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송해성 감독은 파이란 역에 장만옥을 캐스팅하고 싶어했다. 장만옥쪽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촬영 스케줄이 빼곡한 장만옥이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4월 한달. 영화의 분위기와 시간적 배경을 생각하면 조정하거나
절충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다음 카드가 장백지였다. <희극지왕> <성원> <십이야>에서 청순하고 발랄한 이미지로
어필한 장백지의 이미지를 따라 파이란의 캐릭터도 그 색깔이 많이 바뀌었다. <파이란>이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홍콩, 대만, 필리핀,
싱가포르 등 아시아 5개국에 사전 판권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던 데는, 장백지의 스타성이 크게 작용했다.
제목 | <파이란>이라는 제목은 크랭크인 직전에 정해졌다. 원작소설의
제목 <러브레터>는 동명의 일본영화 <러브레터>가 있는데다가, 멜로의 느낌이 너무 강해서 처음부터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송해성 감독이 눈독을 들였던 제목은 <봄날은 간다>. 그러나 허진호 감독이 <봄날은 간다>는 제목의 신작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포기해야 했다. 기형도 시집 <입속의 검은 잎>을 뒤적이며 어울리는 제목을 고르던 감독의 시도도 수포로 돌아갔다.
<이대로 내게 돌아와 꽃이 되다> 등 제작사에서 전문 카피라이터에게 의뢰해 받은 제목 중에도 마땅한 것이 없었다. 결국 여주인공의
이름 ‘파이란’을 제목으로 달기로 했지만 최민식은 이 제목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직접 추천한 제목은 <강재의 오후>.
감춰진 작가 | 각본 크레디트에 올라 있는 이는 송해성 감독과 안상훈 프로듀서
그리고 배우 김해곤이다. 김해곤은 <게임의 법칙>에 출연하면서 당시 조감독이던 송해성 감독과 친분을 맺었다. <장군의 아들>
공모 배우로 연기를 시작했고, 최근 장현수 감독의 신작 <라이방>에서 주연을 맡아 열연하기도 했다. 그 사이 <보고 싶은 얼굴>이라는
걸출한 시나리오를 내놓기도 한 작가. 김해곤이 <파이란>의 시나리오에 기여한 대목은 대사, 특히 양아치들의 리얼한 대사(욕설)였다.
<파이란>에는 파이란이 팔려갈 뻔했던 단란주점의 매니저로 잠깐 출연했다.
촬영 | <파이란>은 촬영감독 시스템(Director of Photography)을
도입한 영화다. DP 시스템이란 기존 한국영화에서 촬영감독이 이끄는 촬영부, 조명감독이 이끄는 조명부가 따로 구성, 운용하는 것과 달리 촬영감독이
조명을 직접 관장하며 전체적인 비주얼에 책임을 지는 시스템. 김영철 촬영감독은 <파이란>에서 조명도 직접 맡아 했다. 조명기사를
따로 고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명감독협회의 견제를 받은 것은 물론이다. 발전 차량을 대여하는 등 장비 협조를 받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