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MCA야구단>은 거꾸로 가는 영화다. 외계인과 프리크라임 대원들이 한판 격돌을 일으키는 2002년
여름, 축구가 전 국민의 가슴을 뒤흔드는 시기에 호랑이 담배피우던 100년 전 이야기에 그것도 야구단이라니…. 거꾸로 가도 한참을 거꾸로
간 듯하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충무로가 이 영화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조선 최초, 최강의 야구단 이야기’라는 분명한 컨셉. 송강호,
김혜수라는 스타급 배우, 오합지졸들이 모여 여차여차해서 우승한다는, ‘으라차차 야구부’나 ‘셸 위 플레이 베이스볼?’ 같은 제목이 어울릴
법한, 밝고 건강한 성공담.
하지만 <YMCA야구단>을 둘러싼 그런 예상들은 어떤 부분은 맞고 어떤 부분은 틀렸다. 10월3일
개봉을 앞두고 지난 7월26일 크랭크업한 <YMCA야구단>을 찾아가 궁금했던 이모저모를 꼼꼼히 살피다보니 처음엔 그저그런 직구처럼 보이던
이들의 공이 사실은 교묘한 변화구의 기운을 숨기고 있음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시대적 우울과 강박을 벗고 재기와 상상력으로 무장한 <YMCA야구단>.
‘하반기 우승후보팀’이며, 현재 3루에서 홈으로 전력질주하고 있는 이들의 발걸음을 잠시 멈춰 세우고 건네본 사소한, 혹은 중요한 일곱 가지
질문들.
편집자
명필름이 <YMCA야구단>에 사활을 걸었다던데….
<코르셋> <접속>부터 시작해 <조용한 가족>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해피엔드> <섬> <공동경비구역 JSA>까지, 명필름은 곡간에 곡식을 가득 채우며 그 명성까지 업그레이드해나가는 충무로 최대의 ‘제작명가’로서 봄날을 구가해왔다. 그러나 <와이키키 브라더스> <버스, 정류장> 공동제작을 맡은 <후아유>까지 지난 2년간은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 하여 <YMCA…>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것이 사실이다. “아! 너무 부담스럽네, 우리가 돈벌어줘야 되는데…. 하핫핫핫!” 하는 송강호의 농담이 농담이 아닌것. 결국 <YMCA…>의 흥행여부와 작품의 질이 앞으로 명필름의 입지와 노선에 크게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처음 <YMCA…>를 기획하던 때보다는 지금 부담이 많이 늘었다. 명필름이 제작했던 지난 몇몇 영화들이 완성도면에서는 별 후회가 없었던 데 비해 흥행에서는 쓴맛을 봐야 했다. 그러다보니 외부적으로나 내부적으로나 긴장이 높아졌던 것이 사실이다. <…JSA> 이후 세웠던 계획도 방향을 조금씩 틀어야 했다. 사실 우리는 쭉 이런 기준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어 왔다. ‘1. 하고 싶은 이야기인가. 2. 잘 만들 수 있는 이야기인가. 3. 돈을 벌 수 있는 이야기인가.’ 그동안은 1, 2번에 경도되었던 게 아니냐는 반성을 많이 들었고 이제는 3번을 1번처럼 여기자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YMCA…>는 오히려 <해피엔드> 이전의 명필름 영화와 닮아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김현석은 어디에서 튀어나온 감독인가?
사활을 건 프로젝트에 신인감독은 무리가 아닌가 하는 질문은 “기획이 먼저 되고 감독을 붙인 게 아니라 감독이 직접 들고온 시나리오였는데요…”라는 대답과 만나면 쑥 들어가고 만다. “명필름 직원인 줄 알았다”는 사람이 많았을 정도로 명필름과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김현석 감독은 95년 재학시 썼던 시나리오 <사랑하기 좋은 날>이 영화화되며 이른 충무로 데뷔전을 치른, 알고보면 ‘오래 준비된’ 감독이다. 대종상 신인 각본상을 수상한 <대행업>을 거쳐 세 번째 쓴 시나리오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으로 처음 명필름과 인연을 맺었고 이후 <…JSA>를 각색하고 <섬>의 조감독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여기서 잠깐. 이 사람은 뭐하는 사람인데 매번 작품마다 ‘야구’가 빠지지 않는가(<사랑하기…>나 <해가…> <YMCA…>에 이르기까지 그의 시나리오엔 모두 야구라는 교집합이 있다). 해태의 오랜 팬임을 숨기지 않는 그는 야구동호회에서 열심히 활동할 만큼 열혈 야구청년이다. “제가 대학다닐 때, 그러니까 <주간야구>를 열심히 보던 시절부터 <한국야구사>란 책이 만들어진다고 들었어요. 10년 걸린 책이죠. 언제 나오나 손꼽아 기다렸을 정도예요.” 그리고 그는 99년에 발간된 <한국야구사>를 통해 처음으로 <YMCA…>의 단초가 될 조선 최초의 야구단이었던 ‘YMCA야구단’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100년 전이라고 하면 늘 어둡게 그려졌던 것 같아요. 물론 역사적으로 어두운 그늘이 드리우긴 했지만 그 시대에도 지금의 우리와 소통할 수 있는 밝고 건강함이 존재했을 거란 생각을 했죠. 무거운 시대상황을 오히려 거꾸로 풀어보리라고. 향수는 기억에서 나온다, 우리는 1905년에 대한 기억이 없으므로 향수도 없다. 오히려 공통점을 찾는 부분이 많은 영화죠.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영화일 수 있어요. 그러나 모두들 알고 있는 이야기를 오히려 정공법으로 풀어나가는… 직설법의 솔직함으로 승부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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