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으로 땅굴파서 교도소를 탈출한 껄렁껄렁한 두 명의 사내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설경구와 차승원 투톱스타를 내세운 <광복절 특사>는 개봉 첫주말 전국 55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에 이은 흥행으로 김상진 감독-박정우 작가는 ‘황금콤비’라는 말이 무색치 않게 됐다. 탈옥한 날 아침 광복절 특사명단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발견하고 다시 교도소로 돌아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웃음의 주요무기로 삼았다. 부패한 관료·정치인 등에 대한 사정없는 조롱은 이들의 영화에서도 여전하다.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도 첫주말 16만5천여명의 관객이 찾아 김 감독의 전작 <나쁜 남자>의 첫주 흥행기록을 넘어서며 좋은 출발을 보였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다는 점과 장동건이라는 스타의 위력이 만만치 않은 셈이다.
추워진 날씨에도 순위 내에 <고스트 쉽><하얀방> 등 공포영화가 든 것도 눈길을 끈다. ‘공포영화=여름영화’라는 공식은 이제 옛말이 된 듯하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