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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랑하는 존재를 잃은 슬픔을 안고 남겨진 사람이 현실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 <그림자 아이> 유은정 감독, 박소이·유나 배우
이주현 사진 최성열 2026-07-02

유나, 유은정, 박소이(왼쪽부터).

- 두분은 지금 몇 학년이죠?

박소이 중학교 2학년이에요.

유나 전 중학교 3학년, 제가 한살 언니예요.

박소이 평소에 유나 언니라고 불러요.

유나 전 소이에게 극 중 캐릭터 이름인 “수안아!”라고 자주 불렀던 것 같아요.

- 7월1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기분은 어때요?

박소이 실제 촬영 현장 분위기와 다르게 영화가 너무 멋있고 또 무섭기도 해서 신기해요. 현장은 정말 재밌었거든요.

- 영화의 공기와 현장의 공기가 달랐군요.

유나 맞아요. 저희 진짜 장난 많이 치면서 찍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완성된 영화를 보니까 생각보다 너무 무서운 거예요. 공포영화 촬영 비하인드를 보면 현장에서는 다들 웃고 있는데 영화는 무섭잖아요.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 친구들에게도 영화 홍보를 많이 했나요?

박소이 오히려 친구들이 먼저 알더라고요. “너 나오는 <그림자 아이>개봉하더라, 꼭 볼게.” 그래서 고마웠죠.

- 영화 관람등급이 어떻게 되죠?

유은정 15세이상관람가입니다.

박소이 전 아직 만 14살인데, 부모님 동반하면 관람 가능하지 않나요? (웃음)

유나 저도 생일이 안 지나서 아직 만 14살이에요. 7월18일이 생일이에요.

유은정 맞다, 임수정 배우님(7월11일생)과 생일이 일주일 차이였지.

- <그림자 아이>라는 이야기는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유은정 2019년쯤 썼던 초기 시나리오는 지금과 조금 달랐어요. ‘그림자’라는 존재는 없었고, 혼수상태에 빠진 수안이가 저승에 가서 언니의 손을 잡고 돌아오는 이야기였죠. 그런데 깨어나보니 언니가 아니라 다른 유령을 데리고 나온 설정이었어요.

박소이, 유나 (눈을 반짝이며) 우와, 이건 처음 들어요!

유은정 이야기의 형태는 바뀌었지만 본질은 같아요. ‘너무도 사랑하는 가족이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에 대한 질문이었죠. 사랑하는 존재를 잃은 슬픔을 안고 남겨진 사람이 현실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싶었습니다.

- 두분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어땠어요?

유나 저는 대본을 읽을 때 머릿속으로 장면을 상상하며 읽는 편인데, <그림자 아이>는 이야기가 너무 신선해서 시각화도 잘됐고 몰입도 잘됐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첫 미팅을 할 때 질문할 것들을 잔뜩 적어 갔죠. 작품을 읽고 느낀 점이나 마지막 뒷이야기, ‘그림자 세상’에 대한 것들을 많이 여쭤봤던 기억이 나요.

박소이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장르라 신기했어요. 미스터리한 요소도 많고, 수안이네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동화 같은 설정도 흥미로워서 이 이야기를 더 알아보고 싶었어요.

- 따로 오디션을 진행하지 않고 두 배우에게 바로 캐스팅 제안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유은정 2020년쯤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두 배우를 염두에 뒀는데, 당시에는 나이가 너무 어렸어요. 영화 <호텔 레이크> 제작팀이었던 PD님을 통해 박소이 배우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드라마 <파친코>에서 연기를 너무 잘하는 아역이 있다는 소문을 들어서 유나 배우도 알고 있었죠. 신기하게도 본격적으로 영화제작에 들어갈 때쯤 되니 두 배우의 나이가 딱 맞더라고요.

- 운명 같네요.

유은정 소이 배우를 캐스팅한 후 유나 배우를 만났는데, 유나 배우가 “저, 박소이 배우랑 언젠가 연기해보고 싶었고, 1인다역도 해보고 싶었어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유나 소이는 언젠가 꼭 한번 작품에서 만나고 싶다고 혼자 기대하던 배우였어요.

박소이 저도 유나 언니가 나온 드라마 <유괴의 날>을 정말 재밌게 봤고, 엄마가 <파친코> 이야기도 많이 하셔서 잘 알고 있었어요.

- 유나 배우의 경우, 1인다역(수련과 재인)을 소화하는 게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텐데요.

유나 캐릭터의 성격 차이가 확연해서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어요. 고민이 될 때마다 엄마가 “수련과 재인은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완전히 다른 사람이야”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말을 들으니 중심이 잡히더라고요. 외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사소한 말투에도 차이를 뒀어요. 수련이는 “(차분하게) 수안아~” 하고 부르고, 재인이는 “(밝은 톤으로) 이수안!” 하고 장난치듯 부르는 식으로요.

- 혹시 상대방의 역할이 탐나진 않았나요?

