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대에서 촌극제가 있다.
전임이라는 이름의 강사가
외삼촌에게 자신의 학과 촌극 연출을 부탁한다.
전임은 매일 학교 앞 수유천에서 그림을 그린다.
자신의 작품 패턴을 얻어내려는 것이다.
외삼촌은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몇 년 째 일을 못하고 있는 배우 겸 연출자이다.
사십 년 전 이 여대에서 대학 일학년의 신분으로
촌극을 연출했던 기억 때문에 연출을 맡은 것이다.
촌극하는 학생들 사이에 스캔들적인 사건이 하나 일어나고,
전임과 외삼촌은 그 사건에 가볍게 끼어들게 된다.
그사이 외삼촌은 텍스타일과 여교수와 가까워지는데,
밤마다 하늘의 달은 점점 커져만 가고,
전임은 아침마다 수유천에서 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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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이라는 이름의 강사가
외삼촌에게 자신의 학과 촌극 연출을 부탁한다.
전임은 매일 학교 앞 수유천에서 그림을 그린다.
자신의 작품 패턴을 얻어내려는 것이다.
외삼촌은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몇 년 째 일을 못하고 있는 배우 겸 연출자이다.
사십 년 전 이 여대에서 대학 일학년의 신분으로
촌극을 연출했던 기억 때문에 연출을 맡은 것이다.
촌극하는 학생들 사이에 스캔들적인 사건이 하나 일어나고,
전임과 외삼촌은 그 사건에 가볍게 끼어들게 된다.
그사이 외삼촌은 텍스타일과 여교수와 가까워지는데,
밤마다 하늘의 달은 점점 커져만 가고,
전임은 아침마다 수유천에서 그림을 그린다.
포토 (1)
네티즌 리뷰 (2명 참여)
리뷰 남기기-
filmone12024-12-25 21:21:147홍상수 감독이 연출한 <수유천>은 한 여대에서 촌극제를 진행하는 강사와 그의 외삼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more 신고
여대에서 강의를 하는 전임(김민희)는 자신의 학과가 준비하는 촌극을 배우이자 연극연출가인 외삼촌에게 부탁합니다. 외삼촌 현재 블랙리스트에 올라 몇 년째 일을 못하고 강릉에 살고 있습니다.
사실 촌극을 먼저 연출했던 남자가 있었던 학생들과 묘한 스캔들 발생해 그 자리를 외삼촌이 새로 맡게 되었습니다. 그 남자는 억울하다는 생각으로 다시 학교에 찾아오지만 전임은 그의 태도가 너무나 맘에 들지 않습니다. 한편 전임을 이 학교로 여태까지 잘 이끌어 준 텍스타일과 여교수가 외삼촌의 팬이라 술자리를 함께 하며 묘한 관계가 형성됩니다.
어찌됐든 촌극은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잘 공연되었지만 외삼촌의 정치적 성향 때문인지 좋은 평가를 듣지 못합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근 몇 년간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던 사회적 문제를 깊게 투영하고 있는 <수유천>은 결국 자신의 마음이나 신념을 표현하는 것은 '예술'밖에 없다는 것은 보여줍니다. 외삼촌은 그러했고 전임 또한 학교 근처에 있는 수유천에서 그림을 그립니다.
이번 작품도 홍상수 감독 자신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대입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관객이라면 변명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년간 반복되는 이야기 중 <수유천>은 가장 빛나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thrill52024-09-24 22:35:2810서양화를 전공한 전임(김민희)은 수유천 콘크리트 둑에 앉아 배경 삼아more 신고
자그마한 파레트에 있는 물감인지 도료인지 모를 화구로 간략하게 노트에
순간을 기록한다. 작품 제목 그대로 수유리를 지나는 ‘수유천’을 배경으로 한
여대에서 학과 행사인 촌극을 해야 하는 상황과 과정, 그리고 무엇보다도
촌극을 연출하는 전임의 외삼촌(권해효)이 등장하고 촌극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전임을 신임하는 여교수(조윤희)가 심지어 촌극을 만드는 배우 출신
외삼촌의 열렬한 팬이라는 플롯에서 작품은 전혀 수월하지 않을 사건을
예고하며 홍상수 세계관을 관철한다.
전임과 외삼촌은 촌극으로 인해 무려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서야 재회했고
심지어 전임의 여교수가 삼촌의 팬이라 작품 초반 셋의 만남은
화기애애하기가 이를 데가 없었다. 그러나 외삼촌이 맡아야 하는 촌극의
본래 연출자가 촌극을 해야 하는 서양화 전공 일곱 명의 여대생 중 세 명과
추문을 일으키는 바람에 강릉에서 서점을 운영하던 외삼촌이 급하게
대체자이자 구원자로서 촌극 연출에 합류하게 된 것이고 그 남자
연출자(하상국)는 문제를 일으켰음에도 여대에 출몰해 결국엔 전임의
분노를 사고 첨예한 갈등의 전조 현상을 보이게 된다.
