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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직업은 분위기메이커
2001-06-20

미로비젼 해외배급담당 명성남

| 프로필 | 1972년생,90년 캐나다로 유학,

96년 밴쿠버필름스쿨 입학,97년 사이먼프레이저대학(SFU) 입학

2000년 5월 미로비젼 입사,2001년 현재 해외세일즈 담당

흔히 배급에 관해서는 외국의 영화를 자국에

들여오거나 반대로 자국의 영화를 외국으로 수출하는 일 정도로만 알고 있다.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니다. 배급이란 제작사나 투자사로부터 대행받은

저작권을 극장, 방송사, 비디오 제작업체, 해외배급사 등에 양도하거나 마찬가지로 양도받는 일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때 발생하는 양도이익의

일부가 배급사의 몫이 되는 셈이다. 해외배급을 전문으로 하는 미로비젼의 명성남(30)의 일도 결론만 놓고보자면 수입국의 배급사에게 해당 영화의

저작권을 양도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전까지 벌어진 ‘물밑작업’에서 한바탕 땀을 빼고 나서야 얻은 결론임은 그만이 아는 사실. 물밑작업이란

다름 아닌 배급분위기의 조성이다. 엄청난 규모에도 불구하고 진출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국내에 중국영화 회고전 등을

개최하는 것도 나름의 계산이 깔린 행동이다. 회고전을 통해 중국 정부나 대사관 등과 잦은 접촉을 가지다보면 자연 다음 수순은 한국영화의 국내수입에

대한 긍정적인 재고로 이어지게 마련이니까.

미로비젼과 같이 해외배급에 주력하는 곳이라면

규모가 큰 세계 유수의 영화제는 물론, 마켓으로서 가능성이 엿보이는 작은 행사나 이벤트도 놓치는 법이 없다. 다양한 배급 경로를 가지는 것은

배급사의 생명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미 열려 있는 시장보다 미개척 시장을 확보하는 일을 우선시하는 것도 그 이유. 해마다 샌타모니카에서

열리는 AFM(American Film Market)과

밀라노 견본시, 칸영화제를 거쳐 토론토와 홍콩 필름마트 등을 돌려면 한달에 반은 집 밖 생활을 각오해야 한다. 아시아권 내에서만 소비되던 한국영화가

구미와 유럽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영화의 질적 성장과 더불어 해외배급사의 지난한 노력이 숨어 있다. 5회 부산영화제 PPP(Pusan

Promotion Plan)에 전시되어 바이어들의 관심을 끌었던 <반칙왕> <텔미썸딩> <플란다스의

개>는 모두 명성남의 손을 거쳐 각각 일본, 미국, 홍콩으로 배급됐다. 현재는 <자귀모>(독일), <싸이렌>(일본),

<오 수정>(포르투갈)의 해외배급을 마무리짓는 중이다.

지난 1년간 영화계는

제작 및 투자, 배급, 나아가 홍보까지 한데 아우르는 일원체계가 조금씩 자리를 잡는 추세다. 경제력과 인력을 갖춘 제작사가 자신의 조건에 맞는

시장을 고르고 원하는 수준의 홍보를 기획하는 모습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 하지만 일원체계가 그 효율성을 검증받을 만큼의 완성도를 갖춘 것은

아니며 아직까지는 전문화된 배급사와 홍보사에 의존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명성남은 귀띔한다. 그는 또한 한국영화가 예전에 비해 양질의 성장을

이루긴 했지만, 여전히 스타인맥에 의존하는 점과 스토리의 다양성이 부족한 점에서 바이어들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어렵다고 덧붙인다. 명성남은 캐나다에서

10년간 거주하며 영화와 신문방송학 공부를 마치고 지난해 미로비젼에 입사하여 현재 해외세일즈 파트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중국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다.글 심지현/객원기자 사진 오계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