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배급사들이 심혈을 기울이는 여름 성수기 극장가, 특히 7월 말 8월 초는 흥행 면에서 가장 자신 있는 영화를 내놓는다고 알려져 있다. 올해는 김한결 감독의 <파일럿>과 오승욱 감독의 <리볼버>가 관객을 만난다. 먼저 <파일럿>은 1980~90년대 할리우드에서 유행했던 ‘여장 남자 코미디’의 문법으로 동시대 한국 사회의 젠더 문제를 영리하게 돌파해간다. 미투 폭로로 한순간에 추락한 남성 파일럿이 여장을 한 뒤 재취업에 성공한다는 설정을 주연배우의 화려한 개인기로 뻔뻔하게 설득해나간다. ‘장르가 곧 조정석’이라는 표현은 상투적인 마케팅 표어가 아니다. 연출을 맡은 김한결 감독과의 인터뷰에 김명진 쇼트케이크 대표, 김재중 무비락 대표가 함께해 <파일럿>에 대한 더욱 풍성한 이야기를 나눴다. 더불어 손희정 영화평론가는 포스트 #미투 대중 서사로서 <파일럿>을 읽은 비평을 보내왔다. <무뢰한> 이후 오승욱 감독이 내놓은 9년 만의 신작에선 또 한번 전도연 배우가 중심에 선다. 그가 연기한 수영은 과거 비리를 저질렀던 경찰로, 대가를 약속받고 대신 죗값을 치렀으나 없었던 일처럼 외면받는다. 복수의 마음을 안고 수영은 과거의 관련자들을 하나둘 찾아 나선다. <리볼버>라는 제목이 액션 누아르를 연상시키지만 영화가 강조하는 건 액션보다 인물들의 감정이고, 정확히는 이들이 지닌 욕망이다. 감상을 도울 <리볼버> 리뷰와 오승욱 감독의 긴 인터뷰, 이지현 평론가가 보내온 전도연 배우론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