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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다다르고 흐르는, <수유천>과 김민희론, 홍상수 감독의 말
이우빈 2024-09-19

매 반기가 지날 때쯤 잊지 않고 극장으로 돌아오는 홍상수 감독의 32번째 장편영화 <수유천>의 이야기는 큰 어려움 없이 잔잔하게 흘러간다. 주인공은 한 여대에서 강사로 일하는 전임(김민희)이다. 전임의 주위로 모여드는 사람들, 이를테면 전임의 부탁으로 대학 촌극의 연출을 맡은 외삼촌 시언(권해효)이나 전임을 잘 챙겨주는 교수 은열(조윤희), 그리고 촌극에 연관된 몇명 학생들이 등장인물의 전부이다. 전임은 강사 생활을 하는 중에도 본인의 작업에 매진한다. 한강부터 중랑천, 수유천까지 강의 상류로 거슬러 가면서 강물의 흐름을 스케치한 뒤, 베틀을 사용한 직물 작품으로 전환하는 작업이다. 한편 시언은 잘나가는 배우 겸 연출자였지만 블랙리스트 사건에 휘말리며 한동안 일을 하지 못하고 있고, 이를 진정 딱하게 여긴 은열은 시언을 아끼며 가까워진다. 그렇게 몇개의 일상적 이야기가 촌극의 제작 과정과 겹치며 엮인다. 기실 꽤 느슨한 이야기의 빈틈을 메꾸는 것은 로카르노영화제 최우수연기상을 받기도 한 김민희의 존재임이 틀림없다.

홍상수의 장편영화 32편 중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부터 <밤의 해변에서 혼자>, 이번 <수유천>까지 십수개 넘는 작품에 배우 혹은 제작진으로 참여한 김민희는 홍상수란 세계에서 빠질 수 없는 무언가가 되었다. 이에 <씨네21>은 김민희가 홍상수의 영화에서 밟아온 궤적과 <수유천>에 이르러서 강하게 보여주게 된 의미가 무엇인지, 김민희라는 존재가 홍상수라는 세계의 영화적 조건을 사뿐히 이기는 정물이란 주장을 실어 보낸다. 더하여 로카르노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이 <수유천>을 두고 남긴 몇 마디의 말을 재구성하여 정리했다. 영화 주간지로서 매 반기가 지날 때쯤 항상 다루게 되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이지만, 언제나 조금은 비슷하고 조금은 새로운 이 만남이 아직까진 질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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