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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선을 따라 마음에 닿기까지, <룩백> 배우 마키타 아쥬
글 이유채 사진 백종헌 2026-10-13

만화 그리기에 탁월한 실력을 지닌 쿄모토를 연기하기 위해 마키타 아쥬는 촬영 4개월 전부터 그림 수업을 시작했다. 수업 첫날의 기억을 묻자 “내 손에 맞는 펜이 무엇인지 고른 뒤, 선을 깨끗하게 긋는 연습을 하던 순간”이라고 답했다. 골똘한 표정으로 허공에 천천히 선을 긋는 동작을 하는 모습이 배경 묘사에 깊숙이 몰입하던 쿄모토와 겹쳐 보였다.

- 마키타 아쥬 배우에게 <룩백>은 촉감으로도 기억되는 영화일 것 같다. 극 중에서 선을 긋고, 지우개로 지우고, 붓으로 물감을 섞는 쿄모토의 모습을 계속 볼 수 있다. 지금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촉감은 무엇인가.

커터 칼로 스크린톤(만화 원고에 붙여 명암이나 질감을 표현하는 필름)을 긁을 때의 촉감이다. 구름이나 바다의 톤을 긁어내는 작업이 무척 어려웠는데 그만큼 성공했을 때 뿌듯했다. <룩백> 이전에도 취미로 그림을 그렸지만 만화를 그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만화용 펜도 처음 손에 쥐어봤다. 그림 연습은 촬영을 시작한 뒤에도 계속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이 중간중간 얼마나 늘었는지 보자고 하셨는데,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그때마다 무척 긴장했다.

- 쿄모토는 세밀한 배경 묘사에 장기가 있는 만화가다. 그만큼의 재능이 있다면 무엇을 가장 먼저 그리고 싶나.

지금 키우고 있는 고양이 3마리. 정말 도전해보고 싶은데 너무 어려울 것 같다. 첫째는 4년 전, 둘째는 1년 전, 막내는 올해부터 함께하고 있는데 이 친구들이 내게는 쿄모토에게 있어 그림 같은 존재다. 내 안식처이자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 두 오빠의 영향으로 <주간 소년 점프>에 실린 소년 만화를 보며 자랐다고. 지금은 즐겨 보는 만화의 장르가 달라졌나. <룩백>을 작업하는 동안 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있는지 궁금하다.

중학생 때 주변에 여자친구들이 생기면서부터 순정 만화도 보기 시작했다. <룩백>을 하는 동안에는 <나나>(NANA)를 봤다.

- 관객은 쿄모토가 학교도 가지 못할 만큼 사람을 두려워하게 된 이유나 그림 그리기에 어떻게 빠져들었는지 자세히 알 수 없다. 쿄모토의 성격과 삶에 대해 감독과 논의하거나 상상해본 부분이 있나.

원작 만화에는 없는 설정인데 쿄모토의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할머니 사진이 영화에 나오기도 한다. 여기서 쿄모토의 과거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 후지노(데구치 나쓰키)와의 첫 만남에서 후지노를 “선생님”이라고 칭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쿄모토에게 두 사람의 관계는 동경으로 시작한다. 이후 둘의 관계는 어떻게 나아간다고 봤나.

둘은 후지노의 방에 틀어박혀 함께 만화를 그린다. 누적된 시간이 두 사람을 친구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둘의 관계에 있어서, 또 쿄모토 개인에게도 전환점이 된 사건이 있다. 두 사람이 전철을 타고 놀러가는 여행이다. 쿄모토는 후지노의 제안 덕분에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런 기회를 준 후지노가 더욱 소중해졌을 것 같다.

- 서로에게 녹아드는 후지노와 쿄모토의 합이 자연스럽다. 데구치 나쓰키 배우와도 두 친구의 우정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기도 했나.

데구치 나쓰키와는 이전에 협업하면서 친해졌다. 이번 작품으로 더 가까워졌고. 더군다나 우리 둘 다 각자를 닮은 캐릭터를 맡아서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두 사람 사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 만화 연재 제안을 받고 돌아가는 길에 쿄모토는 후지노에게 “미대를 가고 싶다”고 선언한다. 혼자 힘으로 살아보고 싶고, 그림을 더 잘 그리고 싶다는 명확한 이유까지 밝힌다. 확고한 결심이 서기까지 쿄모토의 마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만화 작업에 힘을 쏟을수록 쿄모토는 절감했을 것이다. 자신에게 지금 필요한 건 그림의 기초부터 닦는 것이라고. 그런 필요가 마음속에서 자라나고 있을 때, 연재를 제안한 편집자가 한 ‘프로’라는 말이 더욱 불을 지폈을 것이다. 그때 쿄모토는 속으로 생각했을 거다. 프로가 되기 위해 제대로 실력을 키우자고. 이 고백 신은 내 크랭크업 신이었다. 몇 테이크 가지 않았고, 비교적 수월하게 찍었다. 카메라가 저 멀리 있어서 찍힌다는 의식 없이 실제 대화하듯이 연기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는 <고잉 마이 홈>(2009)을 시작으로 <태풍이 지나가고> <세 번째 살인> <어느 가족>까지 꾸준히 협업하고 있다. 여러 작품을 함께하며 느낀 고레에다 감독 현장만의 분위기가 있다면.

<고잉 마이 홈>을 찍었을 때가 만 9살, <룩백>에서 어린 쿄모토와 후지노를 연기한 배우들과 비슷한 나이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감독님 현장은 한결같이 온화하다. 감독님이 작품에 참여한 모든 사람을 온화하게 대하기 때문이다. 감독님은 어린이 배우에게는 촬영 전에 시나리오를 주지 않고 현장에서 대사를 가르치면서 한 장면 한 장면 만들어간다. 성인 배우에게는 미리 시나리오를 줘도 배우의 해석을 우선한다.

- <고잉 마이 홈> 이전부터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고. 어떻게 데뷔하게 됐나.

처음 이 일을 시작한 때가 만 4살이었다. ‘아쥬는 TV에 나오는 일을 잘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엄마 덕분이었다. 엄마가 당시 내 어떤 모습에서 가능성을 발견힌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감사할 따름이다. (웃음)

- 그렇다면 주도적으로 연기를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건 어떤 작품을 할 때였나.

<고잉 마이 홈>이다. 이 작품을 찍을 때도 어린 나이였지만 ‘이런 게 연기구나, 연기하는 즐거움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걸 어렴풋이 느꼈던 기억이 난다. 감독님 작품으로 배우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덕분에 애초부터 내게 현장은 긴장하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곳이었다. 감독님 현장에서 익힌 모든 것들이 내 배우 생활의 기반이 됐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 이야기에 한정했을 때, 해피 엔딩과 새드 엔딩 중 어느 쪽을 더 선호하나.

(주먹 쥔 양손을 쫙 펼치며) 너무 어렵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 마음을 달래고 싶을 때는 해피 엔딩을, 실컷 울고 싶을 때는 새드 엔딩을 찾게 된다.

- 고양이와 시간 보내기, 뜨개질하기, 오토바이 타기를 좋아한다고. 요즘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들에 추가된 것이 있을까.

요즘 책 읽기에 빠졌다. 최근에 치정물 한권을 완독했는데 아주 흥미진진했다. 이 이야기의 결말이 어떻게 다가올지는 역시 독자에 따라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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