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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모는 웃고, 헐크는 울고
김혜리 2003-08-11

할리우드 여름 성적표, 와이드 개봉 전략·속편 안전주의에 대한 믿음 깨져

“교훈적인 여름이었다.” 굵직한 블록버스터들이 대부분 시장의 평결을 받은 8월 초 현재 <버라이어티>가 내놓은 2003년 할리우드 여름 시즌에 관한 총평이다. 올 여름 할리우드 전체 박스오피스는 지난해와 어슷비슷한 수준. 그러나 극장 티켓값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관객 수는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블록버스터의 편당 제작비 상승을 따져보면 스튜디오들의 수익률 하락세는 명백하다. 1억5천만달러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 숱한 보증수표 블록버스터들이 물고기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가 일으킨 흥행 파도를 넘어서지 못했다. 융단폭격 식의 배급전략이 무조건 일정한 흥행을 보장한다는 믿음이나 속편은 ‘썩어도 준치’라는 안전 제일주의도 철퇴를 맞았다.

올 여름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창의적인 고민을 생략하고 시장의 관행에 무임승차하려 한 제작자들. “여름영화는 워낙 첫주에 많은 스크린을 확보하기 때문에 마케팅으로 밀어붙이면 첫주 장사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속설은 6, 7월 몇편의 블록버스터에 닥친 재앙을 계기로 흔들렸다. 가장 우울한 예는 유니버설의 <헐크>. 개봉 주말 6210만달러를 벌었던 <헐크>는 2주차에 70%의 낙폭으로 수입이 격감해 ‘첫주 장사’에 대한 의존 심리에 경계경보를 울렸다. <버라이어티>는 영화 한편의 세계 동시개봉 비용만 7500만달러에 달하는 현실에서는 <미녀 삼총사: 맥시멈 스피드> 같은 히트 속편도 제작비와 광고비용을 통제하지 못하면 만족스런 흥행 성적을 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씁쓸한 여름이지만 승자는 있다. <버라이어티>는 <니모를 찾아서>의 대박에 힘입어 디즈니와의 재계약 협상 테이블에서 주도권을 잡은 픽사의 스티브 잡스 회장, <나쁜 녀석들2>와 <캐러비안의 해적>으로 관객동원력을 확인한 제리 브룩하이머를 꼽았다. 스튜디오 중에는 지난해보다 점유율이 12% 상승한 유니버설과 디즈니가 선두를 차지했다. 디즈니는 애초 지나치게 ‘디즈니랜드적’인 블록버스터가 아니냐는 회의적 반응을 샀던 <캐러비안의 해적>이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을 불러모으면서 이미 속편 기획에 들어갔다. 와 <슈팅 라이크 베컴> 2편의 슬리퍼 히트를 낸 폭스 서치라이트는 메이저의 예술영화 전문 자회사 중 발군의 성과를 올렸다.

폭스 서치라이트는 많은 시사회와 인터넷 캠페인에 각각 중점을 두어, <슈팅 라이크 베컴>과 의 마케팅을 추진해 성공을 거두었다. 이 밖에 <버라이어티>는 올 여름을 제패한 유행으로 여성액션과 5월 개봉을 꼽았다. <도망자>나 <쥬라기 공원> 시리즈같이 여성이 구색에 그쳤던 과거의 여름 액션영화들과 달리 2003년의 액션영화 <엑스맨2> <매트릭스2 리로디드> <터미네이터3> <툼레이더2> <미녀 삼총사2>가 여성 히어로의 활약을 앞세웠다. 한편 2억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린 여름영화 네편(<니모를 찾아서> <매트릭스> <브루스 올마이티> <엑스맨>)이 모두 5월에 개봉하는 기이한 기록을 남겼다. 김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