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의 연이은 성공에 메이저 스튜디오들의 에니메이션 제작 경쟁 불붙어
픽사가 제작하고 디즈니가 배급한 다섯 번째 장편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가 박스오피스에 집채만한 파도를 일으켰다. 5월30일 개봉한 <니모를 찾아서>는 첫 사흘 동안 7060만달러를 미국 극장가에서 벌어들여 애니메이션영화로는 사상 최고의 개봉주말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종전 챔피언은 개봉주말 수입 6260만달러의 <몬스터 주식회사>. 이로써 네편의 전작을 통해 세계 흥행 17억3천만달러를 기록하고 디즈니에만 5억달러의 수입(DVD, VHS, 게임 포함)을 안겨준 픽사의 주가는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스티브 잡스 픽사 회장은 이미 공언한 대로, 조지 루카스가 폭스에 얻어낸 것과 유사한 극히 유리한 조건의 계약을 디즈니쪽에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니모를 찾아서>의 성공은 애니메이션 제작에 뛰어든 메이저 스튜디오와 제작사의 분발과 경쟁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올해 공개되는 할리우드 장편애니메이션은 6편. 내년에는 11편, 2005년에는 더 많은 장편애니메이션이 개봉된다.
황금알 낳는 거위인 픽사를 파트너로 잡아두는 것이 급선무로 떠오른 디즈니의 다음 카드는 연말에 개봉하는 <브러더 베어>. 2004년에는 <목장의 집>을 개봉하고 2005년에는 자체 제작하는 최초의 CGI애니메이션 <치킨 리틀>과 픽사와 유사한 동반관계를 맺고 있는 뱅가드사의 첫 번째 CGI애니메이션 <발리언트>를 내놓는다. <미녀와 야수> 이래 동화를 각색한 예가 없는 디즈니는 마땅한 원작을 발굴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샤크슬레이어>의 개봉예정일에 픽사의 <인크레더블>을 개봉하겠다고 선언해 드림웍스를 견제하는 파워 게임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7월2일 <신밧드: 7대양의 전설>로 여름 흥행전에 뛰어드는 드림웍스는 <슈렉2>와 <샤크슬레이어>를 개봉하는 2004년에 승부수를 던진다. <아이스 에이지>로 미국 박스오피스 수입 1억7600만달러를 수확한 블루 스카이는 2006년에 완성될 <아이스 에이지2>에 앞서 2004년 개봉할 <로봇들>을 크리스 웨지 감독의 연출로 제작 중이다. 폭스가 피닉스 스튜디오를 폐쇄하고 MGM이 애니메이션 부문의 결실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용히 애니메이션에 야심을 키우고 있는 스튜디오는 소니. 창립 1년이 된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은 <라이온 킹> <환타지아2000>의 작가와 감독, <몬스터 주식회사>의 프로듀서를 스카우트해 6편의 애니메이션 기획을 추진 중이며 오스카 단편애니메이션 부문을 수상한 <첩첩스>의 장편판도 준비 중이다.
실사영화계의 히어로들도 애니메이션에 손을 뻗고 있다. 얼마 전 루카스 필름 애니메이션을 자회사로 설립한 조지 루카스를 비롯해, 오우삼이 파라마운트에서 <마이티 마우스>의 제작자로 나섰고 톰 행크스는 뮤지컬애니메이션 <거미와 파리>과 <앤트 불리>를 제작한다. 브라이언 그레이저의 이매진 영화사도 <호기심 많은 조지>의 프리 프로덕션을 진행 중. 이처럼 애니메이션 제작이 활성화된 큰 이유는 픽사 영화 등 몇몇 작품이 성취한 놀라운 수익성의 유혹과 CGI 테크놀로지의 비약적 발전이라고 <버라이어티>는 요약했다. 그러나 <타이탄 A.E.> <엘도라도> <보물성> 등 거대 예산 애니메이션들이 좌초한 마당에 보장된 성공은 없다. “애니메이션을 테크닉이 아닌 장르라고 생각하는 건 실수다. 설득력 있는 스토리와 캐릭터 없이는 좋은 영화를 뽑아낼 수 없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부서 신임 사장 데이비드 스탠튼의 말이다.
김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