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프랑코 로시 감독의 신작 <구름 아래>나폴리를 떠올리면 각기 연상하는 그림이 다를 것이다. 베수비오 화산과 푸른 만, 마르게리타피자와 칸초네 선율, 축구선수 안정환과 이승우가 뛰었고 김민재가 활약 중인 세리에 A…. <씨네21>독자라면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이탈리아 여행>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잔프랑코 로시 감독의 신작 <구름 아래>는 나폴리의 화려한 이미지를 걷어낸 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나폴리로 들어선다. 시간과 기억이 켜켜이 쌓인 ‘구름 아래의 도시’ 나폴리를 다룬 이 작품은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3년을 공들여 촬영한 다큐멘터리다. 고대 로마 유적이 드러나는 폼페이, 베수비오산 끝자락에 펼쳐져 있는 도시 토레 안눈치아타, 지질학적 위험을 안고 있는 캄피 플레그레이가 흑백의 화면 속에 살아 있다. 베수비오 화산을 중심으로 한 나폴리와 그 주변 지역은 지진이 빈번하며 무덤 도굴꾼으로 가득해 늘 불안과 아름다움이 공존한다.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과 2025년 캄피 플레그레이 지진이 교차하고, 도굴꾼들에게 상처 입은 치비타 줄리아나 빌라의 땅속은 파묻힌 유적이 세상의 빛을 보길 바라는 땅 위 시민들의 기대와 겹친다. 땅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고대의 흔적이 남아 있고, 땅 위에서는 아이들이 놀고, 불안한 지층 위에서 사람들은 매일같이 살아간다. 이 겹겹의 시간들이 한편의 영화에 담겨 흘러간다.
‘기억과 망각은 어떻게 공존하는가?’ ‘우리는 어떤 시간 속에 살고 있는가?’ <구름 아래>를 감상하면 누구나 던질 법한 질문이다. 영화는 단순한 다큐멘터리를 넘어 관객에게 자신이 속한 도시와 삶의 층위를 돌아보게 한다. 오늘의 한국 역시 급속한 도시화와 다문화사회의 변화 속에 있다. 재개발 속에서 기억이 지워지고, 새로운 층위가 덧씌워지는 과정은 나폴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구름 아래>가 들려주는 시간의 공존은 우리에게도 전혀 낯설지 않다. 우리 또한 구름 아래에서 모두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