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제훈이 <모범택시> 운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사적 복수와 정의 구현 사이를 질주하던 <모범택시>가 시청률 상승 행진 끝에 역대 SBS 금토드라마 중 <스토브리그>에 이은 4위(전국 15.3%)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이제훈은 택시기사인 주인공 김도기(이제훈)이 범죄 피해자들의 의뢰를 받고 전화 한 통에 복수를 대신해준다는 컨셉으로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어둠의 기사로 분했다.
5월 29일 방영된 마지막화에서는 김도기(이제훈)의 모친을 살해한 진범이 20여년 만에 사죄했고, 백성미(차지연)와 구석태-구영태 쌍둥이(김호철) 악당들이 각각 징역 20년, 무기징역에 처하며 정의 실현의 결말로 마무리됐다. 김도기와 무지개운수를 이끈 무지개 다크히어로즈에 검사 강하나(이솜)까지 합류하면서 다음 시즌의 가능성도 점쳐졌다.
카 액션, 사적 복수를 실현하는 음지의 영웅 서사 등 장르의 전형을 끌고 왔지만 <모범택시>는 그 안에 동시대 한국 사회에 실시간으로 경종을 울리는 이슈들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에게 남다른 열광을 불러 일으켰다. 불법 영상으로 부를 축적하는 웹하드 업체와 음란 동영상 촬영 업자, 사내 갑질을 일삼고 약자를 착취하는 악덕 사장, 현대판 노예, 중국 보이스 피싱 등 사회 1면과 방송 교양 프로그램의 주제였던 한국 사회의 도덕적 해이들이 장르의 무대 위에 섰다. 특히 학교 폭력을 다룬 3~4회를 기점으로 시청률도 상승세를 탔다. 이 가운데 법망에서 온전히 해결하지 못하는 사건들에 자경단식 정의 구현을 실현하는 반영웅들의 존재 또한 더욱 빛났다.
배우 이제훈은 마지막화에서 사적 복수가 자신과 악당을 위한 최선의 방편인지 고뇌하며 성장하는 영웅으로 거듭났다. 지난해 <사냥의 시간> <도굴>로 스크린을 찾았던 그는 <여우각시별>(2018) 이후 3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했다. SBS 금토드라마 및 웨이브 지상파 오리지널로 제작된 <모범택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이 동시에 방영되면서 5월 한달 간 기분좋은 연타를 날린 셈이 됐다.
<모범택시>에서 전직 육군 대위를, <무브 투 헤븐>에서 전직 복서를 연기한 그는 <씨네21>(1308호 커버스타 인터뷰)에서 “촬영 4개월 전부터 하드 트레이닝을 했는데 일주일에 6일, 하루 2시간 이상씩 운동했고 ‘코리안 좀비 MMA’에 가서 코치들에게 복싱을 배웠다”고 밝혔다. <모범택시>에서 복수를 위해 카멜레온처럼 자아를 바꿔가며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인 김도기에게 N도기라는 애칭이 붙은 것에 대해서는 “대사는 하나의 가이드이고 그 상황이 주어졌을 때 맥락만 달라지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최근에야 경험하기 시작했다”고 연기 도전의 즐거움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해 양경모 감독, 김유경 대표와 공동 설립한 제작사 하드컷을 운영 중인 이제훈은 지난달 OTT 플랫폼 왓챠와 공동 기획한 단편 옴니버스 영화 <언프레임드>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제훈과 배우 박정민, 최희서, 손석구가 각각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는 프로젝트로 최근 배우 박정민이 촬영을 마쳤다. 데뷔 14년만에 전성기를 맞은 배우 이제훈이 제작자, 그리고 감독으로서 보여줄 다음 행보 또한 기대된다. 최신호인 1308호 커버스타, 인터뷰에서 최근 활동에 관해 이제훈이 남긴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