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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연속기획2 - 다시 만나는 청춘스타들 [1]
김현정 2003-08-01

DVD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막무가내의 젊음을 돌이키다

소피 마르소, 유덕화, 나스타샤 킨스키 등 DVD로 다시 만나는 80년대 청춘스타 10人

요즘 문구점에선 구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인기스타들의 사진이 박힌 책받침과 연습장. 수북이 쌓인 사진 중에서 나의 우상을 골라내 정성껏 코팅하고 가방 속에 찔러넣으면, 진귀한 보물이나 신통한 부적이라도 얻은 듯 괜스레 가슴이 뻐근해오던 기억들. 198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당신이라면, 그들을 추억하고 싶을 것이다. 피비 케이츠, 소피 마르소, 맷 딜런, 로브 로, 왕조현, 유덕화, 제니퍼 빌즈, 나스타샤 킨스키, 마이클 J. 폭스, 패트릭 스웨이즈…. 일부는 사라지고, 일부는 남았지만, 남은 이들도 예전의 그들은 아니다. 그리고 그들을 추억할 작품들은 대부분 사라지거나 손상됐다. 십수년간 닳고 닳아 사람의 형체와 움직임 정도만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화질이 엉망이 돼버린 비디오 테이프, 바래지고 뭉개진 추억 앞에 망연할 필요는 없다. 80년대 청춘 스타들의 대표작들이 DVD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건, 반갑고 즐거운 사건. 디지털 혁명이 되돌려준 것은 화질과 음향만이 아니다. 플레이트에 올리고 버튼을 누르는 순간, 한때 우리가 열렬히 연모하고 숭배했던 청춘 스타들에 대한 추억도 더불어 또렷이 재생될 것이다. DVD는 이제, 당신의 우상과 함께 당신의 청춘까지 돌려줄 참이다. - 편집자

“난 살아남았고, 그것으로 모든 오해를 불식시켰다”

<아웃사이더>의 맷 딜런

The Outsiders | 제작 1983 |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 출연 맷 딜런,랠프 마치오, 토마스 하우엘 등 | 출시사 영상프라자 | 그외 출시작 <럼블 피쉬>,<클럽 싱글즈>,<미스터 원더풀>,<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80년대 아이들은 개성이 강하고 도도했다. 그들은 언제 어디서든 왕족처럼 굴었다. 맷 딜런도 그런 아이였다. 오디션 석상에서 거울을 들여다보며 머리를 매만지다 “주차비나 돌려달라”고 말하던, 성의없고 당돌한 아이는 그 자리에서 십대들의 ‘대변자’가 되었다. 움푹 들어간 눈이 만들어내는 그림자, 만사 귀찮다는 듯 씹어 뱉는 말투, 건들거리는 어깨와 발걸음. 맷 딜런이 말론 브랜도와 제임스 딘의 뒤를 이어 반항아 계보에 편입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정확히 20년 전, 브랫 팩 영화의 포문을 연 <아웃사이더>는 지금 보면 감회가 새로운 작품이다. 랠프 마치오, 토머스 하우엘, 로브 로, 에밀레오 에스테베즈, 톰 크루즈, 다이앤 레인, 그리고 레이프 가렛까지 당시 청춘스타(또는 예비스타)들이 총출동한 이 영화는 ‘그리즈’라 불리는 도시 빈민층 아이들이 자존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이야기. 주요 출연진만 열명 안팎인 이 영화에서 맷 딜런은 ‘그리즈’들의 정신적인 지주인 댈라스로 분했다. 힘없는 아이들과 여자들을 괴롭히고, 명분뿐인 무모한 싸움을 주도하는 삼류 양아치에 불과한 그지만, 심약한 랠프 마치오와 토머스 하우엘을 돌보는, 사려 깊은 맏형의 면모를 과시해, 소녀들의 연인이 됐고, 소년들의 친구가 됐다. 어느 쪽이든, 엄마들은 질색할 스타일.

