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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불꽃, 영화제로 옮겨붙다
2002-07-15

제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 관객의 참여도 높아 매진 잇달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그 여섯 번째 출항을 알렸다. 심야상영과 씨네락 나이트라는 새로운 영화문화를 낳은 부천영화제는 올해 한층 성숙하고 안정된 모습으로 관객과 조우하고 있다. 7월11일 부천시민회관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국내외 영화계 인사들이 참석해 열흘간의 순항을 기원했다. “고생은 우리가 할 테니, 여러분들은 영화제를 만끽해달라”는 김홍준 집행위원장의 인사말에 뜨거운 박수로 화답한 관객이 처음으로 맞이한 작품은 인도계 영국 감독 거린다 차다의 화제작 <슈팅 라이크 베컴>. 좀더 많은 관객과의 만남을 위해 2회 연속으로 상영됐는데,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은 시종 유쾌한 분위기로 관람했다. 본격적인 상영이 시작된 이튿날에는 김지운 감독과 <조용한 가족>의 리메이크작 <카타쿠리가의 행복>을 연출한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메가토크, <릴리스 페어>의 상영과 흥겨운 공연이 함께한 씨네락 나이트, 그리고 피터 잭슨 작품들 심야상영 등이 이어져, 축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관객의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열흘간 37개국 173편의 영화를 선보이게 되는 올해, 개막을 계기로 상영작 다수가 빠른 속도로 매진되고 있다. 지난 6월 말 예매 개시 하루 만에 개막식과 폐막식, 심야상영 4회, 씨네락 나이트 등이 매진돼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던 데 이어, 개막 이틀째인 12일까지 60%가 넘는 상영작들이 매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나 늘어난 수치다. 12일 현재, 13일과 14일, 주말 이틀의 프로그램이 완전 매진된 상태며, 게스트와 프레스 좌석도 대부분 매진됐다. 복사골문화센터에서 예매 창구를 지키고 있는 한 자원봉사자는 “새벽 6시부터 입장권을 구하기 위해 관객이 몰려들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프로그램은 특별전과 단편걸작선. 미이케 다카시 특별전이 가장 먼저 매진된 데 이어 피터 잭슨 회고전도 일찍 마감됐다. 프로그램팀이 반가워하는 것은 관객 동원력이 의심스러웠던 베르너 헤어초크 특별전도 꾸준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회 때부터 부천영화제의 인기품목이었던 판타스틱 단편걸작선도 매진상태. 이 밖에 <링>의 나카다 히데오 작품인 <검은 물 밑에서>, <방콕 데인저러스>의 형제 감독 팡 브러더스가 연출한 <디 아이> 등 한여름 폭염을 식혀줄 공포영화들도 인기다. 월드컵 열기 때문에 관객 동원이 부진할까 걱정했던 영화제 관계자들은 뜻밖의 선전을 놀라워한다. 송유진 프로그래머는 “월드컵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월드컵 열기가 해가 되기는커녕 득이 되고 있다. 월드컵으로부터 조성된 축제 무드를 영화제로 이어와 즐기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예매가 활기를 띠는 또 다른 이유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터넷 예매문화가 정착됐기 때문. 부천영화제가 관객의 다양한 취향과 욕구에 귀기울이는 ‘관객 친화적인 영화제’로 인지도를 높인 결과이기도 하다. 부천영화제는 오는 7월18일 폐막식으로 공식일정을 접고, 이후 이틀 동안은 인기작품 재상영과 깜짝상영 등 포스트 페스티벌 형식으로 진행된다. 박은영[사진설명] 미이케 다카시 감독 <카타쿠리가의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