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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영화의 ‘포스트 코로나’는?
우석훈(경제학자) 2023-03-23

마스크 규제가 풀리면서 이제는 극장 안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고 뭔가를 먹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영화 관객은 이전 규모로는 극장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활성화되었고,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가 전성기를 맞았다. 이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잠시 생각을 해보자.

가성비로 따지면 극장은 OTT를 따라가지 못한다. 물론 그렇게 따지면 그냥 TV만 틀면 나오는 드라마 역시 가성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제작비를 어떻게 구해왔든, 광고가 얼마가 붙었든, 시청자에게는 전적으로 무료다.

영화의 최전성기는 1929년 대공황기였다. 경제 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가난해졌고, 영화만큼 값싼 놀이도 없었다. 채플린이 최전성기를 맞았고, <프랑켄슈타인>과 <드라큘라> 같은 공포영화들도 이때가 최고 전성기였다. 그 뒤로 영화는 늘 위기라고 그랬다. TV가 등장하면서 매체로서 라디오의 전성기가 끝났고, 연이어 컬러TV가 등장하면서 총천연색을 자랑하던 영화도 오래 버티지 못할 거라고 그랬다. 그렇지만 어쨌든 영화, 정확히는 미국의 할리우드는 그런 위기들을 이겨냈다.

그 위기를 넘지 못한 나라들도 많다. 초창기 영화의 영광을 이끌던 중남미 국가가 더이상 영화를 대규모로 만들지 못한다. <해리 포터> 마지막 편 DVD에 나온 메이킹 필름을 보면 스탭들이 더이상 영국에서는 이런 블록버스터를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얘기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자본력에서 밀린 나라들이 결국 자국 영화시장을 외화에 내주게 되는 게 영화사의 한 장면이다.

자, 2023년, 우리는 어떨까? OTT와 비교하면 영화 비용은 당연히 비싸다. 그러나 연극이나 연주회 등 다른 문화 활동과 비교하면 여전히 월등히 싸다. 여행 등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싸다. 물론 영화도 식사 등 다른 여가 활동과 결합되면 결코 저렴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커피 마시고 영화 보고 그리고 다시 식사하는 일반적인 패턴대로 하면 10만원은 훌쩍 넘어간다.

영화는 돈도 돈이지만 시간을 필요로 하는 문화 활동이다. 예약하고 극장까지 가고 오고, 역시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정부가 노동시간을 어떻게든 집약적으로 늘리려는 걸 보면 과연 청년과 극장이라는 주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영화 관객이 어느 정도는 회복될 것이라고 본다. 극장 관람은 문화 패턴이라서 시간을 두면 일상이 회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비용 대비 영화는 문화 활동에서는 매력적인 매체다. 지금 나오는 영화들은 코로나 이전 감성과 문제의식이 많다. 시간이 지나 지금의 문제의식과 감성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나올 때, 그때가 비로소 ‘포스트 코로나’가 아닐까 한다. 코로나와 함께 생각은 물론 감성도 많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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