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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판타지와 현실의 균형 감각, <트웰브> 강대규, 한윤선 감독
조현나 사진 오계옥 2025-08-26

12지신 설화가 바탕이 된 히어로 액션물 <트웰브>는 강대규 감독, 한윤선 감독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다. <담보> <하모니> 등 섬세한 감정 묘사에 특화된 강대규 감독은 <트웰브>를 통해 장르물 연출의 재미를 깨달았다고 전한다. 장편 <18: 우리들의 성장 느와르>로 주목받은 한윤선 감독은 <트웰브> 각색 작업에 먼저 참여한 뒤 공동 연출을 맡아 작품의 세계관에 완성도를 더했다. 두 감독은 초기 시각화 작업부터 공을 들이고, 촬영이 없는 날은 서로의 현장을 찾아가 긴밀히 소통하며 <트웰브>의 톤 앤드 매너를 맞춰나갔다.

강대규, 한윤선(왼쪽부터).

- <트웰브>와 같은 히어로물은 시청자가 작품 고유의 설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후 펼쳐지는 서사를 따라올 수 있도록 인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세계관을 소개하는 초반 빌드업이 중요했을 텐데.

강대규 ‘동양의 12지신’이라는 신화적 설정의 개연성 확보가 필요했다. 그래서 초반엔 애니메이션으로 12지신이 인간 세상에 내려오게 된 상황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자 했다. 천사들이 인간 세상에 정착해 악인들을 상대로 사채업을 한다는 것이 희화화된 설정으로 비칠 수 있지만 제대로 표현한다면 천사들이 인간 세상에서 잘 적응했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는 요소이기도 했다. 때문에 도박장에서의 액션신과 같이 태산(마동석)이 끝까지 악인들을 쫓아가 수금하는 장면을 잘 그리려 했다.

한윤선 시청자들이 <트웰브> 세계관에 무리없이 진입하기 위해선 성장을 동반한 캐릭터 서사를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12지신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빌런인 오귀(박형식) 덕이다. 때문에 오귀의 첫 등장 신을 비롯해 봉인에서 풀린 그가 능력을 펼치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려 여러 회의를 거쳤다.

- 캐릭터들에겐 각자의 상징 동물이 있다. 호랑이를 상징하는 태산은 호피 무늬 옷을 입고 말을 상징하는 말숙(안지혜)은 포니테일을 하는 등 각 동물의 특성이 인물의 외형에 녹아들어 있다.

강대규 12지신 동물의 1차원적인 특징에서 아이디어가 많이 개발됐는데 자칫하면 유치해 보일 수 있어 배우들과 균형을 잘 맞춰나가려 했다. 호피 무늬도 과하지 않나 싶었지만 예상외로 마동석 배우와 너무 잘 어울렸다. (웃음) 평범한 의상을 입으면 기존의 형사 이미지와 겹칠 것이 우려됐고, 태산의 특성이 잘 드러난 옷이라 호피 무늬 의상으로 최종 결정됐다.

한윤선 배트맨도 박쥐에서 출발한 캐릭터지 않나. 초반의 낯섦만 잘 극복하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부분이라 캐릭터의 작은 요소에서 각 동물의 특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조율했다.

- 액션 또한 개별 인물에 맞게 차별화를 꾀한 노력이 보였다.

강대규 태산의 경우 봉인된 힘이 풀린다는 설정이기 때문에 그가 가진 폭발적인 힘이 단계적으로 드러나게끔 설정했다. 마동석 배우가 태산의 액션 외에도 전체 액션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아 다른 배우들에게 여러 조언을 해줬다. 게다가 상대역으로 실제 격투기 선수들이 참여해 액션신의 느낌이 완전히 다를 것이다.

한윤선 빌런 오귀를 연기한 박형식 배우도 긴 팔다리를 활용해 발레처럼 태가 예쁜 액션을 보여줬다. 서인국 배우는 원승 캐릭터를 상당히 마음에 들어해 작품에 합류한 케이스다. 액션도 개인적으로 열심히 준비해 회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멋있게 소화해냈다.