박소이 전 조금 있었어요. 수안이도 좋지만 ‘언니’ 역할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평소에 제가 동생을 잘 돌보는 편이기도 하고. (웃음) 세상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재인 같은 멋진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유나 차분하고 언니 같은 수련이는 제 ‘추구미’이고, 실제 성격은 외향적이고 호기심 많고 겁 없는 재인에 더 가까워요.

- 실제 자매가 있나요?

박소이 저는 남동생이 있어요.

유나 저는 강아지랑 고양이가 있어요. (웃음) 외동이에요.

- 극 중에서 사랑하는 언니를 잃고 애타게 그리워하는 감정이 중요했습니다. 경험해보지 못한 슬픔을 어떻게 상상하며 연기했나요?

박소이 ‘친동생이 한순간에 내 옆에서 사라진다면 어떨까?’ 하고 상상했어요. 그리고 당시 편찮으셨던 할머니 생각도 많이 했고요. 소중한 사람이 내 눈앞에서 영영 사라진다는 게 어떤 건지 계속 고민했던 것 같아요.

- 눈물 연기는 늘 어려운 숙제일 것 같아요.

박소이 7살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현장이 마냥 신나고 재밌기만 해서 갑자기 울라고 하면 감정을 잡기가 힘들었어요. 그러다 <담보> 같은 작품을 거치면서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감정을 컨트롤하는 법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요. 아쉬움도 좀 남아요. 소중한 사람을 잃은 감정에는 마냥 슬픔만 존재하는 게 아닐 텐데, 복잡한 감정을 더 깊게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서요. 다음에 수안을 연기한다면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10대 배우들을 디렉팅할 때는 성인 배우들과 접근 방식이 달랐을 것 같습니다.

유은정 두 배우의 스타일이 확실히 달랐어요. 유나 배우는 자신이 준비해온 연기들을 먼저 제시하는 편이었죠. 1인다역이라 보여줄 게 많은 상황이기도 했고요. 반면 소이 배우가 맡은 수안은 처음엔 주변 상황에 반응하다가 점차 행동하는 인물이라, 감정의 변화에 대해 저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 임수정 배우가 이번 영화에 연기뿐만 아니라 제작자로도 참여했습니다.

유은정 이 영화에 임수정 선배님이 힘을 보태주시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영화사 달리기의 박두희 대표님이 제안을 드렸고, 선배님이 흔쾌히 응해주셨어요. 처음에는 수안과 수련의 엄마인 금옥 역으로만 캐스팅한 거였는데, 제작자 역할까지 맡게 되신 거죠.

박소이임수정 선배님은 카메라 밖에서도 정말 다정하셨어요.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시고 대화도 잘 이끌어주셔서 진짜 엄마처럼 느껴졌어요. 촬영할 때도 매 컷 진심을 다해 호흡을 맞춰주셔서 자연스럽게 감정에 몰입할 수 있었어요.

유나 맞아요, 배려를 정말 많이 해주셨어요. 후반부 옥상 신은 감정과 에너지 소모가 엄청난 장면이었는데, 선배님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본능적으로 재인의 감정이 확 튀어나오더라고요. 선배님 덕분에 이번 작품을 하면서 배우로서 많이 성장했다고 느껴요.

- 두분은 임수정 배우가 출연한 <장화, 홍련>을 봤나요?

유나 끝까지 못 봤어요. 무서워서. (웃음)

박소이 제가 너무 궁금해하니까 엄마가 보여주셨거든요. 그런데 초반부터 장롱에서 기괴한 소리가 나서 “엄마, 귀신 나올 것 같아. 끼익 소리 나. 이거 아닌 것 같아, 우리 그만 보자!” 하면서 꺼버렸어요. (웃음)

- 임수정의 존재, 자매 이야기, 영화의 분위기 등에서 자연스레 <장화, 홍련>을 떠올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마침 두 영화의 자매 이름도 ‘수’자 돌림이고요. <장화, 홍련>의 수미·수연, <그림자 아이>의 수안·수련!

유은정 직접적인 레퍼런스로 삼은 것은 아니지만, 한국 공포영화 역사에서 자매를 다룬 독보적인 작품이잖아요. 그런 만큼 정서적으로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특히 <장화, 홍련>에서 임수정 배우님이 동생을 끔찍하게 아꼈던 그 마음이 <그림자 아이>에서 수안이가 언니를 생각하는 마음과 맞닿아 있거든요. 슬프고도 애틋한 정서가 닮아 있습니다.

- 두분, 담력을 더 키워서 <장화, 홍련>에 다시 도전해보세요.

박소이 담력 키워볼게요. 언니, 우리 같이 귀신의 집 가자!

유나 무서워서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일 것 같아.

- 자매의 애틋한 마음이 담겨야 하는 영화인 만큼, 촬영 전에 두 배우가 친해지기를 요청하셨나요?

유은정 제가 얘기할 새도 없이 두 배우가 알아서 친해졌더라고요. 첫 미팅 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었는데 그러곤 둘이서 '인생네컷'을 찍으러 갔어요.

