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오 마사유키, 구로사와 기요시 등과 함께 80년대부터 일본 영화계의 중심으로 떠오른 재일한국인 영화감독 최양일의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최양일 회고전’이 다음달 3일부터 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문화학교 서울이 주최하는 이 행사에서는 83년 데뷔작 부터 대표작 <달은 어디에 떠있는가>, 2002년 최근작 <형무소 안에서> 등 최양일의 대표작 10편을 상영한다.
1949년 일본 나가노현에서 태어난 최양일은 총련계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조명 조수를 구하던 선배에게 이끌려 영화계에 입문했다.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문제작 <감각의 제국> 조감독을 거친 뒤 내놓은 첫 연출작인 는 빚더미에 몰려 극한상황으로 치닫는 경찰관의 모습을 하드보일드 스타일로 그려내면서 감독 최양일의 존재를 일본 영화계의 한가운데 또렷이 새겨넣었다.
소녀갱, 록커, 학생운동 등 다채로운 소재를 에스에프, 코미디, 하드보일드 등 다채로운 장르로 조리해왔지만 감독 최양일을 소개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재일한국인의 정체성과 일본사회에 대한 집요한 탐구다. 90년대 일본영화의 가장 중요한 작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일본 국내외 영화제를 휩쓴 대표작 <달은 어디에 떠있는가>는 택시기사를 하는 재일한국인의 시선을 통해 후기 자본주의 시대 일본의 피폐한 현실을 날카롭게 짚어낸 영화다. 최양일의 연출작 중 유일하게 국내개봉한 <개달리다> 역시 일본 형사의 끄나풀을 하는 재일한국인을 비롯한 밑바닥 인생들을 통해 재일한국인 문제와 일본사회의 치부를 통렬하게 드러낸 작품.
이밖에 한 사기꾼 일가의 좌충우돌을 다룬 코미디 <헤이세이 무책임 일가, 도쿄 디럭스>, 60년대 말 일본 학생운동을 휘감던 잔혹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절제된 영화언어로 그려낸 문제작 <막스의 산> 등이 상영된다. 최양일 감독도 영화제 기간 중 한국을 찾는다. (02)743-6003, 720-97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