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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이 녹고, 사랑이 핀다
2001-03-20

해외 톱

할리우드 봄영화, <멕시칸> <캡틴 코렐리의 만돌린> 등 로맨스와 스릴러 강세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봄 영화 가이드 특집 서두에서 “올 봄 영화의 양상을 보면, 밀레니엄이 2001년부터라는 말이 맞다. 엽기영화 시대가 도래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근친상간을 둘러싼 시끌벅적한 코미디, 동굴에 사는 피아니스트가 나오는 스릴러, 괴짜 코미디언 톰 그린이 쓰고 연출한 코미디, 르네 젤뤼거가 영국처녀라고 우기는 영화, 3년 동안 촬영하고 촬영하고 또 촬영한 영화 등이, ‘엽기’ 리스트에 오른 영화들. 그렇다 해도 올 봄 할리우드영화의 키워드는 역시 가벼운 웃음과 로맨스다. 두터운 외투 대신 가벼운 봄볕을 두르고 나설 관객에겐, 때려부수는 액션 블록버스터도, 정색하는 예술영화도 부담스러운 법. 봄에는 가벼운 게 좋다.

이중 기대를 모으는 작품은 줄리아 로버츠와 브래드 피트의 코믹 로드무비 <멕시칸>. 갱단의 일원인 브래드 피트와 새출발을 종용하는 여자친구 줄리아 로버츠의 사랑에 <소프라노스>의 스타 제임스 갠돌피니가 훼방을 놓는 이야기로, 3월2일에 개봉했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존 매든 감독이 만든 <캡틴 코렐리의 만돌린>도 스탭과 배우 파워가 막강한 작품. 2차 세계대전 무렵, 정혼자가 있는 그리스 여인과 이탈리아 군인이 펼치는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로, 니콜라스 케이지, 페넬로페 크루즈, 크리스천 베일이 사랑의 트라이앵글을 만든다. 70년대 애니메이션의 실사영화판 <조시 앤 푸시캣>도 눈길을 끈다. 범죄사건의 미스터리를 푸는 3인조 여성 로큰롤 밴드의 활약상을 그린 이 영화는, 화끈한 미녀 트리오를 내세운 TV물을 스크린에 옮긴 키치 프로젝트 <미녀 삼총사>와 유사하지만, ‘무예’보다 ‘음악’에 무게를 실었다는 변별점이 있다.

올 봄 영화의 대세는 로맨스가 가미된 코미디와 기괴한 분위기의 스릴러다. 이중 칼로리 계산 강박증에 걸린 영국 독신녀 이야기 <브리짓 존스의 다이어리>는 르네 젤뤼거와 휴 그랜트의 호연이 기대되는 작품. 애슐리 저드도 그녀의 첫 로맨틱코미디 <당신 같은 사람>에서 도회적이고 섹시한 매력을 유감없이 발산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스틴 파워>의 헤더 그레이엄도 돌아왔다. 패럴리 형제의 조연출 출신 J.B. 로저스의 로맨틱코미디 <아니라고 말해줘>는 사랑에 빠진 남녀가 친남매 사이라고 오해하면서 벌이는 어수선한 소동을 그린 영화. 리브 타일러가 팜므파탈로 나오는 블랙코미디 <매콜에서의 하룻밤>, 코미디언 톰 그린의 감독데뷔작 <프레디 갓 핑거드>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키스 더 걸>의 속편격인 <거미가 온다>, 선댄스영화제 각본상 수상작 <메멘토>, 동굴에 사는 피아니스트가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한다는 내용의 <혈거인의 밸런타인>이 올 봄 개봉 대기중인 스릴러작품들이다.

‘가족’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들도 있다. 98년 크랭크인해 3년 만에 완성한 <타운 앤 컨트리>는 워런 비티, 다이앤 키튼, 골디 혼 등이 중산층 부부에게 찾아든 위기를 리얼하고도 코믹하게 풀어가는 작품. 로버트 로드리게즈도 난생 처음 “내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영화” <스파이 키드>를 만들었다. 스파이 출신 안토니오 반데라스 부부가 납치되자, 그 아이들이 구출 작전을 벌인다는 내용의, 어린이용 ‘제임스 본드’영화. 돈 많은 남자들을 등치는 모녀 사기단으로 시고니 위버와 제니퍼 러브 휴이트가 호흡을 맞춘 <하트브레이커>는 <로미와 미셸>의 데이비드 머킨 작품. <라운더스>의 작가와 감독은 존 말코비치, 데니스 호퍼를 캐스팅해, 갱단인 아버지들의 전철을 밟는 아들들의 이야기 <녹어라운드 가이스>를 내놓았다. 이 밖에 조니 뎁이 마약 밀수업자로 분한 <블로우>, <클리프 행어>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레니 할린과 실베스터 스탤론의 레이싱영화 <드리븐>이 있다.

박은영 기자