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가는 루이스는, 짝사랑하는 고향 친구 베나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 예약을 취소하고 중고차를 산다. 하지만 달콤한 여행계획은 첫걸음부터 꼬인다. 어머니는 말썽만 피우는 형 풀러가 근처 유치장에 있다며 데려오라고 한다. 겁은 많지만 허세도 많은 풀러는 트럭운전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CB라디오를 사서 잡담을 나눈다. 지루해진 풀러는 루이스에게 여자 흉내를 내라며 부추기고, 곧 러스티 네일이란 남자가 걸려든다. 장난에 속은 러스티는 모텔까지 찾아와 난동을 부리다가 사라진다. 다음날 아침 러스티와 다투었던 남자가 아래턱이 뜯겨진 채 길에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겁에 질린 루이스와 풀러는 항급히 떠나지만, 러스티 네일은 그들의 뒤를 쫓아 피의 복수를 시작한다.
■ Review
자동차를 몰아본 사람이라면, 대형 트럭이나 트레일러가 무척 위협적임을 알 것이다. 아무런 경고나 위협을 하지 않아도, 단지 옆이나 뒤에서 달려오는 것만으로도 섬뜩한 기분이 든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길을 달려가는 미국에서는 더욱 심한 모양이다. <브레이크다운>에서 도시인을 증오하며 납치, 살인을 자행하는 사람의 직업은 트럭 운전사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데뷔작 <듀얼>은 대형 트럭을 추월했던 한 남자가 죽음 일보 직전까지 몰린다는 이야기다. 스필버그는 <듀얼>에서 가해자인 트럭 운전사의 얼굴을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것이 더 공포스럽다. 일반 승용차에서는, 트럭을 모는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없다. 그의 인격은, 그 잔인한 트럭으로만 드러날 뿐이다.
<캔디 케인>은 <듀얼>을 업그레이드한 듯한 느낌의 영화다. 대형 트럭이 달리는 승용차를 위협하고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과정을 직선적으로 그렸던 <듀얼>과 달리, <캔디 케인>은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주변 상황을 다양하게 그려낸다. 모든 사건을 야기한 풀러의 캐릭터는 특히 흥미롭다. 풀러는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한다. 사과하자는 루이스의 말을 무시하고 욕설을 퍼부어 러스티를 광분하게 만드는가 하면, 루이스가 잠든 사이 베나를 유혹하기도 한다. 결코 그를 미워할 수는 없지만, 또한 가증스럽다. <나를 두번 죽여라> <라스트 시덕션> 등 탁월한 필름 누아르를 만들었던 존 달은, 풍성한 인물들의 관계와 길 위에서 벌어지는 소름끼치는 테러를 능숙하게 다루고 있다.<캔디 케인>은 그러나, 마침표를 어설프게 찍어버린다. 러스티 네일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고, 살인마는 여전히 도로를 달리고 있다. 러스티는 루이스 형제에게 단지 장난 한번 친 것으로 끝난 것일까? 한번의 즐거움만으로 <캔디 케인>을 마무리짓기에는, 전반에 치밀하게 늘어놓은 설정과 관계들이 아깝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