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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효과의 메카 ILM을 가다 [5] - 존 버튼 인터뷰

<맨 인 블랙2> 시각효과 슈퍼바이저 존 버튼 인터뷰

“예술가 없는 기술은 아무것도 아니다”

히피 같은 스타일에 긴 금발머리를 휘날리며 인터뷰장으로 들어온 존 버튼은 각국 기자들에게 악수를 청하던 중 ‘코리아’에서 왔다는 말에 “폴란드전은 대단했다”, “미국과의 경기는 어떨 것 같으냐”는 등 월드컵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표하는 전혀 ‘미국인답지 않은’ 미국인이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예술교육과 컴퓨터그래픽 석사과정을 이수한 그는 1990년 <터미네이터2>의 CG 애니메이터로 일하면서 ILM과 처음 인연을 맺었고 이후 <마스크> <쥬라기 공원> 등의 CG 오퍼레이션 매니저를 거쳐 <미이라> <미이라2>의 시각효과 슈퍼바이저로 굵직굵직한 ILM의 작업들을 도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맨 인 블랙2>에서는 시각효과 전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아 전편보다 훨씬 많아진 외계괴물들과 싸우느라 일년을 꼬박 지새웠다는 그는 “다음 작업에 대한 대답은 바로 휴가!”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맨 인 블랙2>의 시각효과에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나.

=생각할 것도 없이 라라 플린보일이 맡은 ‘셀리나’라는 캐릭터였다. 셀리나의 손가락에서는 천개도 만개도 넘는 뱀장어 같은 덩굴들이 뻗어져 나온다. 영화 중에 높은 빌딩 옥상에서 벌이는 대결이 있는데 그 장면은 정말로 기술적으로 힘든 부분이었다. 셀리나 하나도 매우 복잡한 애니메이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 팔들이 윌과 토미의 몸을 감싸고 쥐락펴락한다는 것은 한명의 애니메이터가 감당하기 어려운 작업이었다. 게다가 셀리나의 손에서 나오는 뱀장어들은 단순히 그냥 퍼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각기 정확한 방향을 가지고 뻗어나가고 그 뱀장어의 머리와 몸통은 제각기 다른 표정과 움직임을 취한다. 어떤 것은 소리지르고 어떤 것은 물고 어떤 것은 공격하는 등 모두 감정을 가지고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이것은 컴퓨터그래픽에서 하나의 진보적인 도전이었다고 볼 수 있다.

-<맨 인 블랙>과 <맨 인 블랙2>를 다르게 만들어달라는 감독의 요구는 있었나.

=그렇진 않았다. 보통 감독들은 2편쯤 찍을 때는 갑자기 드라마를 액션으로 가고 싶어하는 등 크게 스타일을 틀고 싶어하는데 베리는 1편의 톤을 그대로 유지하길 바랐다. 하지만 그것이 <맨 인 블랙>이 여전히 매력적인 이유다. 베리의 영화에서 유머란 결코 배우들이 웃긴 대사를 한다거나 웃긴 행동을 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토미나 윌은 매번 “이게 우리 일이지” 하고 투덜거리면서 외계인들을 잡으러 나서는데 그 상황이 주는 재미가 매우 큰 것이다. 배리 소넨필드는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 매우 독특한 고집이 있는데 다행히 베리의 시각과 내 시각은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많았다. 시각효과 총책임자가 감독의 스타일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감독이 가끔 무리한 걸 요구할 때가 있지 않나.

=좀 놀라운 대답일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감독들에게 한계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오히려 감독들에게 한계를 무시하라고 말하는 편이다. 그리고 늘 한계라고 생각하는 지점에서 한번 더 시도한다. 물론 컴퓨터의 한계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인간의 상상력은 늘 그 기술력 너머에 있다. 20년간 우리는 CG 이미지들을 이용해서 현실의 세계에 가장 근사치로 접근하는 법을 연구해왔다. 이제 남은 일은 인간의 꿈을 현실처럼 눈앞에 펼쳐놓는 일이다.

-전편에 이어 등장하는 강아지의 연기는 놀라울 정도다.

=천재적인 강아지였다. 그 캐릭터의 이름은 프랭크고 실제 이름은 무슈다. 우리가 손댄 것은 입의 움직임 정도였다. 게다가 윌이 “입 닥쳐!”라고 말했을 때 “읍” 하고 프랭크가 입을 다무는 것은 실제 그의 연기인데 정말 놀라웠다. 물론 한신 정도는 몸의 움직임을 조금 만들어냈지만 무슈의 연기는 더이상 손댈 것이 없을 정도였다. 만약 찍어온 화면이 충분히 훌륭하다면 최대한 손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좋은 소스에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ILM에서는 늘 많은 영화의 제작이 이루어지는데 팀간의 정보 교환이나 문제점에 대한 상의는 자연스러운가.

=정말 많은 문제들이 같은 순간에 서로 다른 팀들에 닥친다. 오늘 우리의 문제가 내일 다른 팀에서 똑같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대화과정에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정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커뮤니티다. 예를 들어 <맨 인 블랙2>에서 토미 리 존스가 본부 사무실에 있는 원형물체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장면이 있는데, (그 구가 어떤 외계종족에게는 큰 세계인) 그때 큰 해일이 인다. 그 파도는 바로 <퍼펙트 스톰>에서 우리 옆 팀에서 사용했던 것을 그대로 따온 거다.

-한때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대부분이 ILM을 거쳐갔던데 비해 최근에는 제임스 카메론이 만든 디지털 도메인을 비롯해 많은 후발주자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ILM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무엇이 ILM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하나.

=물론 현재 이 시장에 엄청난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경제적인 이유 혹은 기술적인 취향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 소니이미지, 디지털 도메인, 리듬앤휴 혹은 해외로 나가기도 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ILM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 회사가 이루어온 일과 이루어가는 일들에 대한 무한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특수효과가 어떻게 영화에 봉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통의 이해를 가지고 있다. 기술력은 예술가를 탄생시키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예술가가 없는 기술의 의미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이 우리가 가진 힘이고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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