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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선댄스영화제 라인업 발표
김도훈 2004-12-09

국제경쟁 신설 등 변화의 물결, 진화하는 선댄스

2005년 선댄스영화제(1월20∼30일)가 상영작 목록을 발표했다. 2613편에 달하는 출품작 가운데에서 마침내 상영작을 결정한 제프리 길모어 선댄스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역사상 가장 흥분되는 경쟁부문 상영작 목록”이라고 총평, 2005년 프로그램의 새로운 변화를 공언했다. 1월20일부터 열흘간 상영될 120여편의 영화들 중에서 파크시티의 커튼을 열어젖힐 작품은 중산층 미국 가족의 자화상을 코믹하게 비틀어낸 돈 루스 감독의 <해피 엔딩>.

이번 선댄스영화제는 극영화 국제경쟁부문을 신설함으로써, 미국 독립영화의 산실이라는 세평을 넘어서 국제적인 영화제로 발돋움하려는 야심을 보여주고 있다. 이 부문에는 2004년 칸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에콰도르의 신성 세바스천 코데로의 <크로니카스>, 피터 뮬란이 도버해협을 헤엄쳐 건너려는 노동계급 남자로 분한 영국영화 <맑은 날에>, 쇼핑에 중독된 아내를 말리려는 샐러리맨의 이야기를 다룬 이치카와 준의 <토니 다키타니>, 도쿄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류추안 감독의 <커커시리>, 거기에 박철수 감독의 <녹색의자>와 이윤기 감독의 <여자, 정혜> 등 두편의 한국영화를 포함한 16편의 작품들이 뜨거운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올해의 미국영화 경쟁부문 역시 흥미로운 작품들이 포진 중이다. 극작가인 크레이그 루카스(<키스의 전주곡>)의 데뷔작인 피터 사스가드 주연의 <죽어가는 프랑스인>, 스티브 부세미가 연출하고 케이시 애플렉과 리브 타일러가 주연한 27살 남자의 자립기 <외로운 짐>, 웨스 앤더슨이 제작자로 이름을 올리고 로라 리니, 안나 파킨이 주연한 <오징어와 고래>, 자신의 엄지손가락에 중독된 남자의 이야기인 마이크 마일스의 <엄지손가락 빠는 놈>은 틸다 스윈튼, 키아누 리브스, 빈스 본 등의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받는 작품. 그외에도 15살 소녀가 선생을 성희롱으로 고발한다는 내용의 희극 <귀여운 설득>, 나오미 왓츠가 할리우드 배우로 출연한 <엘리 파커> 등이 주목받고 있다.

선댄스 영화제의 영향력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문과도 같았던 올해의 프리미어 부문은 이른바 ‘선댄스 키드’들의 컴백을 알리는 한바탕 축제가 될 전망이다. 가이 리치의 프로듀서 출신인 매튜 본의 <레이어 케이크>, 토마스 빈터베르그의 <사랑하는 웬디>를 비롯, 그랙 아라키의 <미스테리어스 스킨>, 할 하틀리의 <월요일로부터 온 소녀> 등 선댄스 마니아들이 열렬히 지지하는 감독들이 신작과 함께 돌아온다. 이 부문에는 김기덕의 <빈 집>이 초청되어 미국 프리미어를 가질 예정이기도 하다.

규모가 비대해진 만큼 일정한 경향을 탐색하는 것이 조금 더 힘들어진 2005년 선댄스영화제. 여기서 굳이 달라진 지류를 탐색한다면, 선댄스영화제가 미국 독립영화계의 내실있는 스폰서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는, 조금 더 커다란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댄스영화제의 오랜 규칙을 변경하면서까지 월드 프리미어를 이미 마쳤거나 출품국에서 상영 중인 작품들을 국제경쟁부문으로 끌어온 것도 그같은 변화를 암시하는 흔적. 제프리 길모어 선댄스 집행위원장은 “선댄스영화제를 국제적인 작품들의 탐색기능을 갖춘 미국의 영화 페스티벌로 생각해주길 원한다. 국제경쟁부문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미국영화 경쟁부문에서 원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것”이라며 “엄격한 규칙은 없다”는 선댄스의 새로운 모색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