<아웃사이더> <럼블 피쉬> 등의 청춘영화를 통해 맷 딜런은 새 시대의 ‘반항아’ 이자 ‘핀업스타’로 등극했지만, 이런 이미지는 성인이 된 그에게 멍에가 됐다. 구스 반 산트의 <드럭스토어 카우보이>는 아이돌 스타에서 벗어나 배우로 거듭나려는 맷 딜런의 의지가 빛을 발한 작품. 이후 개성있는 작은 영화로 눈을 돌린 맷 딜런은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등에서 어깨에 힘을 뺀 코믹한 연기를 선보이며, 오랜 브랫 팩 슬럼프에 작별을 고했다. “사람들은 내가 가진 게 곱상한 얼굴뿐이라고 했다. 구차하게 변명하고 싶진 않다. 난 살아남았고, 그것으로 모든 오해를 불식시켰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몸을 갖고 있다면 왜 보여주려 하지 않나?”

<리치몬드 연애소동>의 피비 케이츠

Fast Times at Ridgemont High | 제작 1982 | 감독 에이미 헤커링 | 출연 제니퍼 제이슨 리,숀 펜,피비 케이츠 | 출시사 콜럼비아 | 그외 출시작 <그렘린1>,<그렘린 2>

동서양의 미덕을 완벽한 비율로 골라 갖췄던 피비 케이츠. 이렇다 할 흥행작 한편 없었고, 특정 작품이 계기가 된 것도 아니지만, 이미지와 목소리만으로 피비 케이츠는 소년들의 판타지에 출몰하곤 했다. 무인도를 배경으로 한 미소년-소녀의 사랑 이야기가 유행하던 시절, 브룩 실즈의 <푸른 산호초>를 본따서 만들어진 <파라다이스>는 피비 케이츠의 벗은 몸과 직접 부른 주제가만이 화제를 모았고, 꼬마 괴물들이 등장하는 <그렘린>은 아동용 영화인 탓에 피비 케이츠의 존재감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리치몬드 연애소동>에서는 피비 케이츠의 젊고 아름다운 모습을 섭섭치 않게 감상할 수 있다. 카메론 크로가 각본을 쓰고 에이미 해커링이 연출한 이 작품은 상당히 ‘앞서나간’ 청춘영화였다. 학교생활, 연애, 경제적 독립 등의 문제로 씨름하는 십대들의 일상과 성장을 유쾌하게 따라잡은 수작. 피비 케이츠는 여기서 주인공인 제니퍼 제이슨 리의 연애 상담을 도맡을 만큼 경험이 풍부한 친구로 등장하지만, 출연 비중을 넘어서는 강한 임팩트를 남긴다. 학교 식당에서 당근을 입에 물고 오럴섹스 시범을 보이는가 하면(<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멕 라이언보다 한수 위다), 빨간 비키니 차림으로 친구집 풀장을 서성이는 것만으로 친구 오빠를 황홀경에 몰아넣는다. 처녀딱지를 떼느냐 마느냐를 고심하는 순진녀 제니퍼 제이슨 리, 파도와 대마초를 사랑하는 말썽꾸러기 숀 펜, 다혈질의 풋볼 선수 포레스트 휘태커, 이들의 앳된 모습을 만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 그들 모두 스크린에서 나이를 먹어가고 있지만, 피비 케이츠는 80년대와 함께 사라졌다. “쇼 비즈니스에서 여성으로 성공하려면 벗을 줄 알아야 한다. 아름다운 몸을 갖고 있다면 왜 보여주려 하지 않나?”라고 말하던 당찬 소녀는 <데이브> <인 앤 아웃>의 케빈 클라인과 결혼해 두 아이의 엄마가 됐고, 아이들 곁에 머무르는 쪽을 택했다. 뜨문뜨문 영화와 연극에 출연하고 있다지만, 국내에서 그 작품들을 감상할 기회는 없었다. 피비 케이츠를 열망하던 그때 그 소년들은, 그걸 다행으로 여길까, 불행으로 여길까.

