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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ituary] 영화인들의 영화인을 떠나보내며, 로버트 레드퍼드(1936~2025)

로버트 레드퍼드가 메릴 스트리프와 함께 <아웃 오브 아프리카>(1985)를 촬영한 지 무려 40년이 지났다. 2025년 9월16일 유타주의 자택에서 로버트 레드퍼드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이 영화 속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데니스 역의 배우가 강가에서 메릴 스트리프의 머리를 감겨주는 장면, 아마도 영화 역사상 가장 찬란하고 낭만적인 야외 풍경 중 하나일 것이다.

1936년 8월18일, 로스앤젤레스의 넉넉지 못한 가정에서 태어난 로버트 레드퍼드는 어린 시절을 자연의 품에서 보냈다. 대공황의 빈곤을 경험하며 가족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그는 10대 시절에 유럽으로 떠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프랑스와 미국을 오가며 목표 없는 생활을 하던 그가 회상하는 과거의 모습은 ‘무일푼에 술만 마시던 예술가’였다. 이러한 그를 우울증에서 구원해준 것은 훗날 사회활동가로 알려지게 되는 그의 첫 아내 롤라 반 와게넨이었다. 그녀의 권유로 로버트 레드퍼드는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고, 연극과 영화를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대담하게 미소 짓는 젊고 아름다운 배우, 하지만 그는 당시 세간의 평가에 만족하지 못했다.

초기 필모그래피에서 로버트 레드퍼드는 폴 뉴먼과 함께 작업했다. <내일을 향해 쏴라>(1969)와 <스팅>(1973), 그들이 함께 출연한 영화는 단 두편뿐이었지만 파급력은 상당했다. 특히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로버트 레드퍼드가 맡은 ‘선댄스 키드’의 이름은 훗날 ‘선댄스영화제’의 명칭이 되어 그에게 깊이 새겨졌다. 유타주에 위치한 선댄스영화연구소, 이곳은 단연코 로버트 레드퍼드가 후대에 남긴 가장 의미 있는 유산 중 하나일 것이다. 미국 독립영화계의 산실이 된 이 장소에 대해 배우는 언젠가 “집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고, 공동체의식을 갖고 싶었다”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예술과 자연을 향한 깊은 애정, 로버트 레드퍼드는 예술이 자연과 결합하면 세상은 더 나아진다고 믿는 자였다.

스타의 자리에 오르자마자 그는 영화 연출에 관심을 가졌다. 연출 데뷔작 <보통 사람들>(1980) 은 무려 4개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는데, 이후로도 그가 제작하거나 감독한 영화들은 모두가 성공적이었다. <흐르는 강물처럼>(1992)이 대표적이다. “아마도 그림을 그렸던 내 과거의 유산일 것이다.” 어느 인터뷰에서 그는 이 영화에서 일몰을 찍은 방식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 있다. 그 순간의 강렬하고 슬픈 느낌이 좋다고도. 실제로 자연을 향한 그의 애정은 <반항의 계절> (1988)이나 <호스 위스퍼러>(1988) 같은 영화에서도 발견된다. 2019년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대담에서 그는 스스로를 ‘환경운동가’라고 소개하는데, 이 역시 과장이 아니다. 그에게 영화는 단순한 오락이 아닌 진실과 정의, 환경과 정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좋은 배우가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나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수십년간 로버트 레드퍼드가 할리우드 안팎에서 존경받는 인물로 언급되는 이유, 그가 남긴 묵직한 목소리를 기억한다. 정치적인 영화와 풍경을 담은 아름다운 영화들, 과거 로맨스물에 어울렸던 한 청년은 어느새 유네스코가 소개하는 책임감 있는 시민의 표본이 되었다. 이상주의적이면서도 실용적인 그의 신념을 기억하며, 89살에 세상을 떠난 할리우드의 전설 로버트 레드퍼드를 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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