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연 씨네2000 대표 겸 영화인회의 이사장이 5월 11일 별세했다. 향년 71세.
1951년 전라남도 신안에서 태어난 이춘연 대표는 1980년대에 충무로에 들어와 수많은 한국영화의 제작을 맡아 성공시켰으며, 영화인회의 이사장,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 대표 등을 역임하며 스크린 쿼터, 독과점 이슈 등 영화계 내 각종 이슈의 해결사로도 나서 왔던 입지 전적의 인물이다.
이춘연 대표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영화학과 졸업 후에 1970년대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다가 1983년부터 영화계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1984년 이장호 감독의 <과부춤>을 시작으로 김유진 감독의 <영웅연가>(1986), 박철수 감독의 <접시꽃 당신>(1988), 강우석 감독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89) 등의 영화 기획에 참여하며 경력을 이어갔다.
그는 1993년에 성연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스릴러 장르인 <손톱>을 흥행시킨 이후, 1995년에 '씨네2000'으로 회사명을 바꾸고 최근 김병우 감독의 <더 테러 라이브>(2013)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한국영화 20여 편을 제작해왔다. 젊은 감독들과의 작업을 두려워하지 않고 또 장르 영화에 대한 촉도 남달랐던 그의 감각은 20여년이 넘도록 줄곧 업계에서 주목받았다. <더 테러 라이브>는 2013년 여름 한국영화 시장에서 <미스터 고>, <설국열차>와 경쟁해 558만명의 관객수를 동원하기도 했다.
이춘연 대표의 씨네 2000이 거둔 가장 대표적인 성과는 <여고괴담> 시리즈를 제작해 한국 공포 영화의 새 지평을 열게 했다는 점이다. 김태용, 민규동, 최익환 감독 같은 젊은 감독들과 김규리, 최강희, 공효진, 송지효, 김옥빈 등 많은 배우들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한 한국 공포 영화의 대표 시리즈다.
2008년, 씨네21과 가진 인터뷰에서 제작자로서 은퇴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카메라 앞에서 장렬히 전사할 때까지 걸맞은 역할을 찾아야 한다”며 “철없이 사는 게 중요하다. 폼 잡지 말고.“라고 답했던 그는 영화와 삶을 통해서 많은 후배 영화인들에게 가르침을 안겨주고 떠났다.
장례식은 영화인 장으로 치르며 빈소는 서울 성모병원(서울 반포동) 31호실이다. 영결식은 5월 15일(토) 오전 10시이며, 조문은 12일 오후 5시부터 가능하다. 장레준비위원회 측은 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직접적인 조문은 자제를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