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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루이스 부뉴엘: 마지막 숨결>
이다혜 사진 오계옥 2021-11-16

루이스 부뉴엘 지음 / 이윤영 옮김 / 을유문화사 펴냄

<안달루시아의 개> <세브린느>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 등을 연출한 루이스 부뉴엘 감독의 자서전. 그는 1900년 2월22일 태어나 1983년 7월29일 세상을 떠났는데, <루이스 부뉴엘: 마지막 숨결>이 처음 출간된 해가 1982년이니, 영화의 초기 수십년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대학 시절까지의 이야기는 가족사를 중심으로, 이후 초현실주의를 접하면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예술관을 정립해나가고 영화를 만든 경험을 중심으로 서술해나간다. 1900년대 초반 성장기에 대한 회고에서는 이후 루이스 부뉴엘의 영화가 보여주는 어떤 정서(특히 욕망에 대한)가 어떻게 그 안에서 뿌리내렸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기술된다. 당연하게도, 책의 중반부는 20세기 유럽의 예술사(미술과 영화)를 대표하는 인명사전 수준이 되는데, 르네 마그리트와 그의 부인과 식사를 하고, 앙드레 브르통은 트로츠키를 만난 경험을 들려주고, 만 레이, 루이 아라공, 막스 에른스트, 폴 엘뤼아르, 이브 탕기, 장 클로드 카리에르를 비롯한 이름이 일상적 사교의 영역에서 등장한다. 데뷔작인 <안달루시아의 개>는 알려진 바대로 “두개의 꿈이 만나면서 태어났다”. 부뉴엘은 뾰족한 구름 한점이 달 위로 흐르고, 면도날이 눈을 가르는 꿈이었다. 살바도르 달리는 전날 밤 꿈에서 개미가 가득 찬 손을 보았다고 얘기했다. 두 사람은 “이성적이거나, 심리적이거나, 문화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아이디어나 이미지만 받아들이자”는 규칙을 세우고 충격을 준 영상들만 수집하기로 했다. “어떤 정상적인 제작사도 이 영화를 받아들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내가 직접 제작을 맡으려고 어머니에게 상당한 돈을 요구하게 되었다.” <루이스 부뉴엘…>은 이 대목부터 본격적으로 그의 수많은 영화 제작 현장으로 독자를 이끈다. 그의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신기한 옛날 예술가 이야기에 그칠지 모르지만 영화를 본 이들에게는 시대가 예술과 어떻게 만나고, 개인의 성장 환경이 한평생 창작 활동을 통해 어떻게 드러나는지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책 말미에는 정성일 영화평론가의 아주 긴 ‘추천의 글-부뉴엘, 이라는 모호한 대상’이 덧붙었는데, 부뉴엘이 회고하는 자신의 삶과 영화에 대한 완벽한 주석이다.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초현실주의와의 조우

항상 벌어지는 일처럼, 대기 중에 뭔가가 있었다. 그러나 즉시 덧붙이고 싶다. 초현실주의와의 만남이 내게는 핵심적인 사건이었고, 내 남은 인생을 결정짓는 일이었다고.(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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