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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SF 히트작들의 비주얼을 모두 불러낸 결과는?
김소미 2023-12-29

<Rebel Moon(레벨 문): 파트1 불의 아이> 아시아 프리미어 시사 리포트, <레벨 문: 파트2 스카기버>는 2024년 4월19일 공개. 1시간가량 추가한 R등급 감독판도 예고

전체주의적 통치에 대항하는 반란군의 이야기인 <레벨 문 파트1>은 외딴 행성 벨트에의 농경 공동체 속에서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는 전사 코라(소피아 부텔라)가 우주를 섭정하는 발리사리우스와 그의 보좌관 노블 제독에 맞서기 위해 동료를 찾아 은하로 떠나면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이어지는 전개는 단순 명확하다. 전설 속의 지도자 타이투스 장군, 광선 검을 휘두르는 검객 네메시스, 왕족 출신의 억류자 타라크, 숙련된 파일럿 카이 등이 각기 다른 행성에서 자기 서사의 조각을 내어주며 반란군에 합류하는 과정이다. 한편 벨트 행성에서는 앤서니 홉킨스가 연기한 지미라는 이름의 나이 든 로봇이 깨어나 마더월드에 대항할 반란군을 수호하는 숨겨진 힘을 보여준다.

잭 스나이더의 숨길 수 없는 야심의 발현인 이번 시도는 영화 역사에 새겨진 거의 모든 SF 판타지의 시금석을 한데 아우르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원전의 인용과 계승은 애초부터 잭 스나이더가 반복해온 행위다. 리메이크작인 <새벽의 저주>로 데뷔했고, <300> <왓치맨> 등은 그래픽 노블을 각색한 작품이었으며, 무엇보다 그는 ‘스나이더버스’로 불리는 DC의 캐논에 긴 시간 묶여 있다 막 자유를 찾은 참이다. 그가 <스타워즈> 시리즈의 일부가 되길 바랐으나 루카스 필름과의 협업이 성사되지 못했음을 숨기지 않듯이 <레벨 문>의 제1 정체성은 확실히 <스타워즈> 시리즈의 영향 아래에 있다.

무용수로서의 재능을 유려한 액션 안무에 투영한 소피아 부텔라의 코라가 지닌 서사는 스톰 트루퍼의 외전에 가깝고, 비주얼적으로는 <> <아바타> <스타쉽 트루퍼스> <공각기동대> <블레이드 러너> 등 온갖 요소들의 집합체이다. 잭 스나이더가 대단히 강박적인 프로덕션 설계를 구현하는 감독이라는 점, 프로덕션 디자인의 완성도 면에서는 영화의 규모에 반하는 디테일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레벨 문 파트1> 역시 분명한 미적 성취를 보여준다. 문제는 이 각각의 조각이 부분적으로 흥미로우며 특히 장르 팬들에게는 쾌감을 불러낼 수 있다는 사실과 별개로 히트작을 모두 불러낸 것들의 총합이 유기적이지 못하다는 데 있다. 잭 스나이더의 영화에 관해서라면 이제 흔한 지적이 되어버린, 역시나 내러티브의 문제다. 온갖 SF 이미지의 전형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집요히 승화시킨 것과 달리 아웃사이더 영웅들의 서사는 지나치게 전형적이라는 것이 <레벨 문>에서도 피할 수 없는 단점으로 발현된다.

팬들의 기대는 일찌감치 감독이 예고한 스나이더 컷으로 향하는 중이다. 넷플릭스의 주문으로 <레벨 문 파트1>과 <Rebel Moon(레벨 문): 파트2 스카기버>(이하 <레벨 문: 파트2>) 모두 미국 등급 13-PG로 완성됐으나 잭 스나이더는 폭력적이고 무자비한 묘사를 극대화한 R등급의 감독판을 더욱 기대해 달라는 입장도 내비치고 있다. 레벨 문 IP로 우리는 조만간 넷플릭스에서 <레벨 문 파트1> <레벨 문 파트2> 여기에 두편으로 나뉜 감독판까지 총 네편의 영화를 보게 되는 걸까? 넷플릭스에 안착한 잭 스나이더 일생의 프로젝트는 아직까지는 특유의 슬로모션 액션과 각종 충돌 및 폭발의 스펙터클, 풍성한 컨셉과 꽉 짜인 프로덕션 디자인을 내세워 시청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지는 내년 4월까지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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