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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원작의 강력한 생명력을 굳건히, <아가미>
이유채 2026-09-09

직장 스트레스가 심하고 아픈 엄마를 돌보는 일에 지친 해류(이청아)는 죽음으로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렇지만 떨어진 핸드폰을 줍다가 강에 떨어지는 것은 원치 않았다. 가까스로 물속에서 빠져나온 해류가 기억하는 건 자신을 구해주고 다시 물속으로 사라진 남자다. 귀 뒤에 큰 상처처럼 보이는 아가미까지 있어 더욱 잊을 수 없는 생명의 은인을 해류는 찾기로 한다. 남자를 찾는 글을 올린 얼마 뒤, ‘인어 남자’에 관한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연락을 받는다. 제보자 강하(강하늘)를 만난 해류는 인어 남자의 이름이 곤(정해인)이고, 그와 어릴 적부터 한집에 살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구병모 작가의 장편소설 <아가미>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극장을 찾는다. 원작의 인물들에게 목소리를 불어넣을 배우가 누가 될지 제작 단계부터 원작 팬들의 호기심이 쏠렸다. 곤 역에 정해인, 해류 역의 이청아, 강하 역의 강하늘뿐만 아니라 곤을 거둬 키운 강하의 할아버지 역의 유재명, 강하의 돌아온 엄마 이녕 역의 뮤지컬 배우 김선영 등이 합류했다. 친숙한 배우들의 존재감이 작품과의 거리를 좁히는 가운데, 김선영이 후반부의 비극성을 강렬하게 끌어올리며 긴장감을 높인다.

작화에 대한 기대도 큰 만큼 감독에 관한 관심도 컸다.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소나기> <무녀도>등의 애니메이션영화를 연출한 안재훈 감독이 맡았다. <아가미>의 시각적 세계는 청량한 바다와는 거리가 멀다. 가족에게 버려지거나 소중한 사람을 잃거나 곧 잃을 위기에 처한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반영한 듯 화면 전반에 어두운 기운이 감돈다. 호수와 강 등 다양한 물의 공간 역시 쉽게 몸을 맡길 수 없는 두려운 공간으로 그려진다. 그만큼 어둠 속에서 환한 빛의 순간은 더욱 선명하다. 특히 곤의 등비늘은 햇빛을 받아 오색 빛깔로 빛나는 조개껍데기처럼 영롱하고 신비롭게 묘사된다. 곤이 저 멀리서 아주 작게 움직이더라도 또렷하게 빛나는 등비늘은 이 작품의 세밀한 작화를 증명한다.

영화 <아가미>는 원작에서 강력하게 느껴졌던 생명력을 굳건히 지켜낸다. 누군가를 완전히 구원하거나 상처를 없애주는 대신 상처를 가진 존재끼리 서로의 삶을 붙잡아주는 관계를 그린다는 점에서 <아가미>의 판타지는 현실적인 울림을 얻는다. 다만 다중 화자를 내세워 이 관계를 풀어내다 보니 이야기가 다소 분절적으로 느껴지거나 혼란을 겪을 관객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살아 숨 쉬는 존재들에게 바치는 헌사’라는 <아가미>세계관의 메시지를 온전히 전달하려는 연출의 의지가 분명하게 전달된다.

CLOSE-UP

프랑스 파리에서 볼 법한 가로등이 줄지은 거리, 뱃사공이 드나드는 다리 아래 강. 영화 초반부부터 펼쳐지는 이국적인 분위기에 어떤 관객은 ‘내가 지금 한국영화 <아가미>의 상영관에 들어온 게 맞나’ 하고 갸우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안재훈 감독은 “익숙한 공간을 탈피하고자” 원작의 주무대인 한국 호숫가를 유럽 배경으로 과감히 바꿨다. 이로 인해 초월적인 분위기를 띠며 영화만의 특색을 갖는다.

CHECK THIS MOVIE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2018

인간의 모습이 아닌 생명체와 외로운 인간이 만난다. 인간의 기준에서 괴물로 불리는 존재와 소외된 인간이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며 경계를 넘어서는 과정을 동화적 판타지로 그린다. 물과 인간, 괴물과 인간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서로 다른 존재가 연결될 가능성을 그린다는 점에서 <아가미>와 나란히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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