박소이, 유나 맞아요, 맞아요!

유은정 다음에 만났을 땐 이미 너무 친해져 있었어요. 한번은 수안이가 학원을 조퇴하고 재인을 만나 옛집에 가는 장면을 촬영할 때였어요. 기묘한 느낌이 났으면 했는데 수안과 재인이 너무 반갑게 만나 뛰어가더라고요. 비행기 날아가듯 꺄르르 뛰어가더라고요.

박소이 두 친구가 몰래 만나는 게 신나고 좋았던 것 같아요.

유은정 그 장면에서 테이크를 10번 넘게 갔어요. 결국 가장 안 신나 보이는 컷을 골라 썼죠. (웃음)

- 연기 호흡을 맞추며 느낀 서로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유나 그냥 ‘예쁘다’고 표현하고 싶지 않지만, 소이는 정말 ‘소이답게’ 예뻐요. 연기할 땐 캐릭터 그 자체였고요. 수안이가 다친 제 손을 잡으며 “같이 가자”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때 정말 소이가 아닌 수안이의 진심이 느껴져서 울컥했어요.

박소이 유나 언니는 평소에 같이 놀면 너무 귀여운데, 연기를 하면 멋있게 변해요. 귀여운데 멋있어요. 반전 매력이 있어요.

유은정 현장에서 모니터 볼 때 그렇게 서로 귀엽다고 칭찬을…. (웃음)

- 보이지 않는 존재나 CG를 염두에 두고 연기해야 하는 장면이 많았죠?

박소이 조금 어렵긴 했어요. 쫄쫄이 옷을 입은 분이 열심히 연기를 해주시는데 저는 그 앞에서 슬픈 감정 연기를 해야 했고. (웃음) 그분이 얼굴까지 꽉 막힌 옷을 입고 계셔서 답답하지 않을지 걱정도 됐고요. 그래도 새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유은정 사실 영화의 주요 CG 장면들이 촬영 초반 회차에 몰려 있어서 감독인 저도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배우들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감정 연기를 마치면, 곧바로 CG용 회색 볼을 놓고 재촬영을 해야 했죠. 도플갱어 장면도 초반 2~3회차 때 찍었고, 와이어에 매달리고 추락하는 옥상 액션신도 초반에 있었고. 현장에선 감독으로서 모든 걸 잘 컨트롤하고 있는 듯 보였겠지만 저도 쉽지 않았어요. 배우들 덕에 무사히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 두분 모두 어릴 때 데뷔했는데, 데뷔의 순간을 기억하나요?

박소이 7살쯤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는 연기를 한다기보다 그냥 촬영장이라는 재미있는 놀이터에 놀러가는 기분이었어요. 8~9살쯤엔 대사가 생겼고, 그러면서 연기를 하고 있다는 걸 의식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 에너지가 넘치는 걸 보고 연기를 권유해주셨는데, 엄마랑 연기학원에 상담받으러 갔다가 우연히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돼서 연기를 시작하게 됐어요.

유나 저도 정말 어릴 때 놀면서 시작해서 정확한 데뷔 시점은 몰라요. 아기 때부터 표현력이 풍부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연기학원을 다녔고, 7살 때부터 오디션을 보러 다녔어요.

- 연기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해요?

박소이 현실의 저라면 절대 경험해보지 못할 것들을 마음껏 해볼 수 있다는 점이요. 다양한 직업을 가져보기도 하고, 제 성격과 다른 말투나 감정을 경험할 수 있는 게 재밌어요.

유나 엄청 가슴이 벅차올라요, 연기를 할 때. 명확한 이유를 대긴 어렵지만 그냥 연기할 때 마음이 제일 편해요. 누군가의 삶을 관찰하고 그 캐릭터의 입장이 되어보려고 고민하다 보니 공감 능력도 좋아지는 것 같아요.

- 감독님은 이번 영화 작업이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으세요? 두 배우와의 작업을 통해 느낀 게 있다면요.

유은정 사전에 준비해야 할 건 많았는데 프리프로덕션 기간이 짧았어요. 촬영 전에 배우들과 더 자주 만나서 얘기를 나눴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배운 게 있다면, 다음에는 배우들이 귀찮다고 할 정도로 자주 연락을 드려야겠다는 것? (웃음)

- 두분은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박소이 올해 들어 영화와 드라마를 조금씩 챙겨보고 있어요. 좋은 작품 보면서 감탄도 하고, 멋진 캐릭터에 빠지기도 하고. 작품을 보고서 배우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아도 ‘캐릭터’만큼은 강렬하게 남는 경우가 있잖아요. 저 역시 ‘박소이’라는 이름보다 캐릭터로 기억되는 배우가 되면 좋겠어요.

유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큰일이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단 한 사람의 관객에게라도 제 연기가 따뜻한 위로로 닿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남에게 상처주지 않고 위로를 전하는 배우로,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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