개가 부록으로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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