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손뼉을 쳐도 메아리조차 돌아오지 않는 공간이 사막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시라트>의 사막엔 일렉트로닉 뮤직이 사방으로 반사돼 울려 퍼진다. 레이브 파티가 한창인 모로코의 어느 사막. 부랑자들은 거대한 스피커를 말뚝처럼 모래 구덩이에 박은 채 밤낮 없이 비트와 약에 몸을 맡긴다. 그들 사이로 한 남자가 어린 아들 에스테반(브루노 누녜스 아르호나)과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들어온다. 떠돌이 생활과 무관해 보이는 남자의 이름은 루이스(세르히 로페스)다. 그는 레이브 파티에 갔다가 5개월째 실종된 딸을 수색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장한 군인들은 사막 너머의 세상에 전쟁이 벌어졌으니 파티를 중단하고 대피할 것을 명령한다. 하지만 5명의 레이버는 다른 레이브 파티로 향하고자 경비를 따돌리고, 루이스 부자는 레이버들의 탈주에 합류해 사막 곳곳에 매설된 폭력과 죽음을 경험한다.
‘천국과 지옥을 잇는 가느다란 다리. 그 길은 머리카락보다 가늘고 칼날보다 날카롭다.’ <시라트>는 영화를 여는 장면에 이슬람 용어 ‘시라트’의 뜻을 적어둔다. 천국과 지옥이 뭐로 보나 결국 죽음의 세계이듯 <시라트>의 여정엔 묵시록적 분위기가 팽배하다. 영화 속 인물들이 저마다 자기 앞의 생을 향해 투신하는 사이 이들이 상대와 맺는 관계는 언어로 구성된 대화가 아닌 비언어, 소리가 감돌며 심오해진다. <시라트>는 근래 제작된 그 어떤 영화와 비교해도 소리가 서사와 연출의 중핵을 이루는 영화다. 현재 일렉트로닉 뮤직 신의 최전선에 있는 캉딩 레이의 스코어가 영화 전체에 진동하고, 광막한 사막을 채우는 자연의 소리와 극한의 오프로드를 주행하는 엔진 소리, 실존을 경각하는 폭발음이 긴 침묵 사이로 강렬하게 틈입하며 관객을 충격과 혼란 속에 빠뜨린다. 이처럼 <시라트>는 사운드의 공세로 관객을 침잠시키며 몰입을 유도한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관객에게 보다 실제적인 사례를 들면, 영화의 음향디자인을 담당한 라이아 카사노바스는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스토커>나 윌리엄 프리드킨의 <소서러>가 <시라트>의 사운드에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언급한 두 영화가 앰비언스 위주의 몽환적인 전자음악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시라트>가 충동하는 감정의 종류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시라트>의 인물들은 어느새 여행의 목적을 망각한 채 마치 최면에 걸린 듯 행렬을 이어간다. 이들이 떠나는 여정엔 오직 사운드만이 앞서고 뒤서며 위험천만한 고통 속으로 인물들을 돌진시킨다.
영화를 연출한 올리베르 락세는 네 번째 장편영화 <시라트>로 2025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심사위원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코란을 신봉하는 이슬람교도인 동시에 테크노의 파괴성을 숭상하는 음악 애호가다. 육체의 한계를 몰아붙이며 감각을 과부하하는 음악과 역경 속에서도 스스로를 해치지 않고 인내하여 신의 도움을 구할 것을 강요하는 교리가 공존할 수 있을까. 올리베르 락세는 <시라트>를 통해 그 불가해성에 나름의 답을 제시한다. 관계와 육체 모두가 절단된 사람들은 사회의 관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환각에 몰두해 춤을 춘다. 이들은 언뜻 죽음을 향해 몸부림치는 듯 보이지만, 전지적 시점으로 영화를 전망하는 감독은 이들과 관객 모두에게 죽음보다 훨씬 길고 무거운 삶을 선사한다. 굴레 같은 삶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는 자만 경험할 수 있는 온전한 감각을 만끽할 수 있는 영화다.
close-up
<시라트>는 16mm 필름으로 촬영된 영화다. 필름의 거친 그레인이 질감을 유지한 채 영사되어 관객 또한 영화를 보는 내내 사막에 갇힌 듯한 기분이 든다. 제작진은 안전과 장비 보호를 위해 촬영 트럭을 천천히 몰고 후반작업에서 속도감을 내자고 제안했지만 올리베르 락세 감독은 실제로 엑셀을 밟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감독의 고집대로 거친 트럭 위에서 촬영한 결과 요동치는 필름의 역동성이 그대로 화면에 담길 수 있었다. 물론 장비의 고장도 덕분에 잦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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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감독 스탠릭 큐브릭, 1968년
영화는 이따금 대형 스피커의 우퍼를 클로즈업한다. 그저 음악을 증폭하는 도구처럼 보이는 영화 초반과 달리 러닝타임이 지속되며 몇 차례의 폭력이 지나가면 스피커가 일견 죽음을 유도하는 주술 도구처럼 느껴진다. 동그란 형체만으로 소름을 끼치게 만드는 우퍼는 자연히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빌런, HAL 9000을 연상시킨다. 일정한 음형, 무미건조한 디자인이지만 그 파괴력은 어떤 무기보다도 강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