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영화를 배급하는 업체들에겐 자기 극장을 갖는 게 꿈일 게다. 미로비전의 채희승 대표도 올 7월 서울 인사동에 ‘미로 스페이스’라는 전용관을 개관했다. “98년 회사를 만들 때만 해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동숭시네마텍이나 코아아트홀에서 단관개봉하는 예술영화들도 관객들이 많이 찾았고요. 근데 몇년새 상황이 확 바뀌더라고요.”
<레퀴엠>의 개봉관을 잡지 못해 터덜터덜 인사동 길을 걷던 그의 눈에 새로 생긴 건물 지하극장에서 창극공연을 한다는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들어가보니 영화극장으로도 손색 없길래 당장 담당자를 만났죠.” 현재 142석의 미로 스페이스는 낮에는 창극 공연, 오후 3시대 부터는 평균 4회의 영화상영을 한다. 개관작인 <레퀴엠>은 다른 극장이었다면 꿈도 꾸지 못할 ‘5주 상영’의 기록을 세웠다.
현재 <워터보이즈>와 함께 번갈아 상영중인 <헤드윅>은 거의 전회매진이다. 경기도는 물론이고 부산에서 영화를 보러 온 사람도 있었다. 인사동이란 특성 때문에 외국인 관객도 적지않은 등 “명소 아닌 명소가 되어갈 것 같다”고 웃는다.
그는 “<워터보이즈>는 우리가 배급하는 영화지만 미로 스페이스에 걸 생각은 없었어요. 이 극장 프로그램의 색깔엔 안어울리는 ‘상업영화’잖아요. 근데 방법이 없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지난해 <와이키키 브라더스> 같은 한국영화의 시도를 따라 <워터 보이즈>를 위해 23일부터 강남의 동영아트홀(옛 계몽아트홀)을 아예 대관키로 했다. 미로 스페이스가 애초의 목표대로 “상업성 없다고 쉽게 떼어지는 작지만 좋은 영화들이 좀더 안정적으로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 지금 그의 바람이다.
글·사진 김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