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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부산영화제 온 이명세 감독
2003-10-06

<첫사랑>,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이명세 감독이 부산영화제의 필름 사전 마켓 PPP(Pusan Promotion Plan) 참가차 부산을 찾았다. 2000년 4월 할리우드 진출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행사에 참가한 이 감독은 4일 오후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지난 4년간의 할리우드 생활과 차기작 진행 상황 등을 털어놓았다.

그가 PPP에 가져온 작품은 <더 크로싱>(The Crossing). <조이럭 클럽>의 자넷 양이 프로듀서를 맡는 이 영화는 한국계 미국인들이 북에 남아 있는 가족을 남한으로 탈출시킨다는 내용의 드라마다. 이 감독은 이와 함께 액션 장르의 영화 <디비전>(Divisionㆍ가제)도 준비중이라고 전했다.

이들 영화의 진척상황을 묻는 질문에 그는 "영화는 만들어봐야 아는 것 아니냐. 이르면 내년 초께 촬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할리우드에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이 살아 있는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이 감독과의 일문일답.

-그동안 한국 영화계가 많이 변했다.

=상당히 많이 변한 듯하다. 더 체계적으로 보이고 많이 젊어졌다. 여러모로 좋아졌다. <반칙왕>(김지운)과 <생활의 발견>(홍상수), <플란다스의 개>(봉준호) 등 좋은 영화도 나왔고 송강호나 설경구 같은 좋은 배우들도 활동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으로 건너간 이유는 무엇이었나.

=한국의 시장이 좁은 만큼 넓게 열린 시장으로 나가는 것만이 사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일본 같은 나라도 그렇지만 자국 시장에만 만족하면 산업 전체가 주저앉을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한 적도 없고 유학 경험도 없지만 나가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할리우드에서 연출할 작품들은 어느 정도 진행이 됐나.

=미국에 가자마자 연출 제안이 있었다. 그 중에는 <폰 부스>도 있었고 장클로드 반담 주연의 영화도 있었다. 존 우(우위썬ㆍ吳宇森) 감독과 비교되는 것이 싫어서 시나리오 작업에 오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현재는 두 편을 동시에 추진중이다. <디비전>은 시나리오가 '9고' 정도 나온 상태며 <더 크로싱>은 시나리오 전체의 플롯을 다시 짜기 시작했다. <더 크로싱>에는 <간디>의 벤 킹슬리나 <반지의 제왕>에 레골라스로 출연했던 올란드 블롬이 주인공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각각 아나니머스 콘텐츠와 마니페스토라는 회사가 제작을 한다. 어떤 영화를 먼저 시작할지는 투자금 조달상황에 달렸다.

-<더 크로싱>에 한국인 배역이 있어 한국 배우들이 출연할 가능성도 있겠다.

=몇사람 중 두 사람 정도로 출연시켰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모든 게 다 준비된 뒤에 할 얘기지만 한국 스태프들도 같이 데려가서 일하게 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빗속 싸움 장면이 <매트릭스>나 <찰리의 진실> 등에서 인용된 것 같은데.

=뉴욕에 있는 친구들이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 뭐 좋은 얘기 아닌가.

-아시아 출신 감독들이 할리우드에서 성공한 경우가 많지 않은데.

=아마 존 우 정도를 제외하고는 다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도 배우의 경우보다는 어렵지 않을 것 같다. 맨 처음에 에이전트가 하는 얘기가 아시아 사람들은 쉽지 않지만 당신은 될 것 같다더라. 카메라 뒤에 있기 때문에. 만들어 봐야 알겠지만 액션 영화건 어떤 장르건 영화만으로 얘기할 수 있는 영화가 진짜 영화라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분야, 그리고 완전해 감정이 당기는 영화가 아니면 (할리우드에서) 안하겠다.

-할리우드와 충무로의 작업 환경은 어떤 면에서 다른가.

=충무로에서는 감독이 '지시'하는 쪽이었다면 할리우드에서는 '요구'하는 쪽이더라. 감독의 역할이 변호사를 통해, 에이전트를 통해 세세한 것까지 요구한다.

-영화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미국에서 어떤 일을 하면서 지냈나.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클래식 전용극장에서 고전영화들을 봤다. 또 영어학원도다녔지만 숙제하느라 바빠지는 게 싫어서 그만뒀다.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나.

=인생이 꿈 같다. 사는 게 늘 그런 느낌이다. 영화에서도 그런 느낌을 표현하고 싶다. 또 대중에게 가깝게 가는 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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