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사탕과 춤을, JSA와 축배를!
2000년 한국영화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영진위가 12월3일까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은 32.9%. 제작편수는 56편. 급격한 신장세를 보인 지난해 점유율 35.8%에는 못 미치지만 ‘<쉬리> 같은 영화가 또 나오겠어’ 하는 우려를 잠재울 수치다. 올해의 1등공신은 <쉬리>의 흥행기록을 바짝 뒤쫓고 있는 <공동경비구역 JSA>. 아직 냉전적 사고가 뿌리깊은 한반도에서 이 영화는 대중적 재미와 사회적 의미를 동시에 낚은 보기드문 예로 남게 됐다.
<춘향뎐>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처음 입성하고 <섬>이 베니스영화제에 나가고 <쉬리>가 일본에서 흥행하는 등 2000년은 한국영화의 해외진출에 청신호를 밝힌 해로도 기록될 전망이다.
<씨네21>은 양적, 질적 성장을 보인 올해 한국영화계를 정리하며 <씨네21>에 기고하는 영화평론가와 기자를 대상으로 올해의 영화와 올해의 영화인을 뽑았다. 모두 18명이 설문에 응했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순위선정이 어려웠다. 사실 영화에 등수를 매긴다는 것 자체가 난감한 일이지만 배창호 감독의 <정>,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 김기덕 감독의 <섬>,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 등은 아까운 표차로 ‘베스트 5’에 들지못했다. 주목할 만한 영화가 많지 않아 집계에 어려움을 겪은 지난해와 대비되는 결과다. 어쨌든 집계결과는 <박하사탕> <오! 수정> <반칙왕>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춘향뎐> <공동경비구역 JSA>를 올해의 영화로, 이창동·심재명·이은·정일성·송강호·설경구·이미연을 올해의 영화인으로 꼽았다. 그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