선량하고, 지혜롭고, 낙천적인

<백 투 더 퓨처>의 마이클 J. 폭스

Back to the Future | 제작 1985 |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 출연 마이클 J 폭스,크리스토퍼 로이드,리아 톰슨 | 출시사 유니버설 | 그외 출시작 <프라이트너>,<나의 성공의 비밀>,<스튜어트 리틀 1>,<스튜어트 리틀 2>

160cm가 될까 말까한 왜소한 몸, 평범한 이목구비의 이 남자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었다. 마이클 J. 폭스. 그는 밝고 건강했고, 무엇보다 친근했다. 85년작 <백 투 더 퓨처>는 마이클 J. 폭스의 생기와 재치와 선의가 빛나는 작품이다. 괴짜 발명가가 만들어낸 타임머신을 탔다가 30년 전으로 되돌아간 그는 자신과 같은 또래의 부모를 만나게 된다. 속속들이 알지 못했던 부모의 청춘기에 대한 문화충격, 각자 다른 인연을 찾아나설 태세인 부모를 맺어주려는 눈물겨운 노력은, 마이클 J. 폭스의 당혹스러운 표정과 종종거리는 품새로, 코믹하면서도 스릴 넘치게 체현됐다. 서플먼트에서 공개된 캐스팅 비화. 당시 제작진의 첫 번째 초이스는 TV시트콤 <패밀리 타이즈>로 인기를 누리던 마이클 J. 폭스였지만, 사정상 당시 유망했던 또 다른 배우 에롤 스톨츠를 택해 상당한 분량을 촬영한 상태였다. 그러나 모든 게 허사였다. “착오였다. 내가 의도했던 유머가 살아 있지 않았다. 이를 되살리는 길은 마이클을 재기용하는 것뿐이었다”는 것이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의 회고(3부작 모두 DVD로 출시됐는데, 메이킹 다큐멘터리, NG 장면과 편집된 장면 등이 골고루 수록돼 보는 재미가 더하다).

그 마이클 J. 폭스가 파킨슨병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그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은 안타까이 한숨을 내쉬었다.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현란하게 거리를 누비던 정력적인 그 남자는 세월이 흘러도 노쇠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그 충격이 더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가 “내 미래를 100% 낙관한다”며 잘 견뎌내고 있다는 사실. 마이클 J. 폭스는 인기시트콤 <스핀 시티>에 고정출연하고 <스튜어트 리틀>의 생쥐 스튜어트에게 두 차례 목소리를 빌려주는 등 세월과 병마 앞에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한점 그늘이 없는 밝고 건강한 젊음, 선량하고 지혜롭고 낙천적인 청년의 이미지는 영화가 만들어낸 허상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첫사랑의 떨림을 담은 그녀의 눈망울

<라붐>의 소피 마르소

La Boum | 제작 1980 | 감독 끌로드 삐노토 | 출연 소피 마르소,끌로드 브리소,브리짓 포시 | 출시사 플레이스테이션월드코리아 | 그외 출시작 <안나 까레니나>,<브레이브 하트>,

동서양 어느 문화권의 미학적 기준에서도 ‘이국적’으로 비치는 청순하고 신비로운 얼굴, 부조화스러워 보일 만큼 육감적인 몸매를 지닌 소피 마르소는 80년대를 풍미한 아이돌 스타였다. 스무살이 되기 전부터 성숙한 여인의 향기를 물씬 풍겼던 소피 마르소에게도 앳된 시절이 있었으니, 소피 마르소가 열네살에 만난 첫 영화 <라붐>이 바로 그 여리고 풋풋한 청춘의 증거다.

