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책입안자들은 지금 착각하고 있다."
칸영화제 고문이자 프랑스 최대의 영화 배급사 파테영화사 고문인 피에르 리시앙이 13일 개막한 프랑스영화제 참석하기 위해 지난 15일 내한했다. 그는 스크린쿼터 축소ㆍ폐지 논란에 대해 "한국의 정책입안자 중 일부는 헛된 꿈을 꾸고 있다"며 "스크린쿼터제가 폐지되면 한국영화가 대폭 추락하는 데 딱 3년이 걸릴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리시앙 고문은 칸 영화제 코디네이터 등으로 활동하면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임권택 감독 특별전, 뉴욕현대미술관 신상옥 감독 특별전 등 미주와 유럽에서 한국 영화 소개 특별전을 개최하는 등 '한국영화통'으로 알려져 있으며 칸영화제를 비롯한 프랑스 영화계에서도 영향력있는 인사로 활동중이다.
리시앙은 "최근 몇년간 파리에서 한국의 이미지가 좋아지고 많이 알려진 것은 분명히 한국 영화 덕이다"며 "영화는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라 한 국가와 문화의 자존심과 영광에 관한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프랑스가 자국 영화를 진흥하는 제도로 다양한 주제의 영화를 만들어내는 반면 이탈리아, 영국, 독일 등은 자국영화가 존재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스크린쿼터가 유지돼 재능있는 한국 영화가 계속 세계에 알려지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13-23일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프랑스영화제에는 개막작 <파괴>를 비롯한 메인상영작 12편 이외에 임권택 감독과 피에르 리시앙이 선정한 양국 걸작 아홉 편도 선보인다.
리시앙 고문이 선택한 한국 영화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원세)과 <길소뜸>(임권택) 등 두 편. <길소뜸>은 임 감독의 작품 중 덜 알려진 영화라는 점에서, <난장이…>는 개성적인 스타일 속에 담아낸 독특한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서 추천작으로 선정했다.
'한국영화의 열렬한 지지자'인 그가 처음 한국영화를 안 것은 임권택 감독의 <만다라>를 본 1982년. 이후 <씨받이>와 <서편제> 등을 통해 임 감독에게 관심을 갖게 됐고 신상옥, 홍상수, 장선우, 이창동 등이 그를 한국영화팬으로 만들었다.
지난달 말 열린 칸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경쟁부문에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해 그는 "2002년은 <오아시스>, <취화선>, <생활의 발견>이라는 걸작을 내놓은 해로 한국 영화계에서는 매우 중요한 한해였다"며 "선정위원들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므로 일희일비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진아 감독의 <그 집 앞>과 전수일 감독의 <파괴>가 경쟁부문 선정에 근접했으나 후반작업이 늦었거나 마감을 넘겨 경쟁부문에는 오르지 못했다"며 경쟁부문 출품작 선정의 뒷얘기를 들려줬다. 라시엥은 "내년에는 최소한 두 편의 한국영화는 칸영화제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