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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영화 도박‥새 감독에 베팅하라
2003-07-08

<터미네이터>의 또다른 속편이 12년 만에 만들어진다고 할 때 세간의 관심은 과연 55살의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무리없이 액션을 소화해낼 수 있을까에 모아졌다. 하지만 <터미네이터 3: 기계들의 반란>이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며 성공적으로 미국에서 개봉한 지금, 관심은 감독 조나단 모스토에 쏠리고 있다. ‘빅 네임’ 제임스 카메론이 확립해놓은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유산을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가미해냈기 때문이다.

유명 영화의 속편을 제작하는 것은 부담도 크지만 그만큼 성공하면 금방 A 리스트 반열에 오르는 보상도 큰 게 사실이다. 가장 큰 부담은 기존의 영화들이 확립한 성공과 관객들의 기대치를 지키면서도 자기만의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일일 것이고 그런 점에서 모스토 감독은 매우 성공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올해 41살인 모스토는 하버드대 출신으로 <브레이크 다운> 등 B급 저예산 액션영화로 조용히 명성을 쌓아왔다. 배고픈 감독지망생 시절 카메론의 <터미네이터>를 가장 이상적인 영화로 생각해왔던 팬으로 터미네이터의 세계를 잘 알고 있는 그의 성공비결은 무엇보다도 특수효과 액션영화가 간과하기 쉬운 스토리 구성에 심혈을 기울인 것. 제작사가 제공한 시나리오를 받아든 순간부터 꼬박 1년 동안 오랜 파트너들과 함께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데 매달렸다고 한다.

우선 사라 코너의 존재를 없애고 그 대신 아들 존 코너에 스토리를 집중했다. 원래 시나리오에선 존 코너가 닷컴 기업체에 근무하면서 결혼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설정했지만 모스토는 좀더 어두운 톤을 택해 그가 미래의 살인기계로부터 피신해 존재 없는 삶을 살려고 애쓰는 모습으로 그린다. 그리고 나이든 슈워제네거를 고려해 그의 사이보그 상태를 설정한 것도 무리없이 스타와 스토리를 결합한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물론 슈워제네거가 <터미네이터 2> 때의 몸매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실제로 <터미네이터3>에서 나이든 티를 전혀 보이지 않지만, 그가 맡은 T-101이 “난 한물 간 디자인”이라고 존 코너에게 말하는 장면은 슈워제네거가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들리는 묘미가 있다. 특히 존 코너와 그의 미래 참모진들을 죽이는 임무를 띠고 온 첨단 여성 살인기계 T-X의 성능과 비교해볼 때 T-101은 턱없는 구식이지만 그만큼 둘의 대결은 흥미진진하다.

모스토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의 미래 에스에프영화를 연상시키는 스토리와 긴장감넘치는 추격전 등 특수효과 볼거리들을 109분이란 짧은 시간에 소화해내는 B급 액션영화의 솜씨를 메이저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에 결합함으로써 성공적인 속편영화를 만들어냈다.

할리우드의 여름 블록버스터는 속편에 중독되어 있다고 해도 좋을 만큼 점점 더 유명 프랜차이즈 영화에 매달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새롭게 대두된 도박의 하나가 ‘뉴 페이스’로의 감독 교체. 이번 여름만 해도 <터미네이터 3>를 포함, <금발이 너무해 2>의 찰스 허만-브룸펠트, <툼레이더 2>의 얀 드봉 감독이 프랜차이즈 영화의 메가폰을 이어받는 부담을 기꺼이 안았다. <해리 포터: 아즈카반의 죄수>와 <미션 임파서블 3>도 현재 감독을 바꿔 촬영이 진행 중이어서 그 변화가 어떨지 사뭇 기대된다. 로스앤젤레스/이남·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