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2
[연속기획 2]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2, ‘부산, 영화’, 남동협 감독 인터뷰
정재현 사진 최성열 2025-10-13

‘아홉산숲이 제격이었다’

- 부산 아홉산숲에 오픈세트를 지어 28회차에 걸쳐 <핸섬가이즈>를 촬영했다. 로케이션으로서 아홉산숲이 지닌 이점은 뭔가.

원작에도 숲속 산장이 나오는 만큼 각색 과정에서도 이를 구현할 만한 공간이 중요했다. <13일의 금요일>과 같은 미국영화에 등장할 법한 호수와 오두막이 있는 숲이 필요했다. 마당을 확보할 수 있는 산장을 지을 만한 부지 자체가 전국에 몇 군데 없었다. 게다가 공간을 짓겠다고 나무를 벌목하는 등 자연을 훼손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요건에 부합하는 장소를 찾기 위해 제작부와 전국을 돌아다녔다. 아홉산숲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공간이 확보돼 있고, 부산시 내의 숙소와 주요 스폿으로부터 접근성이 좋아 여러모로 제격이었다.

- 2010년 제작된 <터커 & 데일 Vs 이블>을 각색했다. 장르영화의 특색이 강한 작품을 로컬화하는 각색 과정에서 무얼 신경 썼나.

10여년 전 원작을 무척 재미있게 관람했다. 그러다 하이브미디어코프에서 장편 데뷔를 하게 됐는데, 입봉을 준비하던 중에 불현듯 <터커 & 데일 Vs 이블>이 생각이 났다. 그런데 이걸 그대로 가져오자니 슬래셔 장르의 수위가 문제였고, 원작의 후반부 전개 방식이 아쉬웠다. 원작의 큰 컨셉은 유지하되 장르를 변주하고 후반부를 정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시나리오 집필에 들어갔다. 작품의 새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준 영화가 샘 레이미의 <이블 데드>(1981)다. 그래서 로컬라이징보다는 원작을 보다 완전한 형태의 오락영화를 만드는 일에 중점을 두었다는 편이 정확하다. 악령이 잠든 산장이라는 설정도 이에 따라 나왔다. 각색의 방향을 정한 뒤 한국의 상황에 맞는 설정을 하나씩 채워갔다.

- 시나리오 초고에서는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가 표준어를 사용하는 캐릭터였다고. 경상남도 출신 감독 겸 작가와 경상북도 출신의 배우들이 만나 바뀐 건가.

처음엔 재필과 상구의 출신 지역이 막연했다. 경기도 어느 중소도시에서 목수 일을 하며 살아가는 인물 정도의 전사가 있었는데, 이후 봉화가 고향인 이성민 배우, 대구가 고향인 이희준 배우가 캐스팅됐다. 프리프로덕션을 진행하던 중 이들이 수도권보다는 남쪽 지역 출신이라는 설정이 작품에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만 수도권 근방의 산장에 입주했을 때 외지인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겠더라. 지금 말씨를 들어봐도 알겠지만 나는 경남 마산 출신이다. 경상도 사람들은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어색한 경상도 사투리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사투리가 ‘흉내’처럼 들리는 것도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 감독, 배우 모두의 이점을 살리고자 시나리오를 고쳤다. 내가 네이티브 스피커다 보니 표준어로 쓰인 시나리오를 경상도 사투리로 바꾸는 데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았다. (웃음) 한데 바뀐 시나리오 역시 일부 수정이 있었다. 경남의 소도시에서 재필과 상구가 올라왔다고 설정했는데, 두 배우 모두 경남 사투리가 아니라 경북 사투리에 익숙하더라. 경상도 사람만 아는 그 미세한 차이가 있다. 결국 재필과 상구를 경남이 아닌 경북 출신으로 바꾸었다.

-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실내극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작품이 연극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실내극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실내극이 영화화를 하는 데 제약이라 느끼지는 않았다. 상업영화의 평균 예산보다 적은 금액으로 찍었고, 촬영 회차도 제한된 영화였다. 한 공간에서 지지고 볶으며 촬영하는 영화지만 촬영 자체의 난도도 높고 VFX를 활용해야 하는 순간도 있어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촬영을 마칠지 고민이 컸다. 그래서 최대한 버려지는 장면이 없도록 후반 편집을 예측하며 콘티를 그려나갔다. 이성민 배우가 콘티를 보고 “콘티가 영화적이다”라고 얘기한 게 기억에 남는다. 아마 여러 제반사항을 콘티에 적어두었기 때문일 텐데 상황을 과감하게 넘기는 빠른 템포의 편집을 콘티 단계에서부터 명시했다. 또한 오픈세트다 보니 촬영 전 프레임을 계획하고 동선을 짜기 쉬웠다. 대부분 촬영 전날 배우들과 사전 리허설을 거칠 수 있어 콘티대로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이같은 편집과 촬영엔 할리우드의 영향도 크다. 내가 좋아한 <총알탄 사나이>(1988)의 오프닝을 박지환 배우의 슬랩스틱에 의도적으로 오마주했다.

- 카메오 중엔 임원희 배우의 활용이 인상적이다. 정말 딱 한 장면 등장한다.

<핸섬가이즈>의 촬영은 2020년 9월부터 12월까지 이루어졌다. 당시 이 역할로 염두에 둔 배우는 박명훈 배우다. <기생충>이 칸영화제부터 오스카까지 활약한 해였고, 마침 구마의식의 주요 공간이 지하실이라 박명훈 배우의 존재감이 <기생충>을 연상케 하며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캐스팅이 불발됐고 다시 배역에 어울릴 법한 배우를 찾았다. ‘이 사람이 왜 여기서 나와?’라는 느낌을 선사할 수 있는 카메오를 고민하다 <머니백>(2016)을 함께한 임원희 선배가 떠올랐다. 연락처를 수소문해 임원희 배우에게 프러포즈했고,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출연이 성사됐다. 오셔서 딱 세컷 찍으셨다. 서 있는 컷, 넘어지는 컷, 죽어 있는 컷. 입봉하려는 후배 감독을 도와주겠다는 좋은 의도하에 하루를 통째로 비워두셨는데 일찍 끝나 당황하신 눈치였다. (웃음) 임원희 배우 덕에 그 장면이 빛을 발할 수 있었다.

- <핸섬가이즈>로 여러 해외 영화제를 다녔다. 해외 관객들은 이 작품의 정서를 어떻게 이해하던가.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캐나다한국영화제, 파리한국영화제에 다녀왔다. 유럽 관객들이 <핸섬가이즈>를 어떻게 즐길지 궁금해서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때엔 관객들과 함께 작품을 감상했다. 언어로 하는 코미디엔 아무래도 한국만큼의 반응이 안 나왔지만 그래도 웃음 타율이 90% 정도는 일치했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고수위의 묘사에 직관적으로 반응하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잔인한 장면마다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와 감독으로서 뿌듯했다. 웃고 즐기는 관객을 볼 때만큼 감동적인 순간은 없다.

관련영화

관련인물

“남동협 감독이 말하는 <핸섬가이즈> 제작 비하인드”(<씨네21> 1462호, 이자연), “웃음이 훤칠한 호러 코미디, 영화 <핸섬가이즈> 트리비아”(웹매거진 <한국영화> 2024년 7월호, 김혜선)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