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를 비난하는 해외 영화인들의 서한이 날아드는 가운데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 대책위는 3월22일 "한국은 왜 멕시코의 전철을 밟으려 하는가"라는 멕시코 감독 마리아 노바로의 편지를 공개했다. 마리아 노바로는 1991년 <로라>로 베를린영화제 영 포럼 부문에서 수상한 것을 비롯해 그동안 선댄스, 하바나 등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영예를 거머쥐었다. 지난 2월 개최된 멕시코 국제영화제에 영화 <프락치>를 출품한 황철민 감독을 통해 한국의 스크린쿼터 축소 사실을 전해들은 마리아 노바로 감독은 3월14일 서신을 통해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체결이후 멕시코 영화계는 몰락을 맞았다"며 "한국이 왜 멕시코 영화계의 전철을 밟으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래는 마리아 노바로 감독의 서신 전문이다.
황 선생님, 늦은 답신 사과드립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병원에 며칠 있었습니다. 늦었지만 답신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1994년 1월 1일 멕시코, 캐나다,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했습니다. 우리는 정부 측에 다른 무엇보다도 영화, 책, 음악 등을 위한 '문화적 예외'를 두도록 압력을 넣지 못했습니다. '우리'라 함은 예술가, 지식인, 그리고 해당 분야에서 공정한 경쟁을 위해 노력하는 일반시민들로 이루어진 소규모 단체입니다. 그 결과 연간 약 100여 편의 영화를 제작했던 멕시코 영화산업은 1995년, 연간 '4편!' 제작으로 전락했습니다. 또한, 그 중 멕시코 영화관에서 상영된 영화는 한 편도 없었습니다.
NAFTA 이전에는 멕시코 영화관에서 스크린의 최소 50%는 멕시코 및 중남미영화에 상영하도록 하는 법이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이 법은 집행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우리 영화가 비교적 좋은 상영기회를 갖고 있음을 의미했습니다. 또한, 미국이 소유한 영화관이 많았고 멕시코 영화 장려를 위한 지원도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그다지 잘 운영된 것은 아니었지만 NAFTA 이후 겪은 상황에 비하면 천국과 다름 없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저는 1991년 한 영화를 개봉했습니다(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단존>). 그리고 그 영화는 수개월간 전역 250개 이상의 상영관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1993년에 시작하여 1994년에 마무리한 영화(베니스영화제 수상작 <가든 오브 에덴>)는 겨우 1주일 동안 2개의 상영관에서 하루 한 차례, 점심시간에 상영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NAFTA의 새로운 법에 의거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몇 년간 멕시코 영화 제작 편수는 매우 적었습니다. 1999년에는 10편이 제작되었고 2000년에는 9편에 불과했습니다. 최근에야 조금 늘어나 -비록 NAFTA체결 이전에는 못 미치지만- 현재는 연간 25편이 제작되어 10~12편이 극장에서 개봉되고 있습니다.
NAFTA와 관련된 어려움을 타파하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나라의 일반적 관행처럼) 멕시코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할리우드 영화에 세금을 부과하려고 했습니다. 이 세금은 멕시코 영화계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NAFTA로 인해 그러한 시도가 무산되었습니다.
그 뒤에는 다른 조치를 취하기 위한 의회 승인을 요구했습니다. 세금이 아니라 영화 티켓 한 장당(소비자가 부담하는) 1페소(미화 10센트)를 부과하도록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모인 돈을 멕시코 영화계 지원에 쓸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2001년 당시 미 영화협회 회장이었던 잭 발렌티는 비센테 폭스(Vicente Fox) 멕시코 대통령에게 서신을 보내 그러한 조치가 NAFTA의 정신에 어긋난다며 금지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 서한은 멕시코 주요 일간지 1면을 장식했습니다. 그리고 티켓당 10센트 이상을 부과하자는 의견은 의회에서 거부되었고 없던 일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영화제작자 위원회를 새로운 복합상영관들(대부분 거대 할리우드 영화사가 소유하고 관리함)의 대표와의 회의에 파견했습니다. 저희 동료 중 한 사람이 "이미 할리우드 영화가 멕시코 시장에서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왜 우리의 조치에 대해 강하게 반발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100%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기타 중남미 국가들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의 경험에서 얻는 바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칠레는 영화부문을 '문화적 예외'로 규정했습니다. 그 결과 영화제작에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2005년 에콰도르, 콜롬비아, 페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겪은 부정적 사례를 이용해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멕시코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말자"가 그들의 슬로건이었습니다. 저는 이 서신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 이슈를 일으키길 희망합니다. 한국 영화계의 건투를 빕니다.
3월 14일 마리아 노바로 (Maria Nova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