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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선택> 주연 김중기
2003-09-29

투옥 경험 살려 비전향 장기수로 열연

"사실 그게 지금은 중요하지 않거든요.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소리가 더 좋죠."

비전향 장기수 김선명 씨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선택>의 주연배우 김중기(37) 에게는 다른 배우들이 갖지 못한 이색적 경력이 있다. 바로 임수경 씨가 평양에 가기 1년 전인 1988년 전대협 남북청년학생회담의 남측 단장까지 맡은 바 있는 학생운동권의 리더 출신이라는 것.

다음달 부산영화제 상영과 극장 개봉을 앞두고 기자를 만난 그는 "운동권 출신 배우라는 말이 썩 달갑지만은 않겠다"는 말에 "그게 사실 지금은 중요하지 않다"고 대답하며 말문을 열었다.

"소위 말하는 문화운동을 하기 위해 연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행복하고 남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영화를 하는 것이죠.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말이 더 좋습니다."

<선택>에서 주연을 맡았지만 사실 그의 연기를 기억하는 영화팬들은 많지 않다.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는 <둘 하나 섹스>와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 등 독립영화. 이밖에 <연풍연가>, <북경반점>, <정글쥬스>, <일단 뛰어>에서는 비중이 적은 조연으로만 얼굴을 내밀었다. 연기자 김중기에 대한 평가는 현재진행형인 셈.

서울대 철학과 85학번으로 학생 운동으로 세상과 부딪치던 그가 연기자의 길에 들어선 것은 영화 <정복자 펠레>와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 때문이었다.

"89년 감옥에서 나온 뒤에 그동안 안보던 영화도 보고 시나 소설을 읽으며 지냈어요. 이나 <정복자 펠레>, <프라하의 봄> 등을 보는데 이만큼 즐거운 일이 없더라고요. 특히 <정복자…>의 막스 폰 시도우의 연기를 보고 가슴이 뒤집어지는 뭉클함을 느꼈습니다. 낙엽이 떨어지는 어느 가을 도서관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연기자가 되겠다고 불쑥 결심을 했습니다."

군대에 다녀온 뒤 대학로에서 '소리없는 만가(挽歌)' 등의 연극에 몇편 출연했고 이듬해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연기를 공부했으며 영화전문지 필름2.0에 온라인 팀장을 맡은 2년을 제외하고는 영화 출연을 계속하고 있다.

<선택>은 독립영화에만 출연하는 배우라고 인식될까봐 꺼리던 그가 '어쩔 수 없 는 운명'으로 선택한 영화.

"운명 혹은 팔자 같은 거예요. 처음에는 출연을 고사했지만 스스로 하지 않을 이유를 찾을 수가 없더군요. 시나리오와 캐릭터도 탄탄하고 어렸을 적부터 늙은 나이에 이르는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이 배우로서도 좋은 도전이고…."

영화는 45년간 수감생활을 한 김선명 씨의 일생을 그리고 있는 만큼 대부분의 촬영을 교도소 세트나 서대문의 실제 형무소에서 진행했다. 투옥 경험이 연기에도 도움이 됐겠다고 말을 건넸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독방에서 교도소 생활을 했으니 '소지'니 운동시간이니 하는 분위기는 잘 알고 있죠. 특히 밥먹는 장면에서 도움이 됐죠. 안에 있으면 정말 항상 배가 고프거든요."

교도소에서 먹었던 특식과 쌀밥 등의 얘기를 들려주며 말을 잇던 그에게 만약 김선명 씨의 상황이 되면 버틸 수 있었겠느냐고 물었다.

"아마 못했을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세대가 다르고 성장한 문화적 배경이 달라요. 장기수 분들은 선비스타일의 어른들 같아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절대 굽히지 않는 것이 존재의 근거이고 이를 빼앗기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죠."

케빈 스페이시나 에드워드 노튼, 안성기 등의 배우를 좋아한다는 그에게 배우로서의 꿈은 무엇인지 물었다.

"유명해지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먹고 살 정도의 돈을 벌며 평생 연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 바람입니다."

<선택>은 다음달 2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뉴커런츠 부문에서 상영되며 같은 달 24일 전국 극장가에서 개봉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