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가족 이벤트
영화 <로얄 테넌바움>의 가족들처럼 구성원 각각의 개성과 심미안이 넘치더라도 가정의 화목을 원한다면 역시 안전한 흥행작이 최고다. 어른, 청소년들에게 두루두루 평균 이상의 평점을 받을 만한 영화로 <반지의 제왕:두개의 탑>를 꼽을 수 있다. 1편보다 웅대한 스케일이 볼 만하지만 상영시간이 세시간이나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매 또한 필수다. 1월1일 개봉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보물성>도 아이들과 함께 볼 만한 영화. 스티븐슨의 모험소설 <보물섬>을 미래 배경의 에스에프로 바꾼 이야기다.
▶연인끼리 손 꼬옥 잡고
80년대에 10대를 보낸 커플이라면 <품행제로>(27일 개봉)를, 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커플이라면 <색즉시공>을 권할 만하다. 고교 캡짱 중필(류승범)의 학원무림신화와 중필을 가운데 둔 두 여고생의 삼각관계가 명랑만화처럼 펼쳐지는 <품행제로>에서는 가수 김승진, 롤라장, 디스코 바지 등 80년대 히트상품 퍼레이드가 귀엽게 향수를 자극한다. 임창정, 하지원이 출연하는 <색즉시공>은 한국판 <아메리칸 파이>, 또는 대학생 버전의 <몽정기>다. 코미디 취향이 아니라면 2002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탄 <피아니스트>(1월1일 개봉)도 괜찮은 선택. 2차대전 때 게토에서 살아남은 유태인 피아니스트의 회고를 담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작품이다.
▶혼자서도 잘 해요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피아니스트>는 애당초 동반자를 찾지 않고 혼자 보는 편이 마음편할 영화. 성을 주제로 한 감독의 괴팍한 이야기 방식 때문에 행여나 같이 보러 간 사람한테 취향을 의심받을 수도 있다. 혼자 영화보는 게 못내 아쉽고 분노까지 치민다면 착한 이란 영화 <비밀투표>를 보며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 한편으로 기분이 안 풀릴 때는 같은 극장(씨네큐브)에서 하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를 추가로 보기를 권한다. 27일부터 다음달까지 3주 동안 하이퍼텍 나다에서 하는 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 기획상영전은 올 한해 소리없이 개봉했다가 내린 좋은 작품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자리. <도니 다코>,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 <걸 파이트>, <레퀴엠>, <워터 보이스>, <텐 미니츠 트럼펫> 등 “영화 좋다”는 이야기와 “간판 내렸다”는 소식이 거의 동시에 들렸던 11편을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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