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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평세례를 받은 걸작들
2001-04-27

<대부2>가 얼빠진 누더기라고?

잉마르 베리만은 스톡홀름의 한 평론가를 직접 대면하게 되자, 쌓인 분노를 모아 주먹을 날린 일이 있다고 전해진다. 오슨 웰스의 거의 모든 영화는 개봉 당시에는 형식이 너무 앙상하다, 너무 장식적이다, 너무 연극적이다 등의 다채로운 험구를 들었다. 그러나 저널리스트와 평론가들은 자신의 판단을 마음대로 유포할 수 있는 반면, 기록으로부터 도망칠 수도 없다. 복수는 언제든 그들의 현관문을 노크할 수 있다. 그러고보면 세월의 시험쯤 간단히 통과하는 거장들에게 몇몇 악평은 경력의 액세서리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아이러니는 후일 한 영화의 미덕으로 칭송받는 요소가 당대에는 악평의 근거로 인용되는 경우. 아서 펜의 <보니와 클라이드>(1967)는 <버라이어티>로부터 “살인과 대공황은 코미디의 소재가 못 되고 캐릭터는 일관성이 없다”는 평을 들었다. <타임>은 “사실과 허풍의 뒤범벅이 희가극의 문턱을 넘나들다가 주인공들처럼 좌충우돌 끝에 구멍투성이로 최후를 맞는다”고 썼다. 1963년 <뉴욕타임스>의 보슬리 크로더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리뷰에서 “결말부에서 폭탄이 투하될 때 울려퍼지는 재즈풍 사운드트랙은 내가 접한 가장 병적인 조크다”라고 지적했다. 버스터 키튼의 <장군>을 본 <라이프>의 로버트 셔우드는 “누군가 버스터에게 전사자들을 보며 웃기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일러줘야 한다”고 점잖게 충고했다. 이제 와선 역사적 예지를 담은 수작이라는 평이 따라다니는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1936)는 개봉 당시 <뉴스테이츠맨>으로부터 “속도도 느린 데다 등장도 늦은 10년이나 시대에 뒤떨어진 영화”라는 불평을 들었다.

근사한 수사를 완성하기 위해 영화의 결함을 부풀린 게 아닌가 싶은 극언들도 있다. 우디 앨런의 <애니 홀>을 가리켜 <뉴욕>의 존 사이먼은 “이 영화는 세 가지 방식으로 고통스럽다. 안 웃기는 코미디로서, 빈곤하게 만들어진 영화로서, 당혹스런 자기고백으로서. <애니 홀>은 우리가 결코 알고 싶지 않았으나 언젠가 앨런이 털어놓을까봐 겁먹었던 그의 섹스 라이프에 관한 모든 것이다”라고 평했다. <워싱턴포스트>의 개리 아놀드는 테렌스 맬릭의 <황무지>(1973)에 대해 “사회적으로 영화적으로 최악의 경향들을 그러모은 극단적 합”이라고 단언했고, <뉴욕타임스>의 빈센트 캔비는 <대부2>를 두고 “찌꺼기를 모아 누덕누덕 기워진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다. 말도 하고 움직이기도 하지만 자기의 정신은 없다”고 썼다. 히치콕의 <현기증>(1958)은 “이 영화의 최대 미스터리는 누가 범인인가보다 진범이 누구든 누가 상관하겠느냐다”라는 평을 <타임>으로부터 얻었다.

감독조차 웃어넘겼을 법한 재치있는 악평도 있다. 1962년 <뉴스위크>는 <쥴 앤 짐>에 대해 “뉴웨이브의 아이 트뤼포가 낡은 게임을 하고 있다… 젊은 프랑스감독들의 영화를 더 많이 접할수록 장성한 어른들이 깡총대며 언덕을 뛰어다니는 광경에 감동받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비꼬았다. 앤드루 새리스는 <빌리지 보이스>에서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를 “밉살맞게 계산적인 영화”라며 “아름다운 여자를 벗겨 채찍질하며 검열관의 제재를 받지만 남자를 그렇게 하면 진지한 주제에 감동해야 되는 건가. 아마 <아라비아…>는 야만적 퀴어영화인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내가 역설적 리얼리즘에 반응해야 할 분위기라는 점은 알았지만 그저 덫에 걸린 기분이었다. 제이크와 조이는 ‘멍청한 자식’(dumb fuck!)이란 말을 서로에게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나는 이 멍청한 자식들을 지켜보며 내가 뭘 하고 있나 싶었다.” <분노의 주먹>(1980)에 대한 폴린 케일의 평 중 한 구절이다.

정리 김혜리 기자

자료: 아디스 실릭과 마이클 매코믹의 공저 <`The Critics Were Wrong: Misguided Movie Reviews and Film Criticism Gone Awry`> (Citadel Press Book, 1996)

▶ <씨네21>이

틀렸다

▶ <플란다스의

개>

▶ <미션

투 마스>

▶ <파란

대문>

▶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 <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

▶ <서극의

칼>

▶ <블랙

잭>

▶ <벼랑

끝에 걸린 사나이>

▶ <무언의

목격자>

▶ 악평세례를

받은 걸작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