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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 폐막작 <아카시아> 기자회견
2003-10-09

8일 오후 부산 수영만의 부산시네마테크에서는 10일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폐막식을 장식할 <아카시아>(제작 다다필름ㆍ아름다운영화사)가 기자들에게 미리 선보였다.

<여고괴담>과 <비밀>의 박기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아카시아>는 아카시아 나무를 소재로 입양과 모성의 문제를 공포와 추리라는 두 축으로 엮어낸 작품. 베테랑 여배우 심혜진과 연극배우 출신의 김진근이 주연을 맡았다.

시사회에 이어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감독의 연출 의도와 영화적 장치를 묻는 질문이 많이 나왔으며 배우의 작품 선택 이유 대한 궁금증도 쏟아졌다. 박기형 감독은 "한국영화뿐 아니라 아시아 영화 전체에 큰 힘이 되고 있는 부산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초대해 감사를 드린다"며 주최측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심혜진은 "5년 만의 스크린 복귀여서 떨린다"면서 마치 신인으로 돌아온 것처럼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으며, 김진근은 "데뷔작이나 다름없는 영화로 모든 배우들이 소망하는 자리에 앉게 되니 너무 큰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기자들과 일문일답.

사회적 메시지를 강하게 담고 있는 것 같은데 연출 의도는 무엇인가.

▲박기형 = 사회성보다는 이야기에 충실하다보니 불임과 입양, 그리고 모성이 빚어내는 갈등 등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담겼다고 본다. 사회적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은 사회고발 프로그램일 것이다. 영화, 즉 내러티브(서사) 예술을 하는 입장에서는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회 문제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까지 작품이 모두 공포영화 장르였다. 앞으로도 계속 이 장르에 매달릴 생각인가.

▲박 = 장르는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도구이다. 내가 호러 전문감독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관객에게 밀도 높은 정서를 전달하기 쉬운 공포를 택했을 뿐이지 관객을 놀래주는 것에는 큰 애정이나 관심이 없다. 공포를 늘 상상하며 산다는 게 얼마나 버겁고 힘든 일이겠느냐. 이제는 코미디가 됐든 액션이 됐든 다른 장르를 해보고 싶다.

아역배우로 출연한 진성 역의 문우빈은 연기가 처음인가.

▲박 = 연기는커녕 카메라 앞에 서본 것도 처음이다. 우리 나이로 이제 여섯 살인데 영화를 만든다는 게 뭔지 아는 영리한 아이여서 잘 따라와줬다.

아카시아에 대한 애착은 데뷔작 때부터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박 = <여고괴담> 때부터 꾸준히 생각해왔다. 학창시절의 추억이 즐거운 것만은 아니듯이 아카시아도 다른 나무와 달리 이중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듯하다. 관습적 생각을 전복하는 데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어 제목과 소재로 썼다.

온통 방에 실이 풀어헤쳐진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박 = 그것은 시나리오 작가 성기영씨의 아이디어였다. 여주인공이 짠 천을 아이가 다시 실로 해체하는 것이 폭발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좋은 표현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풀어놓은 실이 자신을 옭아맨다는 발상이 신선하지 않은가.

세련된 도시 여성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모성을 표현하는 게 어렵지 않았나.

▲심혜진 = 캐릭터가 두드러지지 않고 밋밋해 보여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지금 싱글이고 아직까지 아이가 없어 사실 모성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도 배우이기 이전에 여자이고 모든 여자는 본능적으로 모성을 지니고 있는 것 아닌가. 여기에 주변의 간접경험을 합쳐 연기했는데 아무래도 아이를 빨리 나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98년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이후 오랜만의 스크린 나들이인데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심 = 시나리오가 자극적이거나 오락적인 재미는 적어 보이지만 배우가 지닌 내면의 에너지를 보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또 <여고괴담>과 <비밀>을 보고 감독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촬영과정에서 감독과의 분위기가 궁금하다.

▲심 = 박기형 감독이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거나 아이디어를 묻는 스타일이 아니다. 각자 시나리오 해석에 맡기되 자신의 의도와 맞아떨어질 때만 촬영이 수월해진다. 끈질기게 자신의 스타일에 따라오도록 절묘하게 유도하는 `악독한' 감독이다.

왕년의 대스타 김진규씨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연기하는 데 부담되지 않았나.

▲김진근 =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지켜보며 영화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아버지께서 평생을 통틀어 영화에 집념과 열정을 바치신 것을 알기 때문에 당연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다. 부담이라면 그 업적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는 것뿐이다. 당신이 드리워주신 그늘에 감사하며 그 아래서 편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이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자랑스럽게 여기시는 배우가 되겠다고 늘 다짐한다.

영화보다 연극을 먼저 선택한 까닭은 무엇인가.

▲김 = 아버지께 연기를 하겠다고 말씀드리니 연기의 기본을 충실히 익히기 위해 연극을 오래하라고 말씀하셨다. 마음 속으로는 늘 영화를 갈망해왔지만 무대에 서보니 연극의 깊이와 매력에 빠져 아버지께서 왜 연극을 먼저 권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 대로 영화에 출연하겠지만 연극도 꾸준히 할 생각이다.

<단적비연수> 이후로 주연은 처음인데 감독의 주문은 어떤 것이었나.

▲김 = 심혜진씨와 의견 일치를 본 대목이 `우리 감독은 절대 만족을 모르는 분'이라는 것이다. 그 때문에 같은 장면을 수십 번씩 찍느라 고생도 했지만 오히려 그러한 부분이 내게 확신을 주었다. 냉철하면서도 파괴적으로 변해가는 도일 역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감독님께 물었고 덕분에 조금씩 도일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

(부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