불미스러운 일을 벌인 전 연출자의 등장에도 배우 출신으로 어쩌면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을 일개 여대의 학과 행사에 불과한 촌극에 열과 성의를
다하는 외삼촌의 작업 상황은 난항에 부딪히기보다 오히려 수월한 모습으로
착착 진행된다. 불과 열흘이라는 준비 기간에 그것도 자신이 40년 전에
조카가 재직 중인 여대에서 그래도 연출하며 예술가의 열정을 선보이는데
외삼촌이 연출한 촌극의 내용은 대략 한국 전쟁을 소재로 한 다소
기득권들을 비판하는 시선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삼촌을 촌극을
준비하면서도 서양화를 전공하는 조카의 작품을 한 번도 감상하지 못했다며
대학 작업실에 있는 수유천에서 영감을 얻어 그 물결무늬를 섬유를 짜는
수동 베틀로 완성한 작품과 과정을 감상하는데 그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킨
남자 연출자의 등장으로 장시간 여대생들과 연락이 두절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다행히 남학생과 대화했던 여대생들은 무사히 학교로 돌아오게
된다. 이를 지켜보던 외삼촌이 그 남자 연출자를 어디로 데려가 대화를
하는데 이는 작품에서 암묵적인 신호가 되고 이후 남자 연출자는 퇴장하며
촌극은 완성되고 행사로써 무대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촌극의 완성 이후 열과 성의를 다한 외삼촌은 환호와 상찬은커녕
대학 총장의 서슬 파란 비난에 직면하게 되고 이를 책임 져야 하는 여교수와
전임은 총장에게 무수한 질타와 냉대를 받았을 거라는 게 총장과의 대화가
끝난 후 나오는 둘의 표정에서 밝혀진다. 외삼촌 또한 자신의 작품이 직면한
반응에서 섭섭함을 내비치고 촌극 배우인 여대생 네 명과 술을 마시러 가게
되는데 술자리는 역시나 냉담한 반응 탓으로 그리 유쾌하지 않다.
전임과 여교수가 총장에게 질책당하는 동안 외삼촌은 여대생들을 일종의
인생 후배 삼아 화기애애한 대화를 하다 추상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질문을 던지고 네 여대생은 갑작스레 당혹스러우리만치 오열하며
추상적으로 자아비판과 고해성사가 혼돈한 불과 20여 년 남짓한 각자의
인생을 돌아보고 미래에 되고 싶은 인물로 각기 추상적인 가치를 설파하며
즐거움과 난처함이 혼재된 술자리를 상당히 숭고하게 만든다. 역시나 감독
홍상수의 정의를 예상하지 못할 만한 여대생들의 어쩌면 사람이라면 응당
갖춰야 할 윤리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면모는 미사여구가 아닌 진솔한 태도를
직설적으로 드러내면서 가치를 발한다.
작품 초반부 전임과 외삼촌은 10년 만에 만나 반가움과 그리움을
표현했으나 마지막 삼촌이 강릉으로 돌아갈 즈음 수유천 근처에서 작품
초반에 장어를 먹었던 집에서 마지막으로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 홍상수
작품에서 별로 그리 등장할 일이 없을 줄 알았던 지극히 정치적인 시선이
농축된 단 한마디의 대사가 외삼촌의 입에서 나오며 왜 외삼촌과 전임이
10년 만에 만났고 강릉에서 서점을 할 수밖에 없었으며 작품의 주요 소재인
촌극에서 외삼촌이 왜 대학 총장으로부터 질타받았는지가 단박에 해소된다.
아울러 다소 화기애애했던 전임과 삼촌 간의 관계가 일시적으로 갈등으로
번지는데 다행히 이를 중재하는 여교수가 있어 사태는 진정되고 갈등은
봉합된다.
제목 그대로 수유천은 사건이 일어나는 여대 일대에 자리한 매개물로 전임이
작품 활동을 하는 소재이자 하천이 가지는 상징성이나 혹은 흘러간다는 물의
속성이 작품에 발생한 갈등을 씻기고 치유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마지막에
전임이 담배를 피우며 수유천 깊숙한 곳까지 갔다 돌아오는 과정이 작품의
초반과 말미를 수미쌍관으로 구성하며 마무리하는 모습이다.
폭염이 일상이 된 여름에서 작품에 등장하는 완연한 가을의 모습이 대학
캠퍼스 가로수를 통해 볼 수 있어서 시각적 청량함이 보장되는 작품이기도
한 ‘수유천’은 ‘정치’에 별 관심 없이 인물, 공간, 배경에 천착하는 홍상수
감독의 영역을 세속적이고 구체적으로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곳으로 확장했다는데 의의가 있는 작품이자 감독으로서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에 대한 존중과 그들의 시선으로 작품을 풍성하게 했다는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