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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마약, <비트>
2001-05-09

내 인생의 영화는? 몰러, 내 인생도 잘 모르는디 영화를 어찌 알어. 잘 몰러….

잠결에 전화를 받고… 글쓰는 거 별루 안 좋아하는 상문이라… 거절했는데….

10대 때 함께했던 영화들은 곧 교과서였다. 지금 생각해도 학교 교과서보다 훨∼낫다.

혼자 정리 안 하고, 씨부릴 건데 글을 올려줄는지?

사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없다. 내가 계속 변하니….

10대를 함께 보낸 영화들은 <비트> <보스> <젊은남자> <나쁜영화> <넘버3> <약속> <남자이야기> <깡패수업> <테러리스트> 등등이다.

그중에서도 <비트>가 왜 그리도 좋던지…. 아름다운 마약이었다. 지금 대학교에 입학해서, 선생님은 이제는 일반 관객의 눈이 아닌 전문적인 눈을 떠서 영화를 봐야 된다고 하지만 난 느낌 그대로가 좋다. 음악을 들을 때도 그렇지 않은가?!

지금도 음악을 들으며 글을 적고 있으니….

‘비트’를 보고 오르가슴을 느끼던 그 시절 난 돈이 없어도 술을 먹을 수 있었고, 달리고 싶을 땐 오토바이와 차를 타고 끝없이 달릴 수 있었고, 돈이 필요하면 어떻게든 구했고, 화가 나면 어디라도 주먹을 날릴 수 있었고, 학교가 갑갑하면 학교를 그만둘 수 있었고, 집이 갑갑하면 집을 나갔고, 여자가 꿀릴 땐 여자를 따먹고, 새로운 마음의 다짐을 하고 싶을 땐 문신을 하며 그렇게 살았고… <비트>란 영화가 있었다.

신문배달, 음식배달, 공돌이, 테이프장사, 군고구마장사, 웨이터 등 잡다한 일을 하던 때.

주점에서 일을 하다 아침이 되어서야 끝나고 집에 들어오기 전, 난 비디오가게에 들러 마음을 채워줄 비디오를 빌려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올 때면 햇볕은 쨍쨍하고 교복 입은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하는 모습이 보인다.

집에 돌아와 본 영화들은 모두 양아치이야기였다.

혼자 술잔을 기울이며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들은 꼭 마지막에 죽더라, 주인공이.

멋지고 슬펐다. 그때 내 오르가슴은 절정에 다다르고!!

시원하게 쌌다.

<비트>는 열번은 보고 또 보았을 것이다.

친구들과 <비트>에 나오는 대사와 행동을 흉내내며 웃었다.

항상 문제를 일으키던 한 친구는 전과4범이 되어 징역을 살게 되었다. 그때 난 대안학교에 복학을 하였고.

1,2,3학년에 각각 한반씩 있었는데 내가 있는 1학년의 반 이름은 ‘비트’반이었다. 넘 좋았다. 근데 교육청에서는 그 이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여 우리들만의 반 이름이었다. 원경고 비트반.

교도소에 있는 친구에게

편지를 썼다. 그 편지에 <비트>의 대사들을 적어 보냈었다.

답장이 날라왔다. <비트>의 ‘태수’한테처럼.

그리고 난 면회를 갔다.

그 친구는 씩씩하게 나를 맞이하였다….

그 친구와 몇몇 친구들은 그렇게 건달을 꿈꾸다…

건달이 되어 꿈을 이루었다.

그리고 양아치 섀끼던 나에겐 영화가 들어왔다.

나의 옛 친구들은 각자의 갈 길을 가게 되었다.

얼마 전, <눈물>을 보고도 너무 좋았다.

며칠 전 난 영화 <친구>를 보았다.

정감 어린 경상도 사투리는 내 가슴으로 들렸고…

친구들이 생각났다.

지금 와서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항상 자유를 갈망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일반적인 길을 걷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땐 하고 싶은 대로 살면서도 늘 뭔가 채워지지 않는 듯했다.

그것은 그 시절의 자유가 겉으로의 자유였으나 안으로의 자유는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제 안으로의 자유를 찾으려 한다.

그러면 아름다운 양아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친구>에서 유오성이 마지막에 면회를 하며 말한다.

(법정에서 왜 그랬었는지 물을 때)

“쪽팔리서.”

예전에 <친구>를 보았다면 <비트>와 같이 함께 사는 영화가 되었겠지만…

지금은…

바보가 되어 미친 듯이 살고 싶다. “쪽팔리서”가 존재하지 않는….

거기엔 영화가 없어도 좋다. 상문이가 없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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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상문/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 재학중, 씨네포엠 디지털제너레이션 프로젝트 참가중, <진리를 담기에는 테이프가 너무도 짧다> 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