강대규 액션을 대하는 배우들의 태도가 남달랐다. 강지 역의 강미나 배우도 처음 미팅했을 때와 드라마상에서 나오는 모습이 완전히 다르다. 그만큼 액션스쿨을 자주 드나들며 무술팀이 놀랄 정도로 스킬을 향상시켰다. 안지혜 배우는 기계체조 선수 출신답게 완성도 높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한윤선 액션 외에도 배우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만들어나간 부분이 많았다. 도니를 연기한 고규필 배우는 레지나 레이 배우가 맡은 방울이의 동시통역도 해야 했다. 현장 상황에 맞게 센스를 발휘하며 즐겁게 현장을 이끌어줬다. 레지나 레이의 경우 <트웰브>의 세계관을 깊이 파고들면서 철저히 준비하는 타입이었다. 낯선 해외 현장임에도 감정선을 잘 유지하며 연기해줬다. 이주빈 배우 역시 감정신, 액션신의 리테이크를 여러 차례 가고 다음날 와서 다시 촬영할 정도로 작품에 몰입했다.

강대규 성동일 배우는 리허설을 통해 상대배우와 유연하게 합을 맞추는 스타일이다. 본인의 것도 철저히 준비해 본촬영 때 오히려 실수가 거의 없었다. 제사장 사민으로 분한 김찬형 배우는 CG 작업이 더해질 신을 많이 찍어 쉽지 않았을 텐데 집중력을 갖고 잘 임해줬다.

- 천사들의 장소인 지하 신전, 빌런들의 지하 집회장에는 선과 악이라는 특성이 분명하게 반영됐다.

한윤선 지하 신전과 지하 집회장 모두 현실적이기보다는 판타지적인 설정이 많이 들어갔다. 여러 레퍼런스를 참고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시청자들이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미술이어야 한다는 거였다.

강대규 일례로 지하 신전의 경우 신성시되는 공간이고, 먼저 보낸 천사들을 추모하는 의미 등을 지닌다. 생명수와 같은 커다란 나무가 감싼 구조라든지 실제 신전의 요소인 기둥, 미로와 같은 계단 등의 아이디어가 다양하게 제기됐고 이들 중 일부를 집약적으로 구성해 현재와 같은 모습의 신전이 되었다.

- 현대뿐 아니라 과거에서의 천사들의 모습도 보여줘야 했는데.

강대규 조선 시대 장면에서는 시대극의 재미를 찾으려 했다. VFX팀과 긴밀히 협업해 과거의 지옥을 연상할 만한 배경을 만들어나갔고 대전쟁을 치른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컷을 끊지 않고 한 카메라로 촬영했다. 해학적인 부분도 추가하면 좋을 것 같아 마동석 배우의 대사에 아재 개그를 추가했다. 핀잔도 듣고 호응도 듣고, 현장에선 엔지가 많이 났다. (웃음)

한윤선 아무래도 현대극과 톤이 다르다보니 과거 장면을 찍을 땐 별책부록을 펼쳐 새로운 이야기를 쓰듯이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 연출자의 시선으로 <트웰브>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준다면.

한윤선 액션, CG, 세계관, 캐릭터, 이 네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겠다. 그리고 마동석 배우가 연기한 태산은 다른 캐릭터와 차이를 지닌다. 많은 시청자가 통쾌한 주먹 액션을 기대하실 텐데 여기에 더해 태산의 서사에 관한 기승전결이 뚜렷하게 있다. 천사들의 리더이기도 한 태산의 행보에 주목해주시면 좋겠다.

강대규 악의 세력이 어떤 식으로 인간 세상을 물들일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선과 악의 충돌 외에 천사 개개인에게 닥친 위기를 헤쳐나가는 과정도 흥미롭게 그려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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