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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마스터 클래스 - 60년의 여정, 끊임없이 새로운, 마르코 벨로키오, 주먹의 영화
최현수 사진 최성열 2025-10-03

제30회 부산영화제는 장편 데뷔 60주년을 맞아 마르코 벨로키오의 회고전을 개최했다. ‘마르코 벨로키오: 주먹의 영화’라는 제목으로 구성된 특별기획 프로그램에는 장편 데뷔작 <호주머니 속의 손>(1965)부터 신작 <뽀르또 벨로>(2025)에 이르기까지 8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9월21일에는 동서대학교 민석소극장에서 동명의 제목으로 마스터 클래스가 진행됐다. 정성일 평론가가 대담을 맡은 이번 행사는 인간과 세계가 끊임없이 교차하며 투과되는 그의 영화 철학을 접할 귀중한 시간이었다.

거장에게 첫 장편은 어떤 의미인가. 60주년을 맞은 <호주머니 속의 손>은 금기를 위반하는 방식으로 부르주아 가족의 붕괴를 그려낸다. 그는 이 작품 안에 사적인 경험과 이탈리아의 한 시대를 동시에 담았다고 밝혔다. 고향에서 시작한 그의 영화는 로마로 향한 뒤에도 여전히 가족드라마를 계승했다. “로마로 옮긴 뒤 만든 <허공으로의 도약>(1980)에도 가족 내 대립 구도를 재현했다. 살해당한 어머니를 성인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그린 <내 어머니의 소>(2002)도 첫 장편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심지어 내가 휴가를 보내던 마을 보비오에서 찍은 영화들도 내 형제자매를 반영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가족과 고향으로의 순환은 평생 내게 영감의 원천으로 남을 것이다.” 첫 장편에서 시작된 가족을 향한 사적인 이야기는 형의 죽음을 고백했던 다큐멘터리 <마르크스 캔 웨 트>(2021)에 이르기까지 그의 영화에서 중요한 자전적 모티프로 자리한다.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은 1977년 이탈리아의 정신분석학자 마시모 파졸리의 세미나에 참석한 뒤로 그의 사상을 자신의 영화에 녹여냈다. “마시모 파졸리의 이론에는 치유라는 개념이 있다.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인간의 존재가 순응하지 않고 변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매료시켰다. 이는 정치적 유토피아에서 내가 찾고자 한 급진적인 차원의 변화였다.” 이를 대표하는 한 장면은 <허공으로의 도약>에 등장하는 바다의 이미지다. 파졸리는 무의식을 조용한 침묵의 바다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탄생은 충만하고 행복한 삶을 살 모든 가능성이다. 오히려 삶을 살면서 우리는 창의성과 자유를 훼손당한다. 어머니 안에서 고요함을 느끼는 태아의 상태처럼 조용한 무의식의 바다 이미지가 그래서 중요했다.”

이탈리아 근현대사는 마르코 벨로키오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중국은 가깝다>(1967)에서는 이탈리아의 마오주의 신화를 포착했고, <승리>(2009)는 무솔리니의 파시즘적 전향 시기를 다룬다. 1978년 벌어진 알도 모로 납치 사건은 단편 <부서진 끝>(1995), 장편 <굿모닝, 나잇>(2003), 시리즈 <익스테리어, 나잇>(2022) 세편에 걸쳐 다뤘다. “알도 모로 암살은 이탈리아 정치에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다. 두편의 장편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건을 묘사한다. <굿모닝, 나잇>이 알도 모로가 납치된 작은 공간 속에서 진행된다면 <익스테리어, 나잇>은 이탈리아의 비극을 외부에서 경험한다.” 그의 영화가 정치와 역사를 소재로 하기에 정치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그는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역사와 정치를 향한 태도를 한 명작에 빗대어 표현했다. “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이 <폭군 이반>(1944)을 만들었을 때 그는 역사에 충실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물을 창작했다. 나 역시 항상 현실에 발을 두되 상상력의 자유를 인정받고자 한다.” 60년간 50편의 영화를 만든 거장의 말이 끝나자 관객들은 퇴장하는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을 향해 일제히 존경의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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