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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다가 볼일 다 보는 반전(反轉) 영화, <베이직>

중남미의 정글에서 울려퍼진 총성의 진실은? 여러 버전의 진실을 뒤집는, 뒤집다가 볼일 다 보는 반전(反轉)영화.

존 맥티어넌은 작가주의 블록버스터의 계보에서 빠뜨리면 섭섭할 감독이다. <프레데터> <다이하드> <붉은 10월>로 이어진 폐쇄공간 시리즈는 냉전시대 미국의 강박과 스릴액션의 쾌감을 버무린 당대 웰메이드 상업영화의 표본이었다. 그러나 탈냉전의 90년대부터는 맥티어넌 역시 주적과 함께 전의마저 상실한 듯 이리저리 영화적 타깃을 옮기며 헛방만 쏘아댔다. 마이클 베이부터 워쇼스키 형제까지 액션감독의 세대교체로 그의 시대도 갔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니. 이런 점에서 <베이직>은 제목처럼 맥티어넌의 ‘기본’으로 돌아가 명예회복을 시도하려는 듯한 영화다.

실로 정예부대의 연쇄살해를 둘러싼 미궁의 원시림은 <프레데터>의 긴장감을 되살리려 애쓴다. 사건은 파나마 정글에서 훈련 중이던 웨스트 하사(새뮤얼 L. 잭슨)와 대원들의 실종에서 시작한다. 두명의 생존자는 수사담당 오스본 대위(코니 닐슨)를 거부하는데, 항상 이럴 때 거드름피우며 억지로 불려오는 미국식 주인공은 특수부대 출신 하디(존 트래볼타)다. 한데 아군끼리 죽고 죽인 사건에 대한 두 증인의 플래시백은 결과 빼고 죄다 상반되며, 뭔지 모를 숫자 8만 공통된 단서로 남는다. 벙커에서 울려퍼진 총성의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영화는 <공동경비구역 JSA>의 할리우드 버전처럼 수수께끼를 던진다.

하지만 <프레데터>의 괴물을 별 의미없는 악천후 스펙터클로 대체한 <베이직>은 명예회복용 재기작으론 역부족이다. 진짜 초심으로 돌아가기보다 최근의 트렌드에 매달린 건 악재에 가깝다. 한두번이 아닌 다중반전은 유례없이 복잡한 덫을 치지만, 덫에 걸려 허우적대는 건 영화 자체다. 누구도 믿지 말라는 광고 탓에 누구도 안 믿게 된 관객은, 어떻게 뒤집힐지는 몰라도 이쯤에서 뒤집히리란 의심으로 금세 면역된다. 반전에 대한 거리감이 반전의 지적 심리적 효과를 경감시킴에 따라, 중반까지의 호기심은 점점 ‘어떻게 될까’보다 ‘어떻게든 되겠지’에 가까워진다. 그나마 <아이덴티티>가 다중인격으로 전체를 꿰뚫었다면, 새로운 퍼즐을 던진 <베이직>의 결말은 관객을 끌고 가던 여수사관의 ‘벙찐’ 표정마냥 모든 중간과정을 납득하기 힘든 연극으로 만들어버린다. 머리 짜내느라 전전반측했을 반전을 위한 반전은, 더이상 바깥의 적을 찾지 못해 마약을 매개로 내부로 베베 꼬여드는 미국적 내러티브의 반칙성을 암시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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