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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가 추천하는 광주영화제 상영작
2002-10-21

올해 두 번째를 맞는 광주국제영화제가 오는 25일 광주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개막식을 갖고 1주일간의 축제를 펼친다. 광주국제영화제는 국내에서 열리는 다른 국제영화제들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예산으로 꾸려지는 작은 영화제지만 상영작들은 어느 영화제 못지않게 알차다. 올해에는 장편 극영화 80여 편을 비롯, 모두 220여 편의 영화가 충장로 극장가와 조선대학교, 광주 청소년수련관 등에서 관객들을 찾아간다.

광주국제영화제의 임재철 프로그래머가 관객을 위해 놓쳐서는 안될 영화 11편을 추천했다.

◇영시네마

▲<언러브드>(만다 구니토시) = 2001년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국제비평가상 수상작이며 시나리오 작가 출신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신분상승 욕구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삶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한 여성과 각각 열등감과 우월감에 얽매인 두 남자 사이의 사랑을 다룬다. 임 프로그래머는 “남녀 사랑의 선택 문제를 한정된 공간에서 빼어나게 묘사하고 있다”고 평했다.

▲<조지 워싱턴>(데이빗 고든 그린) = 빈민가의 흑인소년 조지 워싱턴을 중심으로 미국 남부 탈선 청소년들의 삶을 포착했다. 다큐멘터리 기법과 비전문배우들의 연기가 신선하다. 20대 후반의 신예가 만든 독립영화로 2000년 미국 비평가협회와 베를린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에 뽑혔다.

▲<>(루크레시아 마르텔) = 살인적인 더위 속에 휴가를 보내는 두 가족의 모습을 통해 부패해가는 부르주아적 삶을 냉정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아르헨티나 출신 감독은 이 영화로 2001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신인상에 해당하는 알프레드 바우어 상을 수상했다.

◇월드 시네마 베스트

▲<조용…촬영중…>(유세프 샤인) = 제3세계를 대표하는 이집트의 국민감독 유세프 샤인의 영화. 빠른 스피드와 수다스럽게 쏟아지는 배우들의 대사가 특징인 스크루볼 코미디를 변형했다. 중년의 스타 여배우가 영화에 출연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담았다. “가벼운 어조지만 영화 만들기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대가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추천 이유.

▲<야성적 순수>(필립 가렐) = 극히 개인적인 영화를 고집스럽게 만들어 온 필립 가렐의 영화. 마약 중독으로 사망한 실제 유명 모델과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프랑스 제작.

◇영화사 다시보기

▲<진 세버그의 일기>(마크 라파포트) = 오디션에 합격해 오토 플레밍거의 <잔 다르크>로 데뷔한 후 <슬픔이여 안녕>으로 세계적 스타가 된 여배우 진 세버그에 대한 이야기. 그의 가상 일기를 토대로 한 가짜 다큐멘터리 형식을 띠고 있으며 현대사회에서 정치와 스타의 기묘한 관계를 탐구한다.

◇마스터 디렉터:장 뤽 고다르 특별전

▲<오른쪽에 주의하라> = 고다르가 감독, 각본, 편집뿐 아니라 주연까지 맡은 코미디 영화. 임 프로그래머는 “잔인하게 코믹하면서 동시에 슬프게 시적이기까지 한 영화”라고 언급했다.

▲영화사 = 고다르가 영화의 역사를 가장 그다운 방식으로 정리한 프로젝트. 10년에 걸쳐 완성했으며 총 4부에 두 편씩 모두 8편으로 꾸몄다.

◇프랑스 범죄영화 특별전

▲<현금에 손대지 마라>(자크 베케르) = 장 가뱅, 잔 모로 주연의 50년대 정통 프랑스식 갱스터 영화. 금괴를 놓고 벌이는 갱스터간의 암투를 어두운 톤으로 보여준다.

▲<리피피>(줄스 닷신) = 프랑스 범죄영화의 최고 걸작 중 하나. 인간의 약한 본성이 어떻게 완벽한 계획을 좌절시키는지 보여준다. 대사와 음악 없이 무성으로 전개되는 28분의 보석절도 시퀀스는 이 영화의 정수.

◇닛카쓰 에로영화 걸작선

▲<빨간 머리의 여자>(구마시로 다쓰미) = 닛카쓰 영화는 70∼80년대 닛카쓰 영화사에서 만들어진 ‘로망 포르노’를 지칭하는 말. 이 영화는 닛카쓰 영화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끊임없이 성만을 탐닉하는 남녀의 파멸적 욕망을 그렸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