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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영화제] 이변 속에서도 전통 재확인
2003-09-08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의 리도 섬에서 막을 올린 제60회 베니스 국제영화제가 6일 폐막식에서 <귀향>(원제 The Return)에 황금사자상을 안겨주는 것으로 11일 간의 영화 잔치를 마감했다. 영화제에 참석한 각국 관계자들은 2000년 TV 시리즈 <검은 방>을 만든 뒤 이 영화로 데뷔한 신인 감독 안드레이 즈비야진체프가 최고 영예를 차지한 것을 이변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현지 언론과 평론가들의 평가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데다 그동안 베니스ㆍ칸ㆍ베를린 등 메이저 영화제들이 관록과 명성을 배려해온 전통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귀향>은 10년간 집을 떠나 있던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집으로 돌아와 사춘기의 두 아들을 혹독하게 훈육시키는 과정을 다룬 가족영화. 촬영 직후 숨진 청춘스타 블라디미르 가린과 함께 이반 다브론라바프, 콘스탄틴 라브로넨코 등이 주연을 맡았다.

영화제 일일소식지 `필름 TV'에 따르면 17명의 평론가들은 <귀향>에 대해 10점 만점에 평균 7.5점을 매겨 20편의 메인 경쟁부문 초청작 가운데 3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또다른 일일소식지 'CIAK 인 모스트라'의 별점은 평균 두 개 반을 겨우 넘겨 7위권에 머물렀다.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은 레바논 여성감독 란다 샤할 사바그의 <연>(The Kite)에 돌아갔다. <연> 역시 평론가 평점은 낮았지만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국경지대에서 꽃핀 사랑을 그린 소재가 심사위원들의 호감을 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돌스>(Dolls)로 베니스를 찾았다가 빈손으로 귀국했던 일본 기타노 다케시는 감독상을 챙겼다. 97년 <하나비>에게 황금사자상을 안겨주었던 베니스가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한 셈이다.

남녀 주연상은 멕시코 감독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나리투의 할리우드 데뷔작 (21Grams)에 출연한 미국 배우 숀 펜과 <로젠스트라스>(Rosenstrasse)의 독일 배우 카트자 리만이 나눠가졌고, 지난해 문소리가 차지했던 신인배우상은 프랑스 영화 <라자>(Raja)의 주연배우 나자 베살렘에 돌아갔다.

가장 높은 평점을 기록해 유력한 황금사자상 후보로 떠올랐던 <굿모닝, 나이트>(Good Morning, Night)의 이탈리아 감독 마르코 벨로치오는 시나리오 공로상에 머물러 또다른 이변으로 기록됐다. 기타노 다케시와 함께 평론가들의 평가에서 선두권을 형성해 수상 기대를 부풀렸던 <부산>(Busan)의 대만 감독 차이밍량(蔡明亮)도 무관에 그쳤다.

메인 경쟁부문 `베네치아 60'의 수상 결과를 보면 이변 속에서도 아시아와 미국, 유럽 각국 등에 안배하는 관행을 어기지 않았다. 또한 중동 분쟁, 나치의 유대인 탄압, 이탈리아 붉은 여단 등 현대사의 비극을 소재로 한 영화에 손을 들어주는 경향도 재확인했다.

2회 연속 수상을 노리던 <바람난 가족>(사진)은 전반적으로 무난한 평가를 받았으나 불륜과 가족의 해체라는 소재가 유럽에서는 그다지 새롭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데다가 무거운 주제와 실험적인 접근방법을 비교적 선호하는 영화제 경향에도 맞아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수상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영화 <자토이치>의 평판이 좋았던 것도 악재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짙다. (베니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