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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첫번째 아이', 복잡한 감정을 오가는 흡인력 있는 연기

1년간의 육아휴직을 끝내고 회사로 복귀한 정아(박하선)는 안팎으로 그 어느 때보다 고군분투 중이다. 가정에선 갑자기 쓰러진 친정어머니 대신 14개월 딸 서윤을 돌봐줄 베이비 시터를 구하는 문제로 씨름하고, 회사에선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계약직 후배 지현(공성하)과 보이지 않는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소개소를 통해 알게 된 조선족 보모 화자(오민애)가 서윤을 돌보게 되는데, 애초 한국인 시터를 원했던 정아이기에 처음엔 그녀를 못 미더워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화자에게 신뢰를 쌓아간다. ‘비혼주의’를 공언하는 지현과의 사이에서 묘한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다시금 직장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가던 어느 날, 정아는 남편 우석(오동민)으로부터 서윤과 화자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회사를 뛰쳐나와 서윤을 찾아 나선다. 다행스럽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서윤은 무사히 정아의 품으로 돌아오지만, 아이를 데리고 말없이 사라졌던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화자에게 화가 난 정아는 그녀를 해고한다.

허정재 감독의 장편 데뷔작 <첫번째 아이>는 첫 육아휴직을 끝내고 회사로 돌아온 워킹맘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겪게 되는 갈등과 고뇌를 차분하고도 차가운 톤으로 그려낸다. 주인공 정아는 가정에서는 육아에 대한 책임을 거의 홀로 감당해야만 하고, 직장에서는 자신의 빈자리가 언제라도 채워질 수 있다는 치열한 경쟁 상황을 견뎌야 한다. 계획했던 것은 아니지만 보물처럼 찾아온 ‘첫 번째 아이’가 만들어낸 이 변화를 부각하기 위해 영화는 정아의 가정과 직장에 다른 두 여성을 배치한다. 육아휴직으로 자리를 비운 정아를 대신해 계약직으로 들어온 지현과 정아의 딸을 돌보기 위해 고용된 보모 화자, 그렇게 영화는 한 아이의 탄생과 육아를 중심으로 정아, 지현, 화자 세 여성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사정을 은밀하고도 미묘하게 엮어내며 가정과 사회 속에서 오늘날 여성들이 마주하는 여러 문제들을 들여다본다. 다만 고질적 문제들을 조명하는 범상한 사회 드라마 이상의 성취를 기대하는 이에겐 다소 아쉬움을 남길 듯하다.

담백한 연출을 기반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레 어우러지며 몰입도를 높인다. <산후조리원> <며느라기> 등의 드라마를 통해 많은 기혼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배우 박하선은 비슷한 소재의 영화 <첫번째 아이>에서도 복잡한 감정을 오가는 정아 역할을 통해 흡인력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 속 또 다른 두 여성 지현과 화자를 연기한 공성하와 오민애 또한 각자의 역할을 안정적으로 소화하고 적당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주인공 정아와의 균형을 맞춘다. 2021년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본선 진출작.

"이 아이만 없으면" 정아의 이웃이 육아로 지쳐 있던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하는 말로, 잔혹한 현실을 맞닥뜨린 워킹맘 정아의 심경을 얄궂고도 쓰라리게 관통하는 슬픈 말이기도 하다.

CHECK POINT

<미씽: 사라진 여자>(2015)

고군분투하는 싱글맘과 애처로운 사연을 지닌 보모의 이야기를 그려낸 미스터리 드라마 <미씽: 사라진 여자>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가정과 사회에서 고통받는 여성들의 불안과 두려움, 무력감과 슬픔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첫번째 아이>와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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