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던 음악가 구스타프는 리도 섬에 요양 차 머무르던 중 너무나 아름다운 한 소년에게 한눈에 반한다. 그날부터 노구의 신사가 소년에게 바치는 안타까운 순정의 세레나데가 시작되는데, 잿빛 같은 얼굴을 가졌던 이 남자는 소년의 엷은 미소 한번에 열아홉 소녀처럼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가까이 말 한번 건네지 못한 채 호텔의 로비를, 레스토랑을, 베니스의 골목을, 리도의 해변을, 오로지 소년의 자취만을 찾아 헤맨다.
그리하여 그에게 소년의 가족이 점심 식사 후에 떠날 것이라는 호텔 지배인의 이야기는 마치 사형선고와도 같다. 이 소년이 이제 몇 시간 후면 이 도시에 없다는 사실이, 세상 누구에게서도 받은 적 없던 그 미소를 다시는 못 볼 거란 사실이, 그에게는 다리를 잘라내는 칼보다, 심장을 관통하는 활보다 더욱 고통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결국 남자는 어떻게 해도 복원될 길 없는 젊음을 서글픈 화장으로 복원했다고 믿은 채 마음 속 연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바닷가에 앉는다. 태양을 반사하는 물빛처럼 반짝이는 그 소년을 쳐다보며 그 남자의 망막에는 잠시나마 찬란했던 젊음의 순간이 잡혔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더운 날씨와 삶의 마지막 기운 때문에 노인의 얼굴은 이내 검은 먹으로, 붉은 연지국물로 얼룩지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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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그에게 소년의 가족이 점심 식사 후에 떠날 것이라는 호텔 지배인의 이야기는 마치 사형선고와도 같다. 이 소년이 이제 몇 시간 후면 이 도시에 없다는 사실이, 세상 누구에게서도 받은 적 없던 그 미소를 다시는 못 볼 거란 사실이, 그에게는 다리를 잘라내는 칼보다, 심장을 관통하는 활보다 더욱 고통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결국 남자는 어떻게 해도 복원될 길 없는 젊음을 서글픈 화장으로 복원했다고 믿은 채 마음 속 연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바닷가에 앉는다. 태양을 반사하는 물빛처럼 반짝이는 그 소년을 쳐다보며 그 남자의 망막에는 잠시나마 찬란했던 젊음의 순간이 잡혔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더운 날씨와 삶의 마지막 기운 때문에 노인의 얼굴은 이내 검은 먹으로, 붉은 연지국물로 얼룩지고야 만다.
-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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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구스타프 말러를 모델로 삼았다는 토마스 만의 단편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앞서 만든 <신들의 황혼>과 이후에 만든 <루드비히> 사이에서 루키노 비스콘티의 ‘독일 3부작’ 혹은 ‘탐미주의 3부작’으로 불린다. 요양을 위해 물의 도시 베니스에 온 독일의 늙은 대작곡가는 무심히 발견한 조각 같은 외모의 아름다운 폴란드 소년의 모습에서, 그가 오랫동안 갈구하고 있던 정신적인 미와 관능적인 미의 완전한 결합체를 발견해 낸다. 그가 인생의 황혼기에 겪게 되는 황홀과 고뇌, 환희와 절망은 정신과 감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예술가의 그것과 맞아떨어진다. 그것은 결국 네오리얼리즘의 세계를 지나 탐미적 경향을 보였던 루키노 비스콘티 자신의 고민과도 일맥상통한다. 비스콘티는 원작의 설정인 주인공 소설가를 직접 음악가로 바꿨으며 말러의 ‘교향곡 제5번’을 깔아 그 관능을 입체적으로 묘사한다. 구스타프는 감성에 따른 삶을 일종의 타락으로 생각했고 동성애 역시 그 시대의 타락 형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타지오에 대한 이끌림을 스스로 느끼게 되는데 이것은 구스타프에게 혼돈이며 참을 수 없는 인식이다.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관능적인 사랑에 대한 찬가이자 죽음에 대한 찬가다. 그것은 예술가의 존엄성과 그 비극적 달성으로 완성된다.more
배우와 스탭
감독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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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루키노 비스콘티
로버트 고든 에드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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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루키노 비스콘티
니콜라 바달루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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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파스쿠알리노 드 산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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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모디스트 무소르그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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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루게로 마스트로이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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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페르디난도 스카르피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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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토마스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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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
피에로 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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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알파 시네마토그라피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