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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 벗은 광주국제영화제 정리
2002-11-01

‘빛, 꿈, 감동의 나눔’이란 주제로 지난 25일부터 7일간 광주시내 주요 극장에서 열린 제2회 광주국제영화제가 31일 폐막작 <웰컴 투 콜린우드>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광주국제영화제는 영화제 홍보와 운영 면에서 다소 미흡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영화제치고는 영화계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해당 자치단체에서 준비하는 다른 영화제와 달리 순수 민간단체가 주도한 광주국제영화제는 올해를 계기로 광주 영화제의 존재를 전국과 세계에 알리고 지역민들이 영화제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유료 관람객 수가 1만4천여명으로 지난해(8천여명)의 2배 가까이 늘어난데다 개막작 <하얀방>을 비롯 <언러브드> <진 세버그의 일기> 등 10편의 영화는 매진사태를 빚어 광주영화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역량있는 신예 감독을 발굴, 소개하고 거장들의 영화세계를 반추하는데 포커스를 맞춘 이번 영화제는 국내 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개막식을 야외인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개최하고 개막식 축하공연을 전국에 생중계해 영화팬과 시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또 임권택, 김수용, 유현목, 데이비 고든 그린, 루크레시아 마르텔, 만다 구니토시 등 국내외 유명 감독을 비롯 이은주, 문성근, 박준규, 김영호, 장나라, 김현정, 강타, 왁스 등 영화인과 인기 연예인들이 대거 참석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이번 영화제의 성공적인 개최는 이미 부산과 부천, 전주 등지의 국제영화제가 기득권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많은 예산을 들여 다른 영화제를 뒤쫓아갈 필요가 있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짧은 준비기간에 정부와 자치단체의 예산 반영 시기가 늦은데다 재원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자막이 끊기고 타이밍이 맞지 않는 등 기술상의 허점과 티켓팅 등에서 나타난 운영미숙도 내년 3회 대회에서 보완해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열악한 여건에서 뒤늦게 뛰어든 광주영화제가 자리를 잡아가기 위해서는 수준있는 영화 상영, 질서있는 관람,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조직위는 전국의 영화팬들이 다른 영화제와 비교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 동네잔치가 되지 않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른 도시에 영화제를 선점당하고 비엔날레마저 뒤쫓기는 요즘의 행태를 바라보면 광주가 머지않아 예향(藝鄕)의 명성마저 내주게 될까 걱정된다”는 영화 평론가들의 충고도 가슴에 새겨야 한다.

광주영화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번 영화제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정체성 및 방향성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가 있어야 하며 부산국제영화제가 11월에 열리는 점을 감안, 개최시기를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또 영화 상영만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광주시민들이 영상문화를 접할 수 있는 교육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영상 전문인력 양성과 독립영화 제작단체 지원 등 지역 영상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영화인과 자치단체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직위 염정호 사무국장은 “운영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광주에도 영화제가 있다는 것을 전국에, 세계에 알린 것이 큰 성과였다”며 “예산이 20억-40억원에 달하는 다른 영화제에 비해 규모나 내용면에서 초보 수준이지만 광주영화제가 갖는 특성만 잘 살린다면 앞으로 좋은 영화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