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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할리우드
박은영 2003-07-14

<T3> <미녀 삼총사: 맥시멈 스피드> 등 공격적인 마케팅 공세에도 기대를 밑도는 흥행성적 보여

할리우드 흥행전선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극장가 대목인 독립기념일(7월4일) 주간에 <터미네이터3>와 <금발이 너무해2> 등 막강한 대작이 첫선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같은 시즌에 비해 전체 박스오피스가 15%나 하락한 것. 한해 사이 입장료가 올랐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 입장객 수는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뜻이다. 이에 <버라이어티>는 속편으로 가득한 올 여름 시즌에 제목을 붙이자면 바로 “관객의 역습”이 아니겠냐며, 흥행부진의 원인을 짚어 봤다.

기대를 모았던 속편 중 하나인 <터미네이터3>는 개봉주말 4400만달러를 벌어들였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시점에 개봉한 <맨 인 블랙2>보다 낮은 스코어일 뿐 아니라, 관객 수로 환산했을 때 1991년 <터미네이터2>의 오프닝 기록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돌아온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바그다드에 주둔한 미군들을 방문하는 등 홍보 투어 강행군을 벌이고, 슈워제네거의 주지사 출마를 반대하는 캠프에서 영화흥행을 돕기 위해 20달러씩 건네는 이색 정치캠페인을 벌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실망스런 성적이다. 예상 밖의 흥행을 거뒀던 전작과 달리, <금발이 너무해2>도 첫 주말에 2300만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개봉 2주차인 <미녀 삼총사: 맥시멈 스피드>도 미녀 셋이 남성잡지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첫 주말에 비해 62%의 낙폭을 보였다.

연초부터 7월 첫주까지의 흥행기록이 2002년 같은 기간의 성적에 못 미치는 것은 당연지사. 티켓 판매량으로 환산하면 8.2%나 하락해 있다. 이는 단순히 미국이 불황을 겪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5월 중순 요란하게 개봉했던 <매트릭스2 리로디드>가 올해 최고의 흥행작 자리를 <니모를 찾아서>에 넘겨줬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실시한 ‘가장 실망스러운 여름영화’ 설문 조사에서 상위권 4편 중 3편이 모두 속편. <버라이어티>는 속편들의 부진을 두고 “할리우드가 악마의 사탕을 너무 많이 먹어버린 건 아닌가”라며, 함량 미달의 프로젝트를 특수효과로 커버하려는 안일한 기획들을 비판했다. <LA타임스>도 한 할리우드 관계자의 말을 인용, “스튜디오는 십대 소년 관객을 잘못 파악하고 있다. 그들이 보고 싶어하는 건 블루 스크린의 스펙터클이 아니라, 로맨스와 복잡다단한 감정을 지닌 캐릭터다”라고 썼다. 여름 블록버스터의 가장 충성스런 관객인 십대 소년들을 <니모를 찾아서> <브루스 올마이티> 에 빼앗긴 건 바로 그런 이유라는 것이다.

속편에 전편보다 더 많은 제작비를 쏟아붓는 것이 상례고, 이 때문에 수익분기점도 덩달아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박스오피스의 하락세는 스튜디오 입장에선 심각한 문제다. 올해 메이저 스튜디오의 라인업 중 속편이 30편에 달하고, <툼 레이더2> <나쁜 녀석들2> <아메리칸 웨딩> <스파이 키드3> 등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시점에, 속편의 운명을 논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스튜디오로서는 관객이 친숙한 영화 못지않게 새로운 영화를 선호한다는 새삼스런 진리를 되새겨야 할 시점인 것 같다. 박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