“그애랑 당장 헤어져라.” “다른 방법은 없나요?” 파티에서 만난 남자아이 때문에 가슴 태우는 여중생의 성장드라마인 <라붐>은 소피 마르소의 싱그러운 매력이 아니었다면, 그저그런 십대 영화에 그쳤을 작품이다. 이름마저 중성적인 ‘빅’으로 출연했던 소피 마르소는 얼굴선을 따라 커트한 바가지 머리에 청재킷을 즐겨 입는 수수한 모습이지만, 첫사랑의 떨림을 담은 눈망울과 입매는 이미 충분히 고혹적이다. 빠른 스윙 음악과 춤이 파티 홀을 가득 메우고 있는 가운데, 소피 마르소가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주제가 <리얼리티>)에 맞춰 남자친구와 블루스를 추며 사랑을 예감하는 장면은 지금 봐도 로맨틱하고 감미롭다(이 장면은 몇년 전 정우성과 전지현이 함께 출연한 모 의류 CF에서 차용하며 유행되기도 했다). 당시 그녀의 매력에 빠진 관객은 파리에만 450만명에 달했다. 소피 마르소는 <라붐2>도 성공으로 이끌며 월드 스타로 발돋움했지만, 이후 <유 콜 잇 러브> 등 그저그런 청춘물을 전전하다가, 새로운 도약을 꿈꾸며 안드레이 줄랍스키의 뮤즈(이자 아내)가 되길 자청하기도 했다. 할리우드로 건너가 <브레이브 하트>의 공주와 의 팜므파탈이 됐는가 하면, 감독으로 또 작가로 데뷔하는 등 꾸준한 활동을 보이며, 팬들의 갈증을 달래주고 있다.

섹시 스타는 이렇게 탄생하였다

<터티 댄싱>의 패트릭 스웨이즈

Dirty Dancing | 제작 1987 | 감독 에밀 아돌리노 | 출연 페트릭 스웨이즈,제니퍼 그레이 | 출시사 다우리엔터테인먼트 | 그외 출시작 <사랑과 영혼>,<폭풍 속으로>,<도니 다코>

퀴즈 하나. 1991년 <피플>이 ‘가장 섹시한 남자’로 선정한 배우는? 믿기 힘들겠지만(?), 패트릭 스웨이즈다. <더티 댄싱>에서 춤으로 단련된 근육질 몸매를 선보인 그는 <사랑과 영혼>에서 “사랑한다”는 말에 인색한, 그러나 죽음도 가로막지 못하는 ‘싸나이 순정’을 발휘해 뭇여성들의 가슴을 흔들어놓았다.

패트릭 스웨이즈에게 ‘섹시 스타’의 훈장을 달아준 <더티 댄싱>은 87년 당시 영화와 관계된 모든 것(배우, 춤, 수록곡)을 유행시킬 만큼 선풍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남녀가 몸을 밀착시킨 채 허리를 흔드는 기본자세 때문에 천박하고 음란한 춤으로 치부됐던 더티 댄스의 반역적 에너지를 찬미하는 이 영화의 리더는 당연히 ‘댄스 강사’인 패트릭 스웨이즈다. <더티 댄싱>은 배우 이전에 춤꾼이었던 패트릭 스웨이즈의 매력과 장기가 잘 녹아 있는, 전무후무한 그의 대표작. 멜로배우로는 적합치 않아 보이는 패트릭 스웨이즈는 당시 거부하기 힘든 강한 남성성으로 어필했다. 순진한 양갓집 규수 제니퍼 그레이가 무뚝뚝하고 우악스런 그의 품에서 시종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패트릭 스웨이즈는 <폭풍 속으로> 같은 남성영화와 <시티 오브 조이> 같은 영웅영화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이후 지지부진한 행보를 보여왔다. 달라진 그의 모습을 만난 것이 2년 전. 패트릭 스웨이즈는 저예산 판타지영화 <도니 다코>에서 중년 여성들을 현혹하는 정신개조운동가(주인공 소년은 그를 변태 취급한다)로 등장해, 그간 자신의 역할 이미지를 패러디해 보였다. “박스오피스 게임에서 벗어난 뒤, 배우로서 자유로워졌다”고 말하는 이즈음, 그는 아내 리사 네이미의 감독 데뷔작 <원 래스트 댄스>의 제작과 주연을 맡기도 했다.

DVD 연속기획2 - 다시 만나는 청춘스타들 [1]

DVD 연속기획2 - 다시 만나는 청춘스타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