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인파가 피서를 즐기러 모인 해운대해수욕장에 쓰나미가 들이닥친다. 평생 부산에 터를 잡고 살아온 만식(설경구)과 연희(하지원), 부산 토박이인 해상구조대원 형식(이민기)과 서울에서 도망쳐온 삼수생 희미(강예원), 쓰나미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휘(박중훈)와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광고 대행사 이사 유진(엄정화). 여섯 남녀는 피할 수 없는 재난 앞에서 생존을 위한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이들이 살아남으려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어긋난 인연을 바로잡기 위해서. 윤제균 감독이 ‘인연의 영화’라 정리한 바 있는 <해운대>의 제작기를 전한다.
처음으로 통제된 광안대교
부산 바다의 상징이자, 국내 최대 해상교량인 광안대교는 해운대해수욕장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등장하지 않을 수 없는 장소다. 부산영상위원회와 <해운대> 제작진은 광안대교에서의 촬영을 위해 모든 관련 기관과 광안대교 촬영 협조 및 교통 전면 통제를 협의했다. 부산 시내 통행량 1위의 교각답게 처음엔 모든 단체들로부터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지만, <해운대>팀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후 <해운대>팀은 ‘세계 1천만명 걷기대회’를 위해 광안대교의 일부가 통제된다는 소식을 입수했고, 행사 당일 광안대교의 일부 구간에서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 (그 험난한 촬영 과정은 이어질 윤제균 감독의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산영상위원회 로케이션 지원 역사 이래 영화 촬영을 위해 광안대교를 전면 통제한 것도 <해운대>가 처음이었다.
쓰나미로부터 탈출하라
만식과 연희 그리고 수많은 인파가 쓰나미로부터 탈출하는 장면은 해운대시장에서 촬영했다. 한번 더 강조하자면 세트가 아닌, 실제 해운대시장에서 촬영했다. 광안대교와 마찬가지로 해운대시장 또한 수백개의 상가가 1년 내내 장사를 하고,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그리고 승용차까지 365일 내내 출입하는 복잡한 장소다. <해운대>팀은 시장 상인들이 차례를 지내러 일제히 자리를 비운 추석 명절 당일, 세로 100m, 가로 10m, 높이 1m 정도의 이동식 풀장을 시장에 설치한 후 6시간 만에 촬영을 마무리했다. <해운대>의 CG 담당자인 한스 울리히는 <퍼펙트 스톰> <딥 임팩트> <투모로우> 등 할리우드 재난영화의 CG 를 주로 담당해왔다. 시각효과에 잔뼈가 굵은 그마저도 쓰나미 장면이 전면 실사로 촬영됐다는 유례없는 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도로 통제와 버스 우회, 1천여t이 넘는 물 투여를 위해 부산소방본부, 해운대경찰서, 해운대구청 대중교통과가 적극 협조해 만든 장면이기도 하다. 해운대시장 전봇대 에서 만식이 물살에 휩쓸려가는 연희를 구조하는 장면은 남천동 폐수영장에서 촬영했다.
부산 그 자체
<해운대>의 엔딩크레딧의 촬영 협조 명단엔 ‘미포 어촌계 및 미포 주민분들’이 맨 윗줄에 올라와 있다. 연희가 무허가 횟집을 운영하는 미포 일대는 부산 토박이인 윤제균 감독조차 영화를 위해 처음 방문한 장소다. 윤제균 감독은 “미포항 방파제에 있는 포장마차를 보자마자 ‘아, 여기다’ 하고 마음을 굳혔”고, “한달 넘게 삼고초려하면서 어렵게 촬영 허가를 받”아 그곳을 연희의 횟집으로 만들었다. <해운대>의 사직구장 장면엔 편집된 순간이 있다. 한 관중이 받아낸 파울볼을 연희와 승현(천보근)이 뺏는 장면이고, 이는 부산의 특수한 관중 문화인 ‘아주라’(파울볼을 아이에게 줘라의 동남 방언)와 관련 있다. 그런데 촬영 당일, 실제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도중 ‘PD주라’가 벌어졌다. <해운대>의 이지승 PD가 날아오는 파울볼을 객석에서 거머쥐어 제작진과 현장에 있던 관중 모두의 부러움을 산 것이다. 한편 윤제균 감독은 부산의 외지인인 유진과 휘가 주로 머무는 공간을 스카이라인이 화려한 빌딩 밀집 지역에 배치해두었다. 이중 둘이 줄곧 부딪치는 건물은 누리마루APEC하우스다. 촬영 이후 누리마루APEC하우스 일대엔 ‘영화의 숲’이 조성됐고, 윤제균 감독은 이곳에 느티나무 1그루와 먼나무 3그루를 식수했다.
‘(2009, Vol.31 촬영지원기’, ‘새로운 도전 찾아 한국에 왔지요’(<씨네21> 643호)
‘아이디어로 할리우드에 맞선다’(<씨네21> 714호)
‘맨해튼과 어촌이 공존하는 바다’(<시사IN> 99호) 